천연조미료 사업과 자색고구마 장인 꿈꾸는 20대 여성 농군

천연조미료 사업과 자색고구마 장인 꿈꾸는 20대 여성 농군

작년 전남도농업기술원 주최 농업창업 경진대회서 수상

멸치·새우·다시마·표고버섯 4종 천연조미료 키트 생산

<36·진도군 ‘진도농부 미스팜’ 곽그루 대표>
 

곽그루<오른쪽> 진도농부 미스팜 대표가 지난해 자신의 밭에서 키운 자색고구마를 수확 하고 있다. /미스팜 제공

전남 진도대교를 지나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작은 마을. 노란 해바라기들이 줄을 서서 반겨주는 농장에는 5천주의 고추와 6천611㎡(2천평)에 달하는 고구마, 그리고 겨울이 되면 절임배추로 만들어질 아삭아삭 배추들이 크고 있다. 또 팻말 달고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상추, 배추, 브로콜리, 부추, 가지 등 수많은 텃밭 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진돗개 제동이와 고양이 벼리, 수확철 보리밭에서 구조한 아기 고라니 삼형제와 함께 살고 있는 젊다 못해 어린 여성 농부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이 계신 진도로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진도농부 미스팜’ 곽그루(26) 대표가 주인공이다.

곽 대표는 자신이 진도에서 농사를 지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형식품회사에서 멋진 상품기획자가 되겠다며 소위 스펙을 쌓아가던 그녀였다.

폼 나는 사원증과 한 손에 아메리카노, 명품백이 커리어우먼의 전부라고 믿고 보이는 것만이 ‘성공’이라 외치던 곽 대표에게 거대한 비극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돼 버린 일이 찾아왔다.

대학교 마지막 여름방학동안 정말 열심히 고민했고 행복에 대한 답을 내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진도로 향했다. 성과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도시의 기업보다 농촌에서 자신이 직접 땀흘려 일군 농산물을 상품으로 기획한다면 더 행복하고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농촌의 삶이란 달달한 것만이 아니었다. 공부말고는 해 본적이 없던 곽 대표에게는 호미질 하나도 서툴고 어색했다.

심지어는 곽 대표가 손을 대기만 하면 고추든 고구마든 그대로 죽어나가는 것이었다. 나름의 확고한 철학으로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경영학도인 곽 대표 사이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의견 충돌이 많았다.

곽 대표는 대학시절 과제로 사업계획서 작성과 창업동아리에서 활동, 여러 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인턴과 대외활동 등 무엇보다 블로그를 통해 수천 명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던 이력을 정리했다.

또 진도군농업기술센터와 전남도농업기술원, 한국벤처농업대학에 여러 교육과정을 신청했다.

농사란 직접 땀을 흘리며 땅과 부딪쳐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론적인 배움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교육을 듣고, 부모님을 따라 열심히 농사를 배우고, 시골이기에 가능한 아기자기한 일상들을 매일같이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들이 생겨났다. 방송국에서 귀농을 다룬 TV출연 제의를 받았고, 강의 문의가 들어왔다.

이러한 고민들을 거듭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바로 ‘천연조미료’ 아이템을 통해 2015년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농업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됐으며 아이템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지원을 받게됐다.

아이템을 천연조미료로 선정한 배경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시는 어머니 음식은 최고의 맛이었으며, 식구들의 민감한 피부는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면서부터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곽 대표는 진도 특유의 자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해산물을 이용한 천연조미료라면 누구라도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낙연 전남지사와 이동진 진도군수가 지난 12일 오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농업분야에 창업한 진도군 군내면 진도농부 미스팜을 방문, 곽그루 대표로부터 천연조미료, 잡곡, 자색고구마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들은 ‘건강한 밥상’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며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조미료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건강하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아이템에 대한 강한 확신과 대학시절 이력들을 떠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직접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도 나고 심적 부담도 컸다.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낸 곽 대표는 멸치와 새우, 다시마, 표고버섯 4종 천연조미료를 생산해 선물세트와 복합천연조미료 키트를 만들었다.

곽 대표는 할머니의 100년 넘은 씨된장으로 만든 스틱형 된장찌개와 전복미역국을 출시했다.

곽 대표는 매일같이 계획을 세운다.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나를 설정해놓고 이를 위한 세부적인 하위계획들을 세워나고 있다.

곽그루 대표가 만든 제품들

곽 대표는 “사실은 천연조미료도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지만 10년 후에 자색고구마 장인이 돼 한국의 고구마학교를 세우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주로 아픈 사람들이 찾는 이 자색고구마를 열심히 연구해서 더욱 건강하고 맛있는 고구마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소=전남 진도군 군내면 송산길 93-55

연락처=061-543-2078, 010-9615-0726

홈페이지=http://jindomiss91.modoo.at/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