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구멍난 한빛원전 4호기 ‘脫 원전’ 뇌관되나?

방사능 마지막 보루 방호벽·격납철판 녹슬고 구멍

영광주민들 “25년전 부실시공 제기에도 당국 묵살”

한빛1·2호 재가동 결정 ‘원안위’도 거센 비판 직면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론화委’에도 영향 끼칠듯
 

방사능 누출을 막는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뚫리고 격납철판이 녹슨 것으로 드러난 한빛원전 4호기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한빛원전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탈원전 정책도 강화시킬 전망이다. 사진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편집자 주>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방호벽에 구멍이 뚫리고 격납철판이 녹슨 것으로 드러났다. 1.2m 두께의 콘크리트 방호벽은 방사능 누출사고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며,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격납철판 역시 방호벽에 앞서 방사능 누출을 막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발견된 한빛원전 4호기의 방호벽 구멍과 내부철판 부식은 원전 건설 과정에서 콘크리트 다짐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영광군 주민들은 원전 건설 당시인 25년전 부실시공 의혹 등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정부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고 분노했다.

특히 이번 한빛원전 사태는 ‘탈원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을 논의중인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상태에서 또한번 불거진 원전 안전성 논란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가 밝힌 한빛원전 4호기 시공상태 개략도. 회색 콘크리트 방호벽 내부 흰색 부분이 이번에 발견된 공극. 이 공극을 통해 수분이 스며들어 탄소강 소재 CLP(격납철판·사진 속 노란선)도 녹슬었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녹슬고 구멍난 한빛 4호기=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달 27일 영광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ontainment Liner Plate·이하 CLP) 최상단 구간에서 두께 기준(5.4㎜)이 미달한 부위가 120곳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콘크리트 방호벽 안쪽에는 길이 18.7㎝, 직경 1~21㎝ 크기의 구멍(공극)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CLP 두께기준 미달부위는 콘크리트 방호벽에 생긴 공극에 수분이 스며들어 CLP가 녹슬었다고 판단했다. 또 방호벽 공극은 원전 건설과정에서 콘크리트 다짐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극이 발견된 콘크리트 방호벽은 1.2m 두께로 방사능 누출사고를 막는 5개의 방호장치중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6㎜ 두께의 CLP는 탄소강 소재로 만들어진 강철판으로 방호벽 내벽에 설치돼, 방사능 누출을 막는 4번째 방호장치다.

원안위는 한빛원전 4호기와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원전 가운데 운행이 정지된 신고리 1호기와 한울 5호기, 한빛 6호기에 대해서는 공극과 부식 등을 조사했으나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빛 4호기와 비슷한 공법으로 지어져 운행중인 원전도 7기(한빛 5호기, 한울 3·4·6호기,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달해, 전수조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광지역 민간단체와 군민들로 구성된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영광 한빛원전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빛 4호기 가동중단’,‘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원안위 해체’ 등을 주장하는 모습.

◇“25년전 부실시공 의혹 제기했지만”=방사능 누출사고를 막는 한빛 4호기 방호벽과 CLP에 중대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광주·전남 시민사회와 정치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영광지역 민간단체와 영광 주민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전 가동중단과 안전성 확보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992년 한빛 4호기 건설 당시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인부들이 ‘콘크리트 타설시 부실시공’ 등을 영광주민들에게 알려와 이에 대해 원전당국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묵살당했다”며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공사가 완료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격납건물 콘크리트 부실시공과 내부철판 부식 등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20여년 동안 부실시공 등을 밝혀내지 못한 원안위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원안위는 한빛1·2호기의 격납건물 철판 부식의 정확한 원인규명도 못한 채 지난 2월 재가동을 승인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원안위에 핵발전의 안전을 맡겨둘 수 없다. 그들만의 방법으로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도 ‘원자력발전소 안전규제에 실패한 원안위를 즉시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원자로 건물 내부 조감도. 원자력 발전소 건물은 방사능 누출 사고를 막기 위해 총 5개의 방호장치로 구성돼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한빛 4호기 탈원전 뇌관?=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60번째에는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이 담겨있다. 이같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기조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해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 영구중단 결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히 공론화위윈회가 출범된 지 3일 만에 한빛원전 방호벽 공극과 CLP 부식 등이 밝혀지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공론결과를 정부에 권고하는 자문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한빛원전 사태 등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공론화위가 신고리 건설중단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지게 하는 대목이다. 또 공론화위가 이같은 결론을 도출할 경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한빛원전 가동중단을 외치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당장 들어줄 수는 없다. 한빛원전이 호남권 전력 소비량의 68%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개의 원전본부 중 한울원전본부 다음으로 큰 규모인 한빛원전의 발전용량은 5천914㎽에 달한다. 한빛원전의 전력 생산량을 대체할 만한 신재생에너지 등이 개발·확충되지 않고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한빛원전 4호기의 방호벽 공극과 CLP 부식 사태는 원전의 안전성·경제성 논란에 또 한번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황대권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25년 전 한빛원전 4호기 건설 당시 영광군민들이 건설현장 인부들로부터 부실시공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을 듣고 관계당국에 공사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라고 촉구하는 등 수년간 싸움을 벌였지만 이를 묵살당했다”면서 “앞으로 범군민대책위는 영광군민들과 함께 총궐기대회를 열고 한빛원전의 즉각 가동중단을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서부권 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영광/김관용 기자 kk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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