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⑪무안 이정옥씨>

⑪‘행복한 고구마’ 무안 이정옥씨

유기농 고구마 재배로 지속가능한 농업 새 지평 열다

농민운동가 출신 남편과 함께 ‘유기농 전도사’로 변신

남도 해변황토·천연 부산물로 땅심 길러 생산작물 특화

일반 고구마보다 2배 이상 높은 값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이정옥(63)씨는 20년 이상 유기농을 몸소 실천하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농부가 양심적으로 생산한 안전한 농산물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킨다. 제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소비자는 농업인에게 보상과 의욕을 준다. 이런 사이클이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 농업 생태계도 살아나 온 국민이 행복해진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이정옥(63)씨는 남편 김용주(64)씨와 함께 20년 이상 유기농을 몸소 실천하며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23여㏊(7만평) 농지에서 키워낸 고구마는 품질과 맛으로 인정받으며 명품 고구마의 반열에 올랐다. 서울 등 대도시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통해서도 팔린다. 홈페이지를 통한 직거래도 많다. 일반 고구마보다 2배가량 비싼 값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농업회사법인 행복한 고구마의 상품명인 ‘행복한 고구마’는 유기농 고구마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를 쌓았다.

건강한 바닷가 황토에서 이들 부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까닭에 고구마도 행복할 것이다. 이 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처음에는 약간 특별하게 들렸던 ‘행복한 고구마’라는 이름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격동기인 1980년대 부터 농민운동을 고집해오던 김용주·이정옥 부부는 ‘유기농 전도사’로 변신해 연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 제공

■농민운동가에서 ‘유기농 전도사’로 변신=이들 부부는 격동기인 1980년대엔 기독교농민회에 참여해 농민운동을 했고 수입 농산물 저지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농민운동을 고집해오던 이들 부부가 ‘유기농 전도사’로 변신한 것은 지난 1985년 무렵. 이후 매년 고구마 재배포장에 새로운 황토를 넣고 멸치액젓에서 추출한 부산물로 땅심을 높였다.

또 쌀겨, 깻묵, 숯 등 천연자재만을 활용해 생산한 유기질 퇴비로 토양을 관리하며 천적 등을 이용해 병해충을 철저히 관리했다.

여기에 이들 부부는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잘 키워낸 고구마를 연중 좋은 가격에 꾸준히 팔 수 있으려면 저장을 제대로 해야 한다. 키우는 것과 같은 정성으로 저장에 신경을 쓰는 까닭이다. 상온에서도 얼어버리는 고구마의 특성상 냉장고와 같은 장치에 넣어두면 금방 상한다. 지형을 이용한 토굴에 황토로 벽을 두른 전용 저장고에 넣는다. 최대한 고구마가 자라는 환경과 비슷하게 해줘야 한다.

밭에서 맨몸을 드러낸 고구마들은 종류와 크기에 따라 구분된 후 상자에 담겨 모두 토굴 저장고로 들어간다. 저장고는 지형을 이용해 황토벽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구마가 자라는 흙 속과 비슷한 환경 조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저장 기간 고구마의 스트레스를 최소화시켜야 수확한 녀석들은 이듬해 6월까지도 제맛을 유지하도록 해 출하할 수 있다. 편안한 겨울잠을 자고 난 고구마는 더 사랑을 받은 까닭에 더 맛이 있다고들 한다. 재배와 함께 이 저장의 노하우도 이들 부부의 비법이다. 이 고구마에 ‘행복’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6차산업화로 한해 20억 매출=20년 이상 이같은 방법으로 성실하게 유기농을 실천한 이들 부부는 1996년 고구마 품목 최초로 무농약재배 인증을 받았다.

2002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산물 인증을 획득했고 2003년 ‘행복한 고구마’를 상표로 브랜드화했다. 행복한 고구마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것은 열심히 지은 농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고, 거기에 더 좋은 고구마를 키워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더해졌다.

이후 2008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공모한 지역농업클러스터사업에 선정됐으며 2010년 전국클러스터사업단중 최우수 사업단에도 선정됐다.

전남도도 이들의 독특한 농법을 인정, 2011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유기농 명인(名人)’으로 김씨 부부를 선정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유기농이 인기를 누리면서 부부가 매년 거둬 들인 소득만도 2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다양한 색상의 고구마를 키워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판매하는 동시에 이웃에 있는 F&D에서 동결건조 고구마칩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행복한 고구마’ 홈페이지(http://www.happysweet.co.kr)에서 판매중인 유기농 고구마칩.

■“좋은 종자 확보만큼 저장에도 사랑 쏟아야”=아이들 키울 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듯 늘 밭에 나가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이들 부부의 일상이다.

특히 이들 부부는 고구마 생산과정을 전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무안 현경면 농장의 7만여평 청정지역을 보면 소비자들은 신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부부의 영농 철학도 확고하다.

“유기농업은 유기농산물을 사먹는 소비자는 건강을 지키고 생산자는 도덕성과 양심에 가치를 둔 안전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해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판매해야 한다”는 게 이들 부부의 소신이다.

이들 부부는 이어 “유기농업으로 살아나는 자연 생태계는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공익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행복한 고구마’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홈페이지(http://www.happysweet.co.kr)를 통해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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