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광주 자치구간 경계조정 속도 붙나

비협조 시의회 입장 선회 내달 준비기획단 발족

본격 추진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듯

정치권·자치구간 이해관계 복잡 무산 가능성도
 

광주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5개 자치구(區)간 경계조정 작업이 내달 첫발을 내디딜 예정인 가운데 국립아시아문화 전당 부근 상공 헬기에서 바라본 광주시 전경.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5개 자치구(區)간 경계조정 작업이 내달에는 첫발을 내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 동력인 준비기획단 구성이 늦어지면서 좀처럼 앞으로 가지 못하고 헛바퀴만 돌리던 상황이 중대 변화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치구간 경계조정에 비협조적이던 광주시의회는 준비기획단 5명의 명단을 확정하고 이를 곧 집행부에 통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치구 경계조정은 자치구와 지역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자치구간 경계조정 추진,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논의 배경

광주 5개 자치구간 경계조정은 명목상으로는 자치구간 극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주민 편익제공과 행정의 효율성 확대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논의의 가장 중심에 선 곳은 ‘광주 정치 1번지’라고 하는 동구. 지난해 말 기준 동구의 인구는 9만5천791명으로 가장 많은 북구(44만1천66명)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도심 축의 이동과 신흥 택지개발지구 개발 등에 따른 부작용이 낳은 결과물이다.

10만 인구의 붕괴에 따라 동구는 3급 부구청장 직급이 올해 1월부터 광주 유일의 4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대로 가다가 9만명 마저 붕괴되면 행정기구는 현행 3개 국(局)에서 2개로 줄어들게 된다.

재정자립도 역시 남구 13.5% 북구 14.1% 동구 14.7%인 반면에 서구 23.5% 광산구 21.4%로 자치구간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4월13일에 치러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광주에서 국회의원 8석을 유지하기 위해 동구와 남구, 북구 갑·을 선거구를 재편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0월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용되는 선거구별 인구변차 비율은 2대 1을 넘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위적인 선거구 조정은 남구의 경우 ‘1.5명’ 국회의원을 가진 꼴이 됐고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자치구간 경계조정을 통해 불합리한 선거구를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제기됐다.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간 경계조정을 위한 준비기획단이 내달 발족한다. 시의회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입장을 바꿔 23일 자치구별 5명의 위원을 선정 작업을 마치고 집행부에 명단을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 추진 움직임

지난해 11월 광주시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제2회 추경에 자치구 경계조정을 위한 용역비로 1억3천800만원을 반영했다.

이어 12월 윤장현 시장과 5개 구청장이 만나 향후 준비기획단을 구성한 후 관련 용역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광주시는 지난 1월 준비기획단 구성에 착수했다. 준비기획단은 시와 각 자치구, 교육청, 시·구의회, 주요 정당, 학계와 시민단체, 경제, 여성계 등 모두 39명으로 꾸리기로 했다.

특히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정치권 5명과 각 자치구별 시의원 5명, 구의원 5명 등 모두 15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광주시의회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으로 양분된 시의회는 내부적인 의견 조율을 못해 반년이 넘도록 위원 5명을 추천하지 못했다.

시는 시의회 설명회에 이어 의장과 해당 상임위원장에 면담을 통해 10여 차례 이상 위원추천을 요청했고 지난 달 27일에는 의원 전체를 상대로 직접 설명회도 열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추석 연휴이후 이러다가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시의회도 입장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의회는 최근 ▲동구 조세철(민주당) ▲서구 김보현(민주당) ▲남구 박춘수(국민의당) ▲북구 반재신(민주당) ▲광산구 김민종(국민의당) 의원 등 5명의 명단을 확정하고 23일 집행부에 이를 통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내달 중 준비기획단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 복잡한 셈법

이번 자치구간 경계조정은 5개 자치구가 전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폭인데다 선거구 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지난 2011년의 경계조정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

각 자치구도 경계조정의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방향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10만 명 이하로 떨어진 동구는 단순히 인구 균형을 맞추는 식의 경계조정이 아닌 자치구별 특색을 살린 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아 느긋한 북구와 광산구는 인구를 억지로 나눠주는 형태의 경계조정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서구도 대로(大路)나 하천 등 지형만을 고려하면 주민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각 자치구는 겉으로는 경계조정안이 인구 불균형과 도심 공동화 해소, 미래 공동체 구상 등을 담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고 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양보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게다가 자치구간 경계조정은 향후 선거구 획정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지역정치권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논의 과정에서 매사에 딴지를 걸어 전체 일정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 2011년 사례

지난 2011년 8월 9일, 광주 4개구(광산구 제외) 6개 지역 11개 동(洞)을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령은 곧이어 대통령 재가 후 공포됐고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북구 풍향동·두암동·중흥동·우산동 일부(0.52㎢·인구 5천181명)와 남구 방림동 일부(0.06㎢·인구 612명)가 동구로, 동구 산수동 일부(0.05㎢·인구 660명)와 서구 광천동 무등경기장 부지 일부(0.05㎢)가 북구로 편입됐다.

또 북구 동림·운암동 일부(1.28㎢·1만7천754명)는 서구로, 남구와 서구에 걸쳐 있던 송원학원(0.06㎢)은 남구로 조정됐다.

당시 광주시 경계조정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다.

지난 2001년 12월 시작돼 해당지역 구의회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되던 것을 10년 만에 결실을 맺은 까닭이다.

특히 대전과 부산 등이 자치구 간 경계조정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선거구 변화에 따른 당선 불안 등을 우려한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경계조정안은 불과 4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미완성으로 드러났고 실질적인 경계조정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10년이 안 돼 경계조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 현재의 상황

광주시는 이르면 이번 주 시의회가 5명의 명단을 통보해 오면 준비기획단을 내달까지 발족하고 경계조정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12월 중 발주할 계획이다. 용역은 10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는 준비기획단 운영을 통해 용역 중에 주민·전문가·정치권 등 의견 수렴과 토론회 등을 병행할 방침이나 경계조정의 본격적인 추진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진행할 방침이다.

이는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을 경계하는 정치권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연말에 경계조정안 본격 추진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사실이다.

내년 10월 용역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경계조정안이 해를 넘길 것이 뻔하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년여 앞두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첩첩산중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 결과 지역정치권이나 자치구의 이해관계에 발이 묶이게 되면 경계조정 작업은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성공에 대한 기대에 못지않게 이번 자치구간 경계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논의만 하다가 끝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일 기자 jip@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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