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18.해남 한안자씨>

18. ‘동국장’해남 한안자씨

50년째 전통장류 빚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국산 재료만 사용·옛맛 그대로 살려 전국서 ‘불티’

한·미 정상 만찬 가자미구이에 소스로 사용 ‘화제’
 

한안자 명인은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간장과 된장 제조방법으로 전통식품인 동국장을 개발해 지난 2010년 전통식품 명인 제40호로 지정됐다. /전남도 제공

전남 전통장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에서 한식의 깊은 맛을 뽐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저녁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접한 코스 요리는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 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한우갈비구이’, ‘독도 새우, 잡채 등을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등 네 가지였다.

이 가운데 만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요리인 가자미구이에는 전남 해남 ‘동국장’이 사용됐다. 우리나라 최초 된장이라고 알려진 동국장을 담근 주인공은 한안자(78) 명인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0호’ 한 명인은 지난 1993년 고추장·된장·간장이 각각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것을 비롯해 장류 말고도 여러 식품이 전통식품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의해 지정되면서 식품 전문가의 탄탄한 길에 올랐다.

한 명인은 광주 출생으로 조선대 가정학과를 나와 가정과 교사로 15년 일했으니 ‘식품 명인’으로서의 전제(前提)를 이미 확보한 후 출발선에 선 것으로 보겠다. 우리 지역으로써는 다행스런 일이다. 그는 이 분야 여느 전문가들과도 흡사하게 발효식품이라고도 하는 장류식품의 전통을 찾아보는 일에서 옛 음식 또는 식품의 면모를 처음 발견하며 소명의 삶을 시작한다.
 

한안자 명인은 조선시대 왕후 집안인 사직촌 한씨가문의 30대손으로 태어나 한씨 집안 전통장류 비법을 전수받았으며 결혼 후에는 시어머니로부터 해남 윤씨 집안의 장류제조 비법까지 전수받아 50년간 이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정면 돌파’로 문제 해결하는 스타일=한 명인은 조선시대 왕후 집안인 사직촌 한씨 가문의 30대손으로 태어나 한씨 집안 전통장류 비법을 전수 받았다.

결혼 후에는 시어머니로부터 해남 윤씨 집안의 장류제조 비법까지 전수받아 50년간 이를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한 명인이 전통식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0년 초 무렵. 당시 나라도 어지럽고 우리네 살림도 팍팍할 때 이런 중요한 일을 선제적으로 펼친 밝은 눈과 의욕, 참 대단했다. 그래서 이 터전을 이룬 것이리라 짐작된다. 사실 음식분야를 문화의 범위에 넣어 ‘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공감을 이룬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하지만 워낙 이 부문의 전통이 많이 망가져온 터라 한 명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명인은 빚까지 얻어 시설투자를 했지만 일본 제품 선호도와 대기업 제품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한 백화점 행사로 들어간 발효 된장이 소비자들로 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갑자기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벌크인 항아리에서 된장을 떠줘 판매해서는 안 되고 포장을 해서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명인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명인은 대개의 일에서 에둘러 살피거나 주저하지 않고 본질에 바로 육박하는 스타일을 구사한다. 사업 초기부터 농림부,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전남도, 전남대 농대, 목포대 등과 연계해 ‘조상의 발효식품의 맛과 지례를 현대 과학으로 풀어내는 일’을 벌였다. 또 우리의 전통음식을 그대로 살려 게장, 조개젓, 어리굴젓, 자애젓 등 순수하게 전해져 오는 전통음식을 개발했다. 이후 경과를 보니 그런 투자의 성과가 만만치 않았다.
 

동국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 메뉴의 소스로 활용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전통장류 분야‘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0호’ 지정=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 명인은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간장과 된장 제조방법으로 전통식품인 동국장을 개발해 지난 2010년 전통식품 명인 제40호로 지정됐다.

전통식품 명인은 전통식품의 계승·발전과 우수 제조기능 보유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1994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하고 있다.

한 명인은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귀빈식품’을 설립하고 전통적 제조방법으로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전통장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도 높이 평가받아 명인에 선정됐다.

또 그는 2017년 유통 및 가공 분야 전남도 농업인 대상을 수상했다.

동국장은 메주를 떠서 간수를 뺀 천일염에 3년 이상 숙성시켜 끓이거나 간장을 따로 내지 않고 그대로 먹는 생장의 일종이다.

된장과 간장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 동국장은 희석하는 정도에 따라 나물을 무치거나 국, 찌개를 끓일 때 만능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샐러드 드레싱으로 사용해도 각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배부르지 않은 손님은 못 나간다’는 돈독한 인심=소문나기를, ‘이 집은 손님이 배부르지 않은 채 대문을 나서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낙낙한 살림과 음식, 마음의 여유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남도 인심의 개화(開花) 아니겠는가. 밥 먹으로, 체험하러, 공부하러, 된장 사러 줄 서서 들르는 외지 손님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이유다.

전국 백화점과 농협 등에 2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각종 축제와 행사에도 적극적이다. 잘 마련한 냉장창고와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품질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2010년 품질경영시스템 ISO9001 인증도 받고, 성실납세자 표창까지 받았다. 그의 기업 전남 해남군 황사면 귀빈식품 얘기다. 살림을 세련되게 꾸리는 야무진 기업의 모습이다. 매출 등 규모도 어지간하다.

그러나 이 기업의 지휘자이기도 한 한안자 명인. 그는 명인으로서의 마음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늘 다잡는다. ‘인심과 음식이 둘이 아니고 하나 즉 같은 것’이라는 생각도 그렇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퍼주는 것처럼 고객을 대한다는 마음 씀씀이도 그렇다.

때로는 찾는 이가 너무 많을 때, ‘내 이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가는 이가 혹 있으면 어쩌나’하고 조바심하는 이유다. 그래서 해질 때까지 늘 바쁘다. 기끔이기도 하겠다. 한 명인의 카리스마는 거기서 나온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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