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24. 화순 조기주씨>

24. ‘안전한 계란’ 화순 故 조기주씨

전남 최초 기계화 시설 도입·사료 고급화

40여년간 질 좋은 생육환경 개선 ‘앞장’

도전 정신·끊임없는 연구…생산성 향상
 

전남 화순군 화순읍 삼천리 삼광농장 고(故) 조기주씨는 수십년 전 질 좋은 생육환경 개선해 지역 양계산업의 한 획을 그은 축산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엄청나게 규모가 크다. 그만큼 양계농가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양계농가들은 지난 겨울부터 불어닥친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살충제 계란 파동, 계란 값 하락 등 잇단 악재에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양계농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며 의도치 않은 독성물질의 반격이라는 공포에 질렸다.

상당수가 친환경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충격도 컸다. 결국 정부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부적합 농장의 계란을 전량 회수·폐기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수십년 전 질 좋은 생육환경 개선으로 지역 양계산업의 한 획을 그은 축산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삼천리 삼광농장 고(故) 조기주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러 축산인들 중에서도 선도적이면서 진취적인 업적을 쌓아 도내 양계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난 벗고자 사직한 양계업=조씨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양계 자동화 시설을 제일 먼저 갖춰 양계업계의 선두를 달렸던 축산인이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양계사업을 하던 지난 1984년, 사료 공급부터 물 공급, 채란, 계분 처리까지 기계화를 도입했다.

한 발 앞선 생각이었고, 도전 정신과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낳은 성과였다. 당연히 결과는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크고 작은 곡절 속에서도 양계업을 운영하며 닭과 함께 살았던 조 대표의 성공 비결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조씨가 양계업을 운영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아버지는 해방 이전부터 다양한 작목을 시험삼아 키워 볼 정도로 농업분야에 앞선 분이었다. 6.6㏊(2만여평)에서 뽕나무와 밤나무를 심어 기반도 다졌다. 70년대에 양송이를 심어 미국 수출까지 하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조씨가 지난 1969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촌에 남기로 한 것도 아버지의 그런 사업 성공과 무관치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한 양잠업과 밤나무 재배 등에 재미를 붙일 즈음 운명적 계기가 다가왔다. 양송이 대미 수출 중단에 이어 지난 1976년 밤혹벌레가 번지면서 밤밭이 황폐화된 것이다. 집안은 어려워졌고 조씨는 밤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닭을 키울 축사를 지어 양계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1만 마리 정도를 키울 목표로 도전했다.

조씨는 자동화시설을 갖춘 서울 등 곳곳을 다니며 기술을 익히고 사료 구입, 습도·환기 관리는 물론 닭병 예방을 위한 접종기술도 배웠다. 닭 축사에서 잠을 자고 사료를 지게로 나르며 밤새 예방접종을 손으로 하던 힘겨운 일들을 해냈다.
 

조씨는 광주·전남지역에서 양계 자동화 시설을 제일 먼저 갖춰 양계업계의 선두를 달렸던 축산인이다. 사진은 생전 조씨가 계사 앞에 선 모습. /전남도 제공

■앞선 양계기술 투자로 승부=출발은 좋았다. 지난 1976년부터 3년간 양계업 호황기에 재미를 봤다.

그러나 지난 1976년 닥친 과잉생산에 의한 계란값 폭락, 1981년 세계곡물파동으로 인한 사료값 폭등으로 시련을 겪었다. 결혼 패물을 팔아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 같은해 계란 유통업자들의 농간까지 겹쳐 어려워지자 조씨는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도매상점을 개설, 생산과 판매를 겸했다. 도매점은 그를 버텨내게 한 밑천이 되기도 했다.

안정을 되찾은 조씨의 다음 목표는 ‘산란율 높이기’였다. 채란양계의 성패는 산란율에서 좌우됐다. 그래서 도입한 게 자동화설비, 사료 공급부터 계분을 처리하는 데까지 과정을 기계화해 인건비도 줄일 수 있었다. 산란율 높이기 위해선 사료도 고급으로 먹여야 했다.

이후 기계화를 확대한 것은 물론 시설을 현대화하는 과정을 계속해 도내 어느 양계농가보다 높은 산란율을 기록했다. 연간 닭 한 마리당 340개 정도의 알을 낳는 정도까지 산란율을 높였는데 그 비결은 양질의 시설, 고급 사료, 예방 위생 등에 있었다.

조씨는 지난 2016년에 다시 한번 닭 축사 현대화를 추진했다. 온도에 따라 또는 환기를 위해 문이 자동 개폐되는 등 관리 전 과정을 스마트화한 초대형 무창(無窓)시설 2개 동을 설치한 것이다. 외양은 마치 최신시설의 대형 아파트를 연상하면 될 규모다.

■품질은 투자에서 나온다=무엇보다 양계산업에 대한 조씨의 철학은 확고했다.

양계산업이 예기치 못한 전염병 유행 등 위험요소들이 많지만 예방위생을 강화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조씨는 한 발 앞서 현대적이고 안전한 시설에 투자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었다.

조씨는 이웃농가를 위해 수많은 기술지도와 강의하는 등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닭 박사’로 불렸던 조씨는 지난해 위암으로 세상과 이별할 때까지 4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로지 질 좋은 생육환경 개선으로 건강한 먹거리 제공에 진력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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