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27.‘무화과 용기 재배법’ 영암 변만호씨

지구 온난화 이용 무화과를 ‘겨울 과일’로…

농업 연구사 출신…초가을·초봄 수확 기술 개발

부드럽고 당도 높아 10배 이상 농가 소득 올려줘
 

지난해 정년퇴직한 변만호(61) 전 전남도농업기술원 연구사는 기술집약적인 무화과 농사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보급해왔다. /전남도 제공

전남 서남해안 일대가 무화과의 본고장이 된 지는 오래다. 지난 1970년대부터 선구 농업인인 고(故) 박부길 선생<남도일보 2017년 8월29일자 10면 참조>이 주창하고 시범을 보이면서 영암 삼호지역에서 무화과가 많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삼호지역이 무화과 원산지인 지중해 기후와 가까운 데서 얻은 변만호(62) 전 전남도농업기술원 연구사의 발상이 성공적으로 전개된 것이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변 전 연구사는 기술집약적인 무화과 농사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보급해왔다. 그는 ‘겨울에도 좋은 과일’을 늘 궁리해왔다. 황량한 겨울을 넘기면서 춘삼월까지도 즐겁게 따먹을 수 있는 과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건강식 리스트에 들기도 하는 이 무화과의 수확 시기를 가을 한 철에서 초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로 늘려보기로 한 것이다.
 

농가에서 재배중인 무화과를 살펴보는 변 전 연구사. /전남도 제공

■초봄 수확·2기작도 가능 ‘용기 재배법’개발

변 전 연구사는 적절한 원예용 상토가 든 상자에 무화과나무를 심고 특별한 배양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면서 하우스의 온도를 맞춰 주는 매뉴얼을 개발했다. 2000년 새 밀레니엄 시작 무렵의 일이었다. 5년여의 시간이 걸려 개발된 이 ‘무화과 용기 재배법’으로 초봄에 생산된 무화과는 초가을에 생산된 것의 10배 가격에 팔렸다. 더 부드럽고 당도도 높았다. 동해에 유달리 약한 무화과의 이미지를 ‘겨울 과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연료비가 좀 많이 들기는 하지만 1년에 두 번 수확하는 2기작 재배도 가능해졌다.

수확 시기를 조절하는 이로움 뿐만 아니라 밀식으로 인한 단위면적당 수확량의 증가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기술의 개발로 한 해에 삽목(꺾꽂이)부터 수확까지 가능한 작목이 됐다. 육묘기간이 30일 가량 짧아진 덕이다. 아열대 과일이어서 땅 온도를 13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관건인데, 용기 재배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 16도인 지하수를 끌어올린다던지, 전열온상 등으로 하우스 온도를 맞추는 것이다.

‘무화과 용기 재배법’ 매뉴얼은 특허로 등록돼 여러 지역의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몇 해 전에는 무화과 용기 재배법에 필요한 배양액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3년 연구와 시험 끝에 ‘과실 상자재배용 양액조성물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4년 특허등록을 할 수 있었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에게 생소했던 무화과가 생활 속의 과일이 된 것이다.
 

전남 영암군은 지난 2015년도 ‘영암 무화과 산업 특구’로 지정받았다. /영암군 제공

■‘지구온난화’극복 노력

이런 성과와 변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겨내려는 그의 노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실효과를 유발하면서 우리나라의 평균기온 역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평균 기온은 13.1도로, 1973년 전국 기상 관측이 시작한 이래 7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12.5도)보다 0.6도 높은 수치다.

특히 4월과 5월, 7월 기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게 나타나 전체 평균 기온을 끌어올렸다. 5월에는 따뜻한 남서류가 지속해서 유입된 데다 일사까지 강해 평균 기온이 18.7도까지 오르며 역대 5월 기온 중 가장 높았다. 전 지구적으로도 2017년 평균 기온은 높았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미국국립해양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은 14.84도로, 20세기 평균(14.0도)보다 0.84도 높았다. 2016년(+0.96도)과 2015년(+0.88도)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수준이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증가하는 가운데 2016년과 2015년은 엘니뇨 영향까지 더해져 연평균 기온이 크게 올랐다.

더욱이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기후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50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3.2도 올라 여름은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27일 짧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여름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 전 연구사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전남 농업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농도 전남’아열대 전략 품목이 농촌 풍경 바꿔

이러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8년부터 전남 농업당국은 대만 등 4개국으로부터 아열대 및 열대과주 22종을 도입해 재배방법 등을 연구 중이다. 그 동안 연구결과를 반영해 전남지역에 유망한 열대과수로 망고, 아떼모야, 구아바, 파파야, 패션프루트 등을 11개 선도농가의 16.5㏊에 입식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도내 아열대 과수 재배 농가는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도내 아열대 과수 재배 농가는 모두 3천401농가, 1천478㏊로 나타났다.

영암 785농가(418㏊)를 비롯해 고흥 767농가(290㏊), 신안 336농가(117㏊), 보성 309농가(171㏊), 순천 204농가(60㏊), 여수 106농가(16㏊) 등 순이다. 인기 작물로 떠오른 커피는 고흥 14농가, 신안 1농가, 망고는 여수 4농가, 광양 6농가, 곡성ㆍ강진ㆍ무안 각 1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다.

변 전 연구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온난화 또는 기후변화라면 이를 역으로 기회로 삼으면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이 부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할 수 없는 그 변화가 저만치에서 오고 있는 것, 즉 ‘미래’가 아니고 이미 우리 삶을 흔들고 있는 ‘현재’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우리가 주도하는 농업에서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무화과를 초봄에도 수확할 수 있도록 기술과 방법을 개발한 것도 그런 연구 과정에서 얻은 효과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변 전 연구사는 지난해 도 농업기술원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쉬지 않고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런 실험과 시도의 결과는 향우 전남 농업의 활로를 찾고 아울러 국제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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