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30. 강진 김견식씨>

30.‘병영주조’ 강진 김견식 대표

60년간 오롯이 ‘좋은 술 제조’ 고집한 장인

‘푸대접’막걸리 산업 ‘뚝심’으로 명맥 이어

병영소주 제조 기능‘식품명인’ 61호 지정
 

전남 강진군 병영양조 김견식(80)대표는 지역의 농산과 전통을 성실함 하나로 구제적인 명산(名産)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은 기적을 빚어왔다. /전남도 제공

‘전통주’막걸리는 값싸고 서민적인 술로 꼽힌다. 60·70년대 배고프던 시절 서민들이 부담 없이 막걸리를 마셨고, 80·90년대 돈 없는 대학생들도 친구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서민적이고 소박한 이미지의 막걸리를 만찬주 등으로 적극 활용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인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의 막걸리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알코올 함량이 낮은 데다 각종 영양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걸리는 ‘웰빙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때 사양 산업이었던 막걸리가 지금껏 명맥을 이어온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감과 긍지를 잃지 않고 미래를 일궈온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진에서 60년 동안 지역의 농산과 전통을 성실함 하나로 작은 기적을 빚어온 병영주조 김견식(80)대표도 그중 한명이다. 김 대표는 ‘막걸리 동네장사’술도가에서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나온 것처럼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주의 명장으로 인정받는다. 술맛을 아는 이들은 좋은 술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본다면 김 대표의 선전은 어쩌면 당연하다. 헛짓 안 한다. 연구와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 최고의 재료만 쓴다. 그러니 더 큰 성공이 있을 것이다.
 

김견식 대표가 옹기소주고리를 이용해 술을 빚는 모습. /전남도 제공

■20세에 술 만들기에 입문…60년간 한우물

김 대표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지난 1959년 스물 갓 넘은 나이에 친적이 경영하는 주조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작고도 큰 인연의 시작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괜찮았다. 당시 병영주조장은 직원이 20명이 넘고 막걸리와 소주를 만들어 파는 시골에서는 비교적 규모 있는 공장이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착실하게 기술을 배워나갔다. 그러나 박정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막걸리의 원료로 쓰일 쌀을 쓰지 못하게 한 정책 등이 충격이 돼 ‘우리 술’ 막걸리에 대한 푸대접이 본격화됐고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함께 추락하게 됐다. 때로 오르락내리락 하긴 했지만, 막걸리 사업은 서쪽 하늘에 걸린 해처럼 사양업종이 됐다.

입에 쩍 달라붙던 그 막걸리 맛의 세계가 밀가루 막걸리의 황폐한 맛으로 바뀌고, 그나마 같은 규격으로 만들도록 규제를 받게 돼 전국 어디를 가나 대개 같은 맛으로 획일화됐다. 누룩 등 관련 업종과 기술도 함께 추락했다. 산업화로 인구가 도시로 향하던 분위기가 사양화를 더욱 재촉했다. 대도시에서 만드는 소주의 시대가 됐다. 병영주조장도 막걸 리가 팔리지 않아 직원들이 떠났다. 마침내 김 대표 혼자 병영주조장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지난 1978년 아예 주조장을 인수했다. 다 말리던 일이었다. 농사를 지어 사업에 보태 겨우 명맥을 이어갔다. 90년대 정부의 양곡정책이 변해 쌀 막걸 리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한번 망가진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맛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커져갔다. 다른 지역의 양조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닫는 업체가 줄을 이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김 대표는 자신의 철칙을 버리지 않았다.

새로운 술을 만드는 궁리도 계속했다. 2000년 들어 한약재를 넣은 약주 ‘청세주’도 냈고, 당시로는 높은 도수인 40도의 증류주 사또주도 개발했다.
 

김견식 대표는 지난 2012년 자랑스러운 전남인상을 수상했다. /전남도 제공

■‘믿을만한 술’입소문이 그의 철학 살려

지난 2005년부터 막걸리의 기능성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일본 관광객이 막걸리에 호감을 보이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에 일본에 ‘병영주조 막걸리’를 수출하게 된 것이 신호가 됐다. 다른 상당수 막걸리와는 달리 주조장에 직접 발효시키는 김 대표의 막걸리는 ‘믿을만한 술’로 인정받아 입소문을 탔다. 그의 ‘철칙’이 빛을 본 것이다.

지난 2009년 제1회 남도 전통명주 선발대회 우수상, 2010년 남도 전통술 품평회 일반증류즈 부문 우수상, 2012년 자랑스러운 전남인 선정 등 그의 평가가 이어졌다. 각종 국내외 주류 품평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수출의 길로도 들어섰다.

지난 2013년에는 제61호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됐다.

식품명인제도는 정부가 전통식품의 계승·발전과 가공 기능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1994년부터 도입해 시행하는 제도다.

또 지난 2016년에는 전라도 전통식품명인전에 참가했다. 같은해 벨기에 국제주류박람회 ‘몽드컬렉션’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강진 병영주조장을 둘러보는 김 대표의 모습. /전남도 제공
설성만월막걸리
청세주

■6차 산업화로 강진 이미지 업그레이드

김 대표는 ‘맛이 깊은 술’을 늘 염두에 둔다. 좋은 사람들의 고장에서 나는 좋은 술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담은 브랜드를 생각하는 것이다.

쌀과 누룩, 물 등 신선들에게도 자신 있게 대접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나는 땅 강진 들판의 한 복판, 병영성의 소재지이기도 했던 요지에서 틀을 단단히 다진 병영주조는 술 제조과정을 주제로 하는 관광자원화 사업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외국관광객들도 재미있어할 주제다. 황토방과 시음장이 들어섰다. 이 일대의 관광명소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설성만월막걸리’, ‘청세주’ 등 병영주조 전통술은 인터넷(www.byjujo.co.kr) 또는 전화(061-432-1010)로 구입할 수 있다.

설성만월막걸리는 전남도 친환경막걸리 공동브랜드로 사용되는 ‘만월’로 강진 도암면의 윤정인 유기농쌀생산명인과 계약재배한 100% 유기농쌀로 빚는다.

청세주는 ‘세상을 푸르게 하는 술’이란 뜻으로 옅은 녹차와 같은 술 빛깔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