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33.보성 서찬식씨>

33. 서찬식 보성제다 대표

지리적 표시제 제1호 ‘보성녹차’ 산파

땅심 맞는 종자 개발 지역 특산품로 우뚝

‘다향제’ 열어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
 

서찬식 보성제다 대표는 지난 1999년 보성녹차를 지리적 표시제 등록 제1호 선정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남도 제공

우리나라 차(茶)를 떠올리면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차의 대표 산지가 된 전남 보성이다.

보성이 녹차 생산에 가장 적합한 기후와 토양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과 바다, 해양성·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해 일교차가 큰 점이 차의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준다. 연평균 영상 13.4도, 강우량 1천400㎜, 맥반석 성분이 함유된 토양으로 최적의 생육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안개 낀 날이 많아 차나무 성장기에 많은 수분을 공급하면서 자연차광 효과까지 더해 차 맛을 더욱 좋게 한다.

이러한 최적의 환경에서 자란 ‘보성녹차’가 차 그 이상의 브랜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서찬식(82) 보성제다 대표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성녹차’가 차 그 이상의 브랜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서찬식 보성제다 대표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남도 제공

■설록차에 앞서 탄생한 ‘신녹차’

서 대표는 전남 광양시 중동이 고향이다. 고향 뒷산에 야생 차밭이 있어 어렸을 적부터 차 맛을 보며 자랐다. 한국 차 산업의 선구자인 한국제다 서양원 사장이 그의 숙부다. 군 제대 후 한국제다에 몸을 담고 홍차를 만들며 제다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인스턴트 홍차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어려워진 제다 환경 때문에 녹차로 방향을 바꿨다.

보성은 지난 1940년부터 30㏊의 차밭이 조성됐다.

보성녹차는 지난 1969년부터 1982년까지 농특사업으로 추진됐다. 그 면적이 이제 600㏊에 이를 정도로 전국 최대 규모의 차 산지가 됐다. 하지만 차 문화의 더딘 정착과 커피, 콜라가 차지한 음료문화는 차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녹차의 대중화를 모색하던 서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지난 1979년 자신만의 녹차를 만들어 낸다. 이 녹차는 보성에서 만들어 한국제다를 통해 한남체인에서 ‘신녹차’로 판매됐다. 이듬해 한남체인이 떨어져 나가고 태평양이 판매를 맡으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놀라만큼 많은 봉지 녹차가 팔려나갔다. 그게 지금의 ‘설록차’가 태어난 배경이다.
 

전남 보성녹차밭 전경.

■‘녹차하면 보성’이라는 이미지 만들어

서 대표는 지난 1982년 ‘작설원’을 열고 독자적으로 ‘보향차’를 만들었다. 이 무렵 ‘차인회’를 결성하고 다향제 개최를 추진한다. 다향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곁들인 보성의 다향제에는 첫 해에만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차인회는 우리차 마시기 운동을 펼치며 사람들이 다시금 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보성이 최대의 차 산지’라는 기록을 과시하기 위해 보성 와이즈맨 회장 시절 보성 어귀에 ‘다향탑’도 세웠다.

여러 노력의 결실로 보성녹차는 86년 아시안게임에서 지역특산품으로 지정되고 전남도 지정 향토음식으로 선정됐다. 서 대표는 좋은 차를 위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상 품질의 차를 얻기 위해 전국에 있는 차나무를 보성에 맞는 녹차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1995년까지 보향차를 생산하던 서 대표는 당시 녹차들이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영농조합 보성제다’를 설립했다. 그렇게 해서 ‘곡우’, ‘우전’ 등의 차별화된 녹차를 만들었다. 서 대표의 손에서 만들어진 차들은 (사)한국차인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명차 선정 첫해인 1994년 올해의 명차로 선정됐고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디 3년 연속 올해의 명차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 2002년 ‘영농조합법인 보성녹차연합회’를 발족하고 보성녹차를 우리나라 최초 지리적 표시제 1호로 등록했다. 당시 보성 녹차연합회장직을 맡은 서 대표는 한때 지리적 표시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자 정부를 향해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한 품목을 우대하고 지리적 표시제의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마케팅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보성녹차연합회는 현재 40여개의 업체가 동록돼 보성녹차의 품질 고급화와 홍보 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차인’지 복간 20주년 기념사업으로 한국차인연합회가 대한민국 차문화 명인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제1회 차문화의 명인을 발굴, 선정했다. 제36회 차의 날 행사에서 서 대표는 한국 차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다명인’에 선정됐다.
 

보성녹차

■지리적 표시제 등록 제1호 ‘보성녹차’

무엇보다 서 대표는 지난 1999년 보성녹차를 지리적 표시제 등록 제1호 선정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보성녹차는 지리적 표시제 등록 후 20년 가까이 국내에서는 ‘녹차=보성’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보성군은 전국 최대 녹차 주산지로 ‘녹차수도’를 지역 대표 이미지로 가꿔가고 있다.

‘보성녹차’의 꿈은 다양한 국제 마케팅을 통해 그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차의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 유럽 수출 길을 연 데 이어 2008년 말에는 대한항공과 농협중앙회와 제휴해 기내식 재료에 선정되기도 했다. 자치단체 최초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국제유기인증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성 인증을 모두 획득해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보성녹차는 친환경 자연조건까지 함께 갖췄다. 산비탈에 씨앗으로 파종하고 가꿔 생산자는 힘이 많이 들고 경영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소비자는 자연 상태와 같은 조건에서 재배되는 질 좋은 차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인 보성다향대축제가 18일부터 5일간 한국차문화공원 일원에서 ‘차소풍Picnic’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올해로 제44회째를 맞이한 보성다향대축제는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다양한 차문화 행사와 차 관련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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