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34.장흥 한용희씨>

34. ‘장흥 표고버섯’ 한용희 前 장흥군청 과장

40년 표고재배 산파 역할…최고 명산지로 우뚝

관행 깨고 줄기째 유통…글로벌 새 기준 도입

보존성·생산량 향상…‘정남진 삼합’ 완성 기여
 

한용희(68) 전 장흥군 환경산림과장은 ‘장흥 표고버섯’ 재배의 산파 역할을 했다. /전남도 제공

전남 장흥은 한우의 고장이다. 깨끗한 바다가 앞마당이니 키조개가 많이 난다. 쇠고기와 패주라고도 하는 키조개의 관자는 그래서 좋은 재료다. 이 둘에 표고버섯을 합쳐 마케팅의 제목으로 삼은 것이 바로 ‘정남진 삼합’이다. 성공적으로 새 전통을 만든 것이다.

정남진 삼합은 홍어 삼합처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남쪽 바다에 왔으면 이쯤은 먹어야 제격이 아니겠는가? 명불허전, 과연 맛나다. 권할만 하다. 홍어 삼합만큼 귀한 음식이지만, 장흥에서는 비교적 ‘착한 값’에 즐길 수 있다.

표고버섯은 원래 장흥에 많이 있던 것이 아니다. 지난 1976년 장흥군 유치면의 기 아무개씨가 처음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불과 40년 전에 이곳에서 시작된 작물이다. 유치면 지역의 좋은 숲에서 난 나무를 잘 활용한 농사였다. 전국 표고의 20% 남짓이 장흥에서 난다. 말린 표고를 기준으로 삼으면 30% 남짓이 장흥산이다.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장흥이 ‘표고의 고장’이 됐을까? 그 중심에는 한용희(68) 전 장흥군 환경산림과장이 있다.
 

한용희 전 과장은 호를 아예 ‘표고’라고 붙여도 어울릴 정도로 몰두했다. /전남도 제공

■‘정남진 삼합’의 밀사 역할은 그의 아내

한 전 과장은 호를 아예 ‘표고’라고 붙여도 어울릴 정도로 표고버섯 연구에 몰두했다. 광주농고를 나온 농업직 공무원으로 어색하지 않은 경력 중 하나다. 자료를 보니 ‘표고버섯 재배기술 획득과 보급’이 ‘한용희와 표고버섯의 관계’를 한 줄로 적절하게 설명한다. 90년대 들어 표고버섯 농사가 ‘좀 된다’는 예측이 줄을 잇자 장흥군은 ‘장흥 표고 유통공사’라는 공기업을 세운다. 산림과에서 일하던 그는 공사의 관리부장으로 ‘장흥 표고버섯’의 깃발을 든다.

재배하는 작물이기는 하지만 표고버섯은 환경과 성장, 수확(채취), 선별, 건조 등 처리과정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등급이 있다. 물론 이 등급은 고급과 저급을 가르는 품질을 따지는 것이다. 본격적인 상품화나 수출을 위해서는 그 등급과 기준을 알아야 했다.

장흥군 임산자원계장 시절 그는 자비를 들여 부산 영도구의 표고버섯 수출 전문화사에 ‘밀사’를 파견했다. 15일간 부산에 머무르며 고생 끝에 그 기준을 배워온 그 사람을 통해 한 전 과장과 장흥은 비로소 ‘표고버섯의 모든 것’을 완성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 밀사는 바로 한 전 과장의 아내 이을순씨였다.
 

장흥 표고버섯밭

■여러 단계의 국제규격과 기준 독학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일본과 홍콩, 상하이의 국제 표고버섯 시장과 전문가를 찾아 나섰다. 해외여행이 호사로 여겨지던 때라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이 ‘공부’를 아예 자비를 들여 휴가 형식으로 다녔다. 농촌진흥청의 1주일 표고버섯 교육과정만을 거친 그가 표고 전문가가 된 내막이다.

당시 우리 시장에서 표고버섯을 포함한 버섯은 줄기를 잘라내고 매매됐다. 외국 시장을 보니 줄기째 팔리고 있었고 줄기가 없는 것은 아예 거래가 되지 않거나 허접한 찌꺼기 취급을 받았다. 인건비 비싼 일본에서 그런 식으로 수출하니 그것을 ‘고급’으로 인식한 홍콩, 상하이 등의 시장도 그런 형태를 선호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바로 장흥 표고버섯에 이를 적용했다. 인건비는 줄이고 보존성과 생산량(수율)은 10~15% 증가시킨 일석이조 전략이 됐다.

화순·곡성·해남 등이 장흥으로부터 표고버섯 재배기술의 협조를 받았다. 경남 거제를 비롯해 충남 공주·부여 등에도 이런 노하우를 전파했다. 시장 반응도 좋아 장흥의 여러 방식이 이젠 ‘우리나라 버섯 판매의 표준’이 됐다. 이런 일은 ‘현장에 항상 답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사람’이 그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흥 표고버섯

■지리적표시제 등록…소비자 호평도

이같은 그의 노력에 힘입어 ‘장흥 표고버섯’은 지난 2006년 ‘장흥 표고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됐으며, 특산품 품질인증 및 관리체계가 구축돼 있다.지난 1992년 산림청 표고버섯 주산단지로 지정된 장흥군은 연간 1천400t의 표고버섯(건표고 377·생표고967t)을 생산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수입 표고버섯 증가에 따른 국내 표고버섯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장흥군버섯산업연구원’도 설립, 다양한 상품개발과 지역 여건에 맞는 신품종 종균개발 및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아울러 100여명의 표고 생산 임가가 직접 참여한 ‘정남진 장흥 표고 주식회사’는 전남도 기업화·규모화 육성시책사업 임업부문 제1호로 장흥 표고 명품브랜드화에 기여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장흥군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제6회 대한민국마케팅대상’ 지역특산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장흥군은 대한민국마케팅대상에서 소비자평가 10대 지자체 지역특산품부문(표고버섯·한우)에 이름을 올렸다.‘표고버섯’은 ‘한우’와 함께 지역특산품 인지도와 마케팅활동, 브랜드 선호도 등 전국 소비자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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