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37. 화순 안정훈씨>

37. ‘개천골농원㈜’안정훈 대표

새소득 작물 ‘작두콩’으로 농촌 활력 불어넣다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 생산…마을기업 성공모델

비염 등 염증 특효 수요 급증…농가소득 증대 기여
 

안정훈(58) 농업회사법인 개천골농원㈜ 대표는 기능성 작물 ‘작두콩’이 새 농업소득작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남도 제공

전남 화순군 춘양면 개천골에 가면 연녹색의 작두가 가득하다. 어른 손바닥만한 이 작두는 껍질 속에 여러 알맹이를 품고 있다. 알맹이 크기만 해도 평균 3㎝. 작두를 닮아 붙여진 이름, 바로 ‘작두콩’이다. 지난 2006년 개천골로 귀농한 안정훈(58) 농업회사법인 개천골농원㈜ 대표가 처음 작두콩 재배를 시작했고 이후 마을 작목반을 결성, 현재 화순지역 농가들이 30㏊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개천골의 미래가 된 작두콩이 새 농업소득작물로 자리잡기까지 안 대표의 노력은 매우 컸다.
 

안 대표는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작두콩 생산·재배·가공·판매 등과 관련해 타 지역 사례 등을 연구한 뒤 2007년 농지를 임대, 작두콩 재배를 시작했다. /전남도 제공

■아이 비염 고쳐준 작두콩

‘농촌이 잘사는 세상’을 꿈꿨던 안 대표가 다소 생소한 작두콩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기능성 작물을 찾다 작두콩이 비염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염 때문에 고생하던 아이가 작두콩을 먹고 금세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효능을 본 그가 귀농 아이템으로 작두콩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작두콩은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주는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다량 들어있다. 일반콩에는 이 성분이 극소량만 들어있다. 작두콩 성분 중 ‘나이아신’으로 불리는 비타민B3는 혈액순환촉진과 혈압강화효과 및 콜레스테롤 저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대표는 “비염은 물론 치질과 위염, 장염, 중이염, 축농증, 알레르기, 아토피, 변비, 여드름 등에도 효과가 있다”며 “국내 유명 대학의 의대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항암효과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각종 암은 물론 염증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간장질환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환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작두콩에서 분리한 혈구응집소에는 콘카나발린A라는 단백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해독작용과 항(抗)종양에 효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2년간 고향을 떠나 살아온 안 대표가 작두콩의 효능을 알게 된 것은 2005년. 이후 2년간 작두콩 생산·재배·가공·판매 등과 관련해 타 지역 사례 등을 연구한 뒤 2007년 농지를 임대, 작두콩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기존 농촌에서 재배하던 식물들은 단순하고, 가격도 제대로 못 받을 때가 많았다”며 “기능성 작물을 상품화해 판로를 잡으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작두콩을 환과 분물, 차로 가공해 판매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논농사와 배추 등 일반 밭작물만 재배하던 주민들은 작두콩의 판로를 걱정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15년 전국 우수 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전남도 제공

■지역농가들과 더 나은 공동체 만들어

이 같은 상황에서 2009년 화순군농업기술센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판로 문제가 해결됐고 마을 주민 6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작목반이 결성됐다.

이들 농가는 그해 3만㎡ 농지에서 8t 가량의 작두콩을 생산, 전량 판매했다. 이에 함께하는 주민 수가 늘어났고 마을 일대는 작두콩 산지로 변모했다.

이러한 성장 덕분에 개천골농원은 2012년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그해 7월 농가들은 자본금을 출자해 농업법인회사를 설립했다. 일자리 창출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개천골농원은 2015년 전통식품 회사인 ‘화개제다’와 10억원의 납품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작두콩에 대한 공로로 안 대표는 2014년 한국신지식인협회로부터 농업 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신지식인에 밝은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새로운 소득작물을 찾아 보급하고 농민들과 함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롤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작두콩

■“내 몫 포기하니 더 돌아오더라”

안 대표는 농업에서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무농약 재배를 통해 앞으로도 먹거리와 건강 기능성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작두콩을 활용한 소득 산업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유통이 제한됐던 작두콩 꼬투리가 식품원료로 등재되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말 작두콩 꼬투리를 식품원료로 공식 인정했다.

특히 작두콩 꼬투리의 경우 구수한 맛·기능성 성분 등으로 차 원료로 가공·유통되면서 작두콩의 90% 이상은 꼬투리 상태로 수확해왔다.

시골에서 자란 안 대표는 “땅은 노력한 만큼 되돌려주는 정직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부모님의 반대 등 사업 초창기에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다. 대학 나와 대기업을 다니던 아들이 농사를 짓겠다하니 부모님은 걱정이 앞섰던 것. 그러나 그에엔 꿈이 있었다. 자신이 평생 할 수 있고 가장 바람직한게 여겨지는 삶을 추구했다.

그는 “시골 사람들도 함께 잘 살 수 있기를 바랐다”며 시골의 어려움을 보고 자랐기에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 없는 미래는 없으며 식량 주권을 뺏기면 살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을기업의 본보기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안 대표는 ‘자기 희생’을 꼽았다. 작물을 재배하는 데 있어 마을 주민간의 소통을 위해 자기 몫을 많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내가 아닌 ‘함께’, ‘우리’의 개념으로 접근하려면 당연한 일이었고 주민들이 잘 따라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두콩차 등 개천골농원㈜의 제품은 인터넷(www.62plaza.kr) 또는 전화(010-3607-1478)로 구입할 수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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