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 44. 장성 남상도씨>

44. 남상도 前 한마음공동체 대표

유기농법 재배로 ‘자연·인간’ 공생관계 회복 매진

친환경농산물 대중화·유통 물류시스템 현대화 노력

농촌 희망 키워나가는 ‘농업공동체’ 소중함 일깨워
 

남상도 전 대표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농민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유기농업 공동체인 한마음공동체의 싹을 틔웠다. /전남도 제공

전남 장성군 ‘한마음공동체 영농조합법인’구성원들은 자연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농촌의 힘은 자연이라고 믿고 자연에서 답을 찾는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배제한 유기농법 재배로 땅과 자연을 살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자연과 인간 모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 그리고 그 꿈은 이뤄졌다. 남상도(60) 전 한마음공동체 대표는 “나무로 다시 태어나 지친 농군과 도시 사람들에게 포근한 그늘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에게 모두 농업과 생명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 미래농업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011년 ‘한마음유기day’ 축제에 참석한 남상도 전 대표의 모습. /한마음공동체 제공

■생명존중의 생활 속 농민운동 출발

지난 1984년 장성군 남면 백운교회에 목사로 부임한 남 전 대표는 점점 몰락해 가는 농촌 경제, 젊은이들이 사라진 농촌의 고령화,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사라져 가는 농촌문화 등 어려운 현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를 해결하고자 수세 거부 운동, 적십자회비 부당징수 거부, 쌀값 보장 투쟁 등 6년 간 정치투쟁에 나섰으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이농은 계속됐고 한국사회에서 농업과 농촌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그는 “무분별한 화학비료 사용, 농약 남용, 자연 파괴, 전통문화 및 가치관 상실에 대한 문제는 이미 쌀갑보장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농촌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농촌의 자생적인 힘을 기르는 것 밖에 없다는 깨달음과 확신을 얻은 뒤 생활 속에서 새로운 농민운동을 실현하기 위해 유기농업 공동체인 한마음공동체의 싹을 틔운 것이다.

이 공동체는 지난 1990년 호남 최초로 74명의 조합원들이 유기농산물·무농약농산물·친환경농산물 판매장 운영, 친환경교육장 운영, 한마음자연학교 운영 등을 위해 설립됐다. ‘정의·생명·민족공동체에 근거한 생산·유통·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믿으며 농촌의 희망을 키워나가는 이들이 모여 탄생한 곳이 바로 한마음공동체다.
 

한마음공동체 친환경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준공식. /한마음공동체 제공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생태, 문화공동체 조성 앞장

90년대 초반의 한마음공동체는 생활공동체를 추구하며 공동생산·유통·분배를 하는 협동농장 형식이었다. 그러나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공동생산 체제를 포기했다. 대신 직거래를 원칙으로 공동 유통망을 넓혀가고 공동체의 의의를 함께 실천해갈 도시 회원가구 확보에 주력했다.

현재는 장성지역을 중심으로 생산했던 초기와는 달리 담양·무안·해남 등 150여 생산농가와 연계해 채소·과일·잡곡류 등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으며, 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안전한 농산물이다. 전국 70개 매장, 10만여명의 소비자가 매장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지난 2010년에는 산지유통센터 신축 및 전면 냉장 물류시스템 도입, 전국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류 유통 시스템 구축 등에 힘을 쏟았다.

남 전 대표는 “단순히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가 아닌 생명 먹거기를 위한 경제 목적 공동체”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유기농업 생산공동체 활성화와 농촌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친환경농산물의 대중화와 유통 물류 시스템의 현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에는 ‘한마음자연학교’와 ‘생태유치원’의 문열 열면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생태·문화공동체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들을 마련해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했다.

매년 6월 개최되는 소비자 대회에서는 모내기, 미꾸라지 잡기, 매실 따기 등의 체험과 박 터트리기, 줄다리기 등 전통놀이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밖에도 감 따기, 천연 염색, 새끼꼬기 등의 행사도 마련돼 있어 공동체 연대감을 돈독히 하는 데 한몫했다.
 

한마음공동체는 전국 70개 매장, 10만여명의 소비자가 매장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서울 관악구 어린이집 연합회 초청 농특산물 산지체험 행사 모습. /전남도 제공
남상도 전 대표와 자연생태유치원 어린이 모습. /한마음공동체 제공

■대표직 물러나 ‘무투입 자연농법’ 도전

무엇보다 남 전 대표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0여년간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던 그는 지난 2012년 대표직을 내놓고 농사꾼의 길을 택했다.

남 전 대표는 “버릴 때 버리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리더이다”고 말했다.

현재 남 전 대표는 장성군 남면·삼계면과 중국 단동 일원에 각각 10ha 규모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특히 친환경농자재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무투입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이 농법이 성공하려면 햇빛·수분·공기·땅 심·온도·종자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밭에 따라 6가지가 다 다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세밀히 알아야 무투입 자연농법을 성공시킬 수 있다.

남 전 대표는 “자연생태환경 보전과 안전 먹거리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농업을 선택해 실천해 왔다”며 “어렵지만 땅심만으로 사과농사가 되는 ‘무투입 자연농법’결과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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