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혁신도시 시즌 2 진단과 대안은’ 좌담회 지상중계>

“지역 균형발전·혁신성장거점 발돋움 위해 큰 그림 그려야”

공공기관 이전·정주여건·기반시설 구축 등 ‘절반의 성공’

한전공대, 양보다 질 중요…SRF, 혁신도시 활성화에 ‘찬물’

“정부·지자체·기관·기업과 함께 구체적 전략·목표 필요”
 

남도일보는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과 공동으로 지난 2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혁신도시 시즌 2 진단과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시즌 2’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입주 기업 수 1천개, 고용 인원 2만명’을 목표로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지역의 성장거점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과 수도권 공공기관 122개의 지방 추가 이전 추진 발표에 따라 혁신도시 시즌 2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혁신도시 시즌 2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결될 과제도 많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의 절실함에 공감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추진해야만 혁신도시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를 둘러싼 계속되는 과제를 미루는 정치권과 지방행정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남도일보는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과 공동으로 지난 2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혁신도시 시즌 2 진단과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김우관 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민원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대표(광주대 교수), 나주몽 전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가 참석해 혁신도시 시즌 2의 추진 방향과 전략에 대해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또 한전공대 설립, SRF(고형폐기물연료) 열병합발전소 문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등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가 지역 균형발전과 혁신성장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했다.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

■김우관 중·서부취재본부장(이하 직책 생략)=혁신도시는 잘 아시다시피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참여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나주에는 광주·전남혁신도시가 더디지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1이라고 말하는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우선 평가해 달라.

이민원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대표

▲이민원=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시도했던 그룹들이나 정부에서도 이렇게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또 혁신도시는 호남 발전의 전환점이다. 긍정적·희망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면 에너지밸리는 세계와 전국이 주목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호남지역은 산업 불모지이다. 그동안 맨땅에 헤딩한 꼴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잔디밭이다.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

▲조진상=각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근 혁신도시(빛가람동) 인구가 3만명을 돌파했다. 나주시 전체 인구도 11만명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2017년부터 유일하게 나주시가 인구소멸주의 단계에서 벗어났다. 혁신도시 인구의 평균 연령은 31.8세로 전국의 읍·면·동에서 가장 젊은 동이라고 한다.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나주시의 세입 증가로 이어졌다. 2014년 나주시 총 세입은 6천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조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1조 예산은 인구 30만 도시인 여수, 목포, 순천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주세무서는 전국 13위로, 2조8천억원의 세금을 거뒀다. 광주·전남에선 1등이다.

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이재석=혁신도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러나 앞서 (이민원 교수가)말한대로 그 자체만으로 대단했고 아마 혁신도시 정책을 냈던 정권이 계속됐으면 엄청 발달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10년간 혁신도시 정책이 지지부진하게 됐다. 혁신도시 정책을 만들었던 정부가 다시 혁신도시에 대한 정책을 재개했으니까 혁신도시 시즌 2가 성공적이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나주몽 전남대 교수

▲나주몽=빛가람 혁신도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특히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혁신도시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빛가람 혁신도시를 성공모델로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시즌 2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정부가 돈을 투자하지 않고 단순 유치만 하는 것이었고 다 자발적인 공급자 중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시즌1이 하드웨어 측면의 기반구축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될 시즌 2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발전해야 한다. 핵심은 공공의 기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면 이제는 시장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부분들 이제는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다.

■김우관=빛가람 혁신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전공대 설립 문제다. 물론 한전 측에서 용역중간보고회를 가졌지만 우리 지역과는 상당 부문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전공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재석=나는 지난달 한전 본사에서 열린 중간보고회에 참석했다. 좌석이 다 찼다. 한전의 의지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중간보고회 이후 지역 의견과 다르다는 점은 규모가 작다는 것이었다. 규모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한전공대의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하고 새로운 모델의 에너지 연구중심의 대학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몇가지 방향을 제시하겠다. 은퇴 시기를 자유롭게 하고 후속 연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진이 발견·발명한 것에 대한 인센티브를 100% 돌려주는 방향도 생각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중심대학에서는 기초학과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너신소재 공학과 화학을 묶는 시스템이다.

▲이민원=학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갈 때 우리 지역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또 한전공대는 인문정신도 적절하게 들어가야 한다. 젊은이 특유의 정신이 필요하고 그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 기존의 흐름을 저항해야 새로운 미래를 세울 수 있다.

▲나주몽=한전공대 설립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문제다. 교수들 급여나 학생들 장학금을 주려면 매년 몇 천억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인 한전이 이 막대한 돈을 마련할 수 없다. 이를 지원할 실질적인 법이 필요하다. 한전에 대학을 운영할 재량권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캠퍼스만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전공대 설립은 지역에만 국한되서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한전공대를 ‘게이트웨이’로써 사용해야 한다. 세계에서 인재가 모이는 곳이다. 한전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한전공대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계별로 접근하면서 시동을 걸고, 여론전만 하면 의미가 없다.

■김우관=빛가람 혁신도시가 안착하는데 발목을 잡는 요소 중에 하나를 들라하면 SRF(고형폐기물연료)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독 우리 지역에서만 가동하려는 이유는 뭘까.

▲조진상=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 정책을 폈다. ‘쓰레기도 자원이다’는 정책을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광주·전남만 그 정책을 수용했다. 당시 협약을 맺어 쓰레기가 들어온 것이다. 이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다. SRF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왜 남의 지역쓰레기를 가져와 우리지역에서 처리하느냐’다. 전체 처리 예정량의 3%만 나주에서 발생한다. 이중 혁신도시는 1%다. 나머지는 나주 외의 타 지역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전체 계획에서 SRF는 20%만 차지한다. 원래 80%가 LNG다. 그런데 지금 SRF를 가동 못하니 나머지 20%를 LNG로 태우고 있다. 이 문제는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상당히 더디다. 혁신도시 활성화에 가장 큰 블랙홀이다.

▲이민원=일단 전제가 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에너지는 LNG 계열이다. 원래 LNG로 태우는데 플러스 알파로 태우는 것이고 돈도 조금 절감되니 지자체가 어리석어 냉큼 받아드린 것이다. 관련 토론회를 보니 환경 이야기만 잔뜩하더라.

이게 무슨 환경과학의 문제냐? 만일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니까 그 앞에다 집을 짓고 살라고 하면 좋겠나? 환경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이런말을 전하고 싶다. 또 난방공사는 정부의 회사다. 정부가 어떻게 방침을 정하냐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지자체도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이걸 잘 타협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우관=한전공대와 더불어 빛가람 혁신도시의 구심점 역할을 든다면 역시 에너지밸리가 올바르게 정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럴려면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빨리 돼야 하는데,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나주몽=중요한 것은 에너지밸리가 실질적으로 정착되어야지 그런 부분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집중 경제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지금 수요 자체가 없고 거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에너지벨리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적 모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부분이 시스템 통합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기업들과 연계돼야 한다. 수요가 있으면 다 해결된다. 수요를 어떤 식으로 단계적으로 만들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이 돈을 투자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시장을 왜곡할 수도 있다. 결국은 기업이 들어오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진상=이전 공공기관에는 법인세 감면, 취득세 면제, 직원들 아파트 특별분양, 이주보조금 등 혜택이 있다. 정부가 혁신도시를 지역거점으로 성장시키려면 공공기관에 준하는 세금감면, 융자, 아파트 분양권, 임대로지원 등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

■김우관=혁신도시가 조기에 정착하려면 정주여건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요소는 교육 인프라 구축일 것 같다. 더불어서 교통 등도 부수적인 요소일 것 같다.

▲조진상=교육 인프라는 학교교육와 평생교육으로 나뉜다. 현재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유치원 4곳, 초등학교 4곳, 중학교 2곳이지만, 대학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고등학교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 청소년의 집, 여성회관, 전시관, 문화시설, 주민공동체 시설 등은 태부족한 상황이다.

교통문제는 그동안 많이 나아진 편이다. 특히 KTX 나주역의 역할이 확대, 광주~완도 고속도로도 착공됐다. 부분적으로 광주 일부 지역과의 시내버스 연결이 미흡하다. 고속버스·시외버스 연결 미흡 등도 과제다. 여기에 경전선 혁신도시역의 설치 논의도 필요하다.

■혁신도시로 들어온 공공기관들의 지역 공헌도가 낮다는 지적도 빼놓을수가 없다. 공공기관이 우리 지역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정신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지을수가 없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을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가.

▲이재석=지역과 교류하는 것이 아직 서먹서먹할 것이다.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서히 융화되고 결혼도 할 기회가 생기고 지역출신 할당제가 점차 확대되면 시간은 걸리지만, 곧 자기 스스로 지역민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광주과기원 학생의 광주 주민과의 결혼 비율을 한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진상=지역공헌도가 낮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한전만 하더라도 ‘에너지밸리’조성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먼저 던졌고 그것이 에너지신산업육성이라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밸리산단 조성의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지역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정신에 대해서는 향후 상호 노력해야 할 사항이다.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에 무조건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선 지역에서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이 선결 과제다. 예를 들어 SRF 문제만 하더라도 지자체와 지역에서 솔선수범해서 해결책을 내놓아야지 이를 방치하거나 법적 요건만 따지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공동체 구현이 요원하다. 정주여건 개선에 대한 지자체 노력이 절실하다. 악취문제만 하더라도 4년이 지났는데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악취 감소 대책이 없다.

■김우관=이런 모든 요소들이 하나씩 해결될때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혁신도시 시즌 2의 올바른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지 결론적인 측면에서 말씀을 부탁드린다.

▲이민원=시즌2에 변수가 생겼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발표에 따라 공공기관 등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다. 공공기관이 자회사와 함께 이전해야 한다. 협력업체도 이전시키자. 이걸 가지고 다시 매치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대기업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시즌2 준비를 해야한다.

▲조진상=지금 국토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시즌 2 사업은 콘트롤타워 구축,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등 일부 방안이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의 민원성 사업을 반영한 것이다. 각종 사업들을 많이 나열했지만 추진의지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를 갖고 중점 사업의 선정, 실천 가능한 정책수단의 선택,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균형발전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밑그림으로서 혁신도시 시즌 2 사업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시즌 1이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면 시즌 2에서는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의 기본 과제와 함께 지역혁신성장의 거점으로서 추가 공공기관 이전의 구체화나 대기업 이전 등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

▲이재석=혁신도시는 지역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인구 분산 정책의 중요한 틀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중심의 스마트시티가 형성되고 청년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교육, 문화, 삶의 질이 좋아지면 굳이 서울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디지만 지속적인 정부정책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주몽=시즌 2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수요적인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인데 하나는 공공의 링크기능, 둘째는 기업들을 이쪽으로 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업의 일자리가 결국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대학의 규모를 키우고, 자동적으로 시장경제에 의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런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파격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우관 =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말씀은 앞으로 전개될 시즌 2 정책입안에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정리/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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