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랄라 치치킹킹 프로젝트 이후 모니터링

중흥건설 후원, 남도일보 자원봉사 공모사업-미얀마를 가다
<중>룰루랄라 치치킹킹 프로젝트 이후 모니터링
“룰루랄랄 프로젝트로 알게 된 지식 나눌 수 있어 행복”
총성 없는 전쟁 지역, ‘까친 스테이트’에 가다
긴장감 속 미얀마 현지인들 척박한 삶 몸소 느껴
예산 탓에 생리대 만들기 등 이론교육만 진행
현지 활동가 “자존감 교육 진행은 아직 시기상조”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는 룰루랄라 치치킹킹 프로젝트 모니터링을 위해 11월 2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미얀마 까친 스테이트와 친 스테이트 2개 지역을 다녀왔다.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 제공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이하 아시아시스넷)는 지난 8월 미얀마 현지에서 진행했던 룰루랄라 치치킹킹 프로젝트 모니터링을 위해 11월 2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미얀마 까친 스테이트와 친 스테이트 2개 지역을 다녀왔다.

교육 이후 2달이 흐른 시점, 풀뿌리단체의 교육 경험들이 축적되기엔 짧은 기간이지만 모든 활동을 11월 말까지 종료해야 하는 상황때문에 모니터링을 미룰 수 없었다.

미얀마 국내 분쟁 피해여성들의 정서지원을 위한 현지활동가 교육 ‘룰루랄라 치치킹킹(이하 룰루랄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미얀마 양곤을 비롯해 7개 지역에서 모였다. 모든 지역을 방문하기엔 시간과 비용 부족으로 7개 지역 가운데 스테이트의 까친 주의 IDP(Internal Displaced People·국내 실향민) 캠프와 지역 여성단체, 친 스테이트의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방문했다. 

한국에서 출발 전 미얀마 협력단체로부터 IDP캠프에 약품을 지원해 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두개의 큰 가방에 약품을 담고 미얀마로 향했다.

까친 IDP 캠프의 주거시설 전경.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 제공

▶총성 멈췄지만 긴장감 여전

까친 바모어 국내 공항은 자유롭던 양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주민들조차 경찰에 ID카드(주민등록증)를 확인받아야 했으며, 외국인은 철저한 여권 검사와 경찰의 질문공세에 넋을 잃기 충분했다. 다행히 동행한 GDI스텝의 대변으로 어렵사리 통과할 수 있었지만 활동시작 전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바모어의 평화재단에서 활동하는 로이 산(48·여)은 일행들에게 지역에 대해 설명해줬다. 바모어는 양곤에서 약 1천200km 떨어진 지역으로 인구 20만~30만의 큰 도시였다. 1994년 미얀마 군부와 까친 민족해방군(KIA)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전상태를 유지하다, 지난 2011년 전쟁이 재개되면서 미찌나 부근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주민들이 바모어나 만시 지역으로 이주돼 IDP캠프들이 만들어지게 됐다.

바모어 지역엔 23개의 IDP 캠프가 존재했다. 시내에만 8개의 캠프가 차려져 2만 여명의 실향민들이 살고 있었다. 현재 바모어 시내는 총성이 멈춘지 5개월여 지났지만,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만시 지역은 여전히 전쟁 중이어서 외국인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

까친 IDP 캠프의 화장실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 제공

▶호랑이보다 무서운 미얀마 군대

특히 숲 속에 미얀마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농사와 땔감을 구하기 위해 숲 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통제구역에 들어간 주민들은 군인들에 의해 체포·살해·성폭행 등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바모어 NGO는 미얀마 군대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고 폭력 가해자들의 처벌을 위해 앞장서고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인 군인들에게 역으로 고소당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었다. 또 분쟁지역이라는 특성탓에 공정한 조사나 재판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혹여 군부에 대해 쓴소리를 한 종교인·지식인들이 종종 잡혀가고 있어 NGO 활동가들 역시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활동가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행방을 지속적으로 알려 되돌아오지 못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더욱이 주민들은 “호랑이는 무섭지 않지만 미얀마 군대는 무섭다” 또는 “저주받은 자원이 다 없어지기 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실향민의 척박한 삶을 여실이 보여줬다.

미얀마 협력단체의 요청으로 한국에서 각종 약품을 챙겨간 아시아시스넷이 현지 주민들에게 약품을 설명하는 모습. /아시아광주여성네트워크 제공

▶교육 진행의 난관 ‘예산’

난민 캠프의 상황은 열악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길게 지어진 대나무집은 닭장처럼 칸을 막아 구분해 한 가구당 방 2칸이 연결된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 밀집한 가구들로 인해 공용사워장과 화장실은 얇은 대나무로 벽을 대신하고 있었다.

룰루랄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주로 여성 건강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생계 걱정을 안고 사는 미얀마 여성들은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하고 낡은 옷을 대신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 여학생들은 생리기간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면 생리대 만들기 교육은 현지 여성들에게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높은 평가와 주민들의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방문했던 모든 캠프에서는 예산문제로 생리대와 생리 주기 팔찌를 보급받지 못하고, 생리와 임신 원리에 대한 이론 교육만 진행됐다.

또 건강교육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경청과 공감·자존감 교육에는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현지 활동가들은 “자존감 교육 등은 현지인들에겐 낯선 교육이다.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젝트 이전과 이후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묻는 질문에 캠프 활동가들은 “임신과 출산의 원리를 몰랐지만 룰루랄라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됐다”며 “현지 주민들과 배운 것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현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글/ 황정아 아시아네트워크 활동가
정리/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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