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광주시립오페라단, 콘체르탄테 오페라 ‘망부운’
화려함을 걷어내고 음악에 집중하다
중국 소수민족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
주인공 열연 빛나…조연들 가사 미숙지 아쉬움

항일운동가이자 중국의 3대 음악가 중 한명인 정율성의 오페라 콘체르탄테 망부운이 지난 7,8일 광주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작곡가 정율성. /광주문화재단 제공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의상, 조명은 없었다. 오롯이 음악과 선율만이 흘렀다. 그럼에도 부족하지 않았다. 무대 맨 뒤는 합창단이 자리했고 그 앞에 오케스트라로 채워졌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는 것으로 오페라 ‘망부운(망부운)’은 시작을 알렸다. 관람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기대감을 안고 큰 박수를 보냈다.

망부운은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첫 번째 브랜드 작품이다. 항일운동가이자 중국의 3대 음악가 중 한 명인 정율성의 오페라 망부운을 그대로 복원해 56년만에 무대에 올렸다. 내년 3월 정식 오페라 공연에 앞서 시립오페라단은 이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콘체르탄테라는 형식을 택했다. 시립오페라단은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정율성의 오페라 망부운을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선보였다.

망부운은 중국의 소수 민족인 백족을 배경으로 공주와 사냥꾼인 아백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을 그려낸 오페라다. 망부운에서 공주와 아백은 고유의 민간신앙과 전통적인 애정관으로 사랑을 쟁취하지만 결국 법사와 야심가의 권력에 의해 망가지고 만다. 이는 우리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분단돼 버린 한반도의 모습이기도 하다. 망부운은 조국에 바치는 비가(悲歌)이자 간절한 소망을 담은 희망가라고 할 수 있다.

콘체르탄테 오페라를 풍성하게 만든 건 등장인물들의 연기력이었다. 콘체르탄테는 특성상 출연자가 한자리에 서서 음악으로만 감정을 전달한다. 표정과 몸짓이 없으면 관객은 지루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극 대부분을 이끌어간 여주인공 역의 소프라노 박수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박수연은 풍부한 음색과 카리스마 있는 몸동작으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여주인공을 열연했다. 대부분의 가사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특히 객석의 청중들과 공감을 하려는 듯 시선을 마주치는 눈빛 연기는 압권이었다. 아백역의 테너 고규남도 공주와 함께 호흡하면서 손짓, 눈빛을 더해 청중의 감정이입을 끌어냈다. 실제 부부 사이인 두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완벽한 호흡은 조명없는 무대를 전혀 허전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조연 가수들은 대본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탓인지 보면대(악보를 펼쳐놓고 보는 대)에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시선은 계속해서 바닥을 향하고, 연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연배우들의 열연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되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느낌이었다. 또 적은 성량 탓인지 조연들의 목소리가 합창단 노래에 묻혀 무슨 노래를 하는 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가사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청중들은 무대 양옆에 위치한 스크린으로 연신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무대 연기의 제약이 있는 콘체르탄테인 만큼 완전한 가사 숙지와 몸 동작이 중요한데 조연들의 역할은 아쉬움을 남겼다.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있어 다행이었다. 합창단은 1막에서는 광주시립합창단이, 2막에서는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에 섰다. 3막과 4막에서는 다시 시립합창단이 무대에 서며 공연의 생동감을 더해줬다. 특히 1막 1장에서 공주가 아백을 피신시키며 국왕과 대립하는 장면에서의 하모니는 청중의 감정이입과 몰입도를 높여줬다. 향후 극 전개에서 청중들의 관심도를 지속화 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시립오페라단은 내년 3월 정식 오페라 망부운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일종의 예고편인 콘체르탄테 형식의 오페라를 몇가지 아쉬움에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오페라 망부운이 이번 공연을 바탕삼아 광주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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