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유·스퀘어 문화관 연극 ‘한뼘 사이’

재미와 눈물…그리고 카타르시스

5명 등장인물들 열연에 관객들 몰입

소극장 매력 듬뿍…잦은 비속어는 아쉬워
 

연극 한뼘사이의 출연 배우들이 극이 마무리된 후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관객은 무대에 올라가 카메라맨이 된다. 한창 연기를 하는 배우는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단출한 오피스텔 복도가 세트 전부인 연극. 출연 배우도 5명뿐이지만 잠시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 연인들은 달달했던 연애 초반을 떠올리게 하고, 아슬아슬한 ‘썸’의 관계인 남녀는 연인으로 만들어 준다는 연극 ‘한뼘사이’. 그 매력은 높은 관객의 몰입도에 있었다. 극 시작부터 배우들은 관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때 형성된 친밀감은 극 흐름 내내 관객의 이입을 높이고 함께 호흡하게 한다.

한뼘사이는 같은 오피스텔, 같은 층에 살고있는 남녀 4명의 사랑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301호에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강력계 여검사 ‘마혜리’, 302호에는 넉살 좋은 성격의 이혼전문 변호사 ‘야한길’, 304호에는 열혈 신입 사회부 기자 ‘금나리’ 그리고 303호에는 ‘금나리’가 짝사랑하는 사기꾼 ‘리처드 홍’이 이웃으로 살고 있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봐야 하는 이혼 전문 변호사 야한길이 옆집에 사는 후배 마혜리에게 가짜 애인 역할을 부탁하며 극의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사실 마혜리는 연수원 시절부터 선배인 야한길을 짝사랑하고 있다. 그런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가짜 애인 역할을 부탁하는 야한길이 야속하다. 하지만 야한길 역시 마혜리를 좋아하고 있던 것. 능글맞은 성격 탓에 진심을 전하지 못하던 야한 길 때문에 마혜리와 자꾸만 엇갈린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연인이 된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경마로 돈을 탕진하며 아픈 동생을 핑계로 사기를 치고, 사채에까지 시달리는 본명 홍금자, 리처드 홍은 금나리를 만나 달라지게 된다. 자신에게 첫눈에 반해 쫓아다니는 금나리가 불편하면서도 어느새 자신도 마음이 기운다. 그러다 사채업자 ‘장사장’이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도박 관련 취재를 하던 금나리에 대한 살인교사를 지시한다. 리처드 홍은 고민에 빠지지만 이를 알게 된 금나리의 설득에 더이상 이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마 검사에게 가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야한길의 변호 덕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된다.

배우들의 열연은 나무랄 때가 없었다. 능청스러웠고,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일인다역을 한 ‘멀티맨’의 활약은 눈부셨다. 멀티맨은 야한길의 어머니와 사채업자 장사장, 김순경, 오피스텔 청소부까지 여러 개의 배역을 넘나들었다.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것 역시 멀티맨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비속어였다. 물론 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많은 비속어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한뼘사이는 소극장의 매력이 듬뿍 담긴 연극이었다. 실제로 관객들은 인물들의 상황과 사건에 따라 함께 호흡하며 빠져들었다.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엇갈리는 마혜리와 야한길을 보면서 애가 탔다. 두 사람이 오해로 멀어지는 장면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야한길이 마혜리에게 마음을 전하며 연인이 되는 순간 환호성은 극장을 가득 메웠다. 카타르시스였다.

연극 한뼘사이는 수원과 대전, 전주를 거쳐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에서 오는 3월 10일까지 공연을 진행한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