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우제길의 빛’전

광주 대표화가의 반세기 작품 세계 관통

소망·평화·자유 담은 신작 등 31점 전시

새로움에 도전하는 치열한 작가정신 표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우제길의 빛’ 전시회.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제길의 빛’ 전은 반세기 이상 진행중인 원로화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우제길은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다. 50년 넘게 다양한 빛(Light)의 변화를 캔버스에 담아오면서 독특한 평면 비구상화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전시에는 신작 6점을 비롯 작가의 생애를 관통하는 작품 31점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들은 2~3점을 제외하곤 대부분 가로 크기 1~6m의 대작들이다. 작품들은 올해 78세인 작가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2년 전 26세때 공모전에 출품했던 작품부터 1970년 초·중반 작품, 2000년대 초반을 거쳐 2018년 신작을 감상하다보면 늘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읽혀진다.

신작 6점은 작가의 열정과 의지,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로 전시실 입구 쪽에 내걸린 신작들은 기존의 작풍인 그라데이션 기법(Gradation:색을 단계적 또는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기법)과 확연히 다르다.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폭 1cm, 길이 5cm 안팎의 종이테이프 수천, 수만장 개를 캔버스에 붙인 작품들이다. 일일이 어떻게 다 붙였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종이테이프들은 가로와 세로, 때로는 대각선 방향으로 배열돼 있어 일정한 형태와 흐름을 보인다. 감상자의 경험과 느낌에 따라 그 흐름은 강물로 보이거나 산맥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물고기나 잎이 무성한 큰 나무도 연상된다.

신작들은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상으로 채색돼 밝은 분위기다. 기존의 검정 바탕에 한 줄기 빛이 관통하는 작품들과는 다르다. 시대정신과 관련있다고 한다. 우 화백이 신작을 준비할 때 대한민국은 남북한 화해분위기가 고조된 시기였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그는 어느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화폭에 재현된 셈이다.

전시실 입구 왼쪽의 ‘chorus] (코러스)’ 작품에는 그의 소망이 결집됐다. 수많은 군중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아져 자유와 평화가 넘실대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겼다. 작품전 개막행사때 화순의 한 대안학교 학생들이 합창으로 전시 개막을 축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우 작가는 아시아문화전당으로부터 전시 의뢰를 받고 지난해 여름 신작들을 준비했다.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폭염을 뚫고 작업실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정을 쏟았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회에는 2천년대 초반 한지와 오방색을 이용한 콜라주 작품도 2점 내놓았다. 우 화백의 작풍을 아는 관람객들에겐 파격적인 변신작이다. 전통 한지에 천연 염료를 가미해 만든 오방색 한지를 활용한 작품은 전통 한지의 숨결을 그대로 살리고 있어 캔버스 작업과는 차별화된 따뜻함이 감지된다. 1967년 공모전 출품작 ‘Abstraction of red Stripes’도 만날 수 있다. 우 작가는 당시 공모전에 낙선해 이 작품을 돌려받지 않았는데 리어커상이 갖고 있던 걸 후배가 발견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연때문인지 작품에는 크고 작은 상처와 얼룩들이 묻어 있다.

전시실 가장 안쪽엔 그의 대표작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있다. 한 줄기 빛이 검은색을 뚫고 관통하는 그림이다. 여기에 1970년대 초 그가 월남전 파병 장병들을 위한 문예술지원활동을 할 당시 그렸다는 그림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그의 작품세계에선 보기 드문 곡선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끈다.

지역과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의 작가’로 들어선 우제길 화백.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나는 섬광처럼 짜릿하면서도 빛나는 전율의 화면에 밤 피리처럼 사람의 혼을 쥐어짜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소망과 평화와 자유까지 가득 담은 그런 그림을 말이다.” 전시실 입구에 적혀진 그의 말이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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