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동행 취재기>

어사 박문수 길 절경 뒤엔 ‘민초들의 아픔’오롯이

덕유산 기암절벽·구천동 계곡…옛길 그대로 보존

‘곳곳’감탄사 연발…비경 벗 삼아 황홀 ‘힐링 타임’

지난 23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 어사길 일원에서 진행된 제9회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참가자들이 트레킹을 하고 있는 모습.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3월은 바야흐로 ‘트레킹의 계절’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서서히 물러가고 걷기에 딱 좋다. 3월은 낮이면 따끈한 기운이 감돌고 알록달록 꽃들이 풍기는 봄 향기가 일렁인다. 피부를 상하게 하는 자외선도, 찌는듯한 더위도 그리 강하지 않다. 힘껏 걷다 보면 등허리에 땀이 살짝 느껴지지만, 그것조차 불쾌하지 않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3월에 피는 매화 등 봄꽃의 내음이 실려온다.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다 보면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려준다. 상쾌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이러한 3월에 남도의 유명산이나 휴양림을 걸으며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남도일보는 지난 23일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를 비롯한 중흥건설과 남도일보 임직원, 남도일보 K포럼 회원 등 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9회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회장 김서중)’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덕유산 구천동 어사길 자연관찰로를 산행하며 사자담(17경), 비파담(19경), 금포탄(22경), 안심대(25경), 백련사(32경) 등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고 건강을 다졌다.
 

지난 23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 어사길 일원에서 제9회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이 열렸다. 사진은 트레킹에 앞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어사길서‘힐링 타임’

지난 23일 오전 7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사 주차장. 이른 아침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도착하는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동호회 회원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개했다. 등산복과 안면 마스크, 아이젠, 폴대 등 트레킹 복장으로 만반의 준비를 한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미리 준비해온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2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설렘 속에 도착한 전북 무주 덕유산 국립공원은 우뚝 솟은 산세와 구천동 계곡의 맑은 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이곳 덕유산국립공원 어사길은 저지대의 완만한 코스로 누구나 쉽게 이용이 가능하며, 깨끗함의 대명사인 구천동 계곡이 흐르고 수려한 경관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명품길이다.

소설 ‘박문수 전’에서 어사 박문수가 구천동을 찾아 어려운 민심을 헤아렸다는 설화가 전해오는 길로 바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힐링 명소다.

참가자들이 굽이치는 맑은 계곡을 따라 조성된 데크에 들어서자 5㎞ 거리의 어사길 초입~백련사(32경)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미처 녹지 못한 얼음덩어리에 계곡물이 부딪혀 나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고, 오른편에는 깎아지는 듯한 덕유산 절벽이 있었다.

안내판을 따라 어사길 초입에 들어서면 무주의 아름다운 명소 33경 중 15경인 월하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은 두 줄기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뤄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폭포 소리를 벗 삼아 유유자적 걸으며 5분여 거리의 인월담(16경)으로 향했다. 33개의 절경 중 유일하게 탁 트인 하늘과 덕유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서 포토존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은 특히 폭포와 반석, 구름다리 등이 절묘한 승경을 이루고 있어 트레킹 도중 자연 속 풍류를 즐기며 숨을 고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전북 무주군 덕유산 어사길 일원에서 지난 23일 진행된 제9회 ‘중흥·남도·K포럼 트레킹’ 참가자들이 트레킹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명소 중 으뜸 ‘안심대’

사자 형상을 한 기암이 있는 사자담(17경)과 맑은 물이 주변의 수림에 어우러져 선경을 이루는 청류동(18경)을 지나니 구천동 최대 명소 비파담(19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이곳은 아득한 옛날 선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하고 넓은 바위에 앉아 비파를 뜯으며 놀아 비파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커다란 암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며 쏟아져 내려 연못이 생겨 구천동 33개 절경 중 유일하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데크 위에서 비파담을 물끄러미 내려다본 회원들은 흐르는 급물살에 연신 ‘우와~’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옛 선인들이 미끄러지는 듯한 옥류(玉流)에 감탄해 차를 끓여 마셨다는 다연대(20경)와 구월담(21경), 흐르는 물소리와 심산유곡의 바람 소리가 어우러져 탄금소리와 비슷하다는 금포탄(22경), 칠불산 호랑이가 산신령의 심부름을 하러 가던 중 낙상했다고 전해지는 호탄암(23경),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울창한 수림이 비경을 이루는 청류계(24경)도 아름다운 경관으로 어깨를 견줄만하지만, 그 중 안심대(25경)가 으뜸이다.

청류계와 연결된 안심대는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행인들이 개울물을 안심하고 건너다니는 여울목이다. 기암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는 물이 아름다워 덕유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의 대표 휴식공간으로 정평이 났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트레킹으로 지친 몸을 추스리며오손도손 모여 티타임을 즐기고 담소를 나누는 등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다.

◇절경 백련사 길 ‘감탄’

속칭 새양골이라고 불리며 기암과 맑은 담이 수려한 신양담(26경),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과 같이 맑다 해서 붙여진 명경소(27경)를 지나면 구천폭포(28경)가 장관을 이뤘다. 구천폭포는 층암을 타고 쏟아지는 2단 폭포로 옛날 천상의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잠자코 눈을 감고 떨어지는 폭포 소리에 집중하니 자연이 창조한 예술작품의 진면목을 청신경을 통해 깨닫게 됐다.

흘러내리는 물이 계곡의 층층암반과 기암괴석에 부딪혀 생긴 물보라가 장관을 이루는 백련담(29경)과 연화담(30경)을 지나면 이속대(31경)가 나타났다. 한줄기의 폭포수가 흘러내리며 신비로움을 자아내자 사바세계를 떠난 중생들이 속세와의 연을 끊었다 해서 이속대라고 불린다.

신비로움을 뒤로 한 채 10여분을 걸으면 코스의 마지막 절경인 백련사(32경)가 눈에 띄었다.

덕유산 중심부에 위치한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681~692) 때 백련선사가 은거하던 곳에 하얀 연꽃이 솟아 나와 지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국전쟁 때 모두 불에 타 1960년대 일부만 복원됐지만 아직까지 신라 시대 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듯 수려한 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덕유산 정산을 향방하는 관광객들의 마지막 휴식처인 만큼 곳곳에 정자나 쉼터가 마련돼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김서중 동호회장은 “그동안 열린 모든 트레킹에 참여해 전남 곳곳의 산을 가봤지만 이번 덕유산 어사길 자연관찰로가 그 중 제일이다”며 “숲길과 계곡 길이 한곳에 어우러져 있어 사시사철 내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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