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하는 소리에 행복 담아요”

남도일보 나눔 시리즈-⑧사진 나눔 봉사하는 사람들
양이호 대표 “50여년 사진사 삶에 행복…봉사로 갚고 싶어”
조송훈 사무장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이웃 있다는 것 알리고파”
■광주 해광스튜디오 양이호 대표

광주 동구 지산동에 있는 해광스튜디오의 양이호 대표는 십 수년간 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사진촬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최근 해광스튜디오에서 장수사진 봉사를 펼치고 있는 모습.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이렇게 꾸미니 젊었을 때 생각나네. 작가 양반, 예쁘게 찍어주세요. 아마 이게 마지막 사진이 될 듯하니 말이야.”

김정자(71) 할머니는 최근 광주 동구 지산동에 있는 한 사진스튜디오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광주 지산동에 있는 해광스튜디오의 양이호 대표는 십 수년간 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사진촬영에 나서고 있다. 각박한 삶 속에 선뜻 ‘사진 한 장 남기자’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이들에게 소중한 가족 사진을 선사하고 가족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양 대표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 나눔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양 대표의 봉사는 다니고 있던 교회에서 시작됐다. 교회 집사들과 농어촌을 방문해 어르신들 장수 사진을 찍어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동네 어르신과 장애인 단체에 사진을 선사했다.

장애인 복지관과 연결이 된 계기는 서울에서 열린‘바라봄 사진관’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관람하며 장애인 시설과 연결이 닿아 시작하게 됐다. 바라봄 사진관은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으로 출발한 곳이다.

양 대표는 가족 사진 한 장 없는 어려운 이웃의 사진도 찍어주고 있다. 한 달에 2, 3번 씩 요청이 올 때마다 가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나이도 어느정도 먹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다 보니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져 시작하게 됐다”면서 “평생 사진으로 먹고 살았기 때문에 다시 되돌려줘야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지산1동 주민회장도 맡고 있는 양 대표는 오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인근 어르신 20여 명 장수 사진 촬영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건강하니깐 일도 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1974년에 사진사 일을 시작한 양 대표는 오는 2024년 50주년을 맞는다. 양 대표는 앞으로 고향인 담양 소쇄원 인근에 스튜디오를 건립하고 작품과 봉사 사진에 몰두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 대표는 “사진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만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담양에 멋진 스튜디오를 지어서 광고 사진도 찍고 나들이 삼아 장수 사진도 찍으러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광스튜디오 전경.

 

 

■장흥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조송훈씨

 

광주 북구 삼각동에 거주하는 조송훈(57)씨는 지난 2008년부터 어려운 이웃들에게 재능기부로 사진 봉사를 펼치고 있다. /광주 북구청 제공

“어르신, 여기 보세요. 자~ 김치” 찰칵 소리와 함께 현재의 시간이 필름 속에 저장된다.

광주 북구 삼각동에 거주하는 조송훈(57)씨는 지난 2008년부터 어려운 이웃들에게 재능기부로 사진 봉사를 펼치고 있다.

전남 장흥에 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맡고 있는 조 씨는 15년 전 취미로 풍경 문인화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풍경 사진 자료를 모으기 위해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조 씨는 매일 장흥으로 출근하지만 사진 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주말 마다 짬을 내 다닌다.

장애인, 어려운 이웃 가족 사진을 비롯해 어르신들 꽃놀이 행사 등 전남 곳곳 축제에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이밖에도 광주 북구청 등 지자체나 동사무소에서도 가족 단위 행사가 있으면 연락을 해 온다.

조 씨도 초반에는 풍경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인물 사진은 작업하지 않았지만, 봉사로 한 두번 찍어본 사진 덕에 재능을 찾고 인물사진 공부도 시작했다.

조 씨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삼각동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나사모(나누며 사는 사람들 모임)’ 를 만들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인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 이동보조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또한 집 고쳐주기, 쌀 나누기, 벽지·장판교체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여기에 사무장으로 20여 년 근무한 경력을 살려 취약계층에 간단한 법률지식상담 서비스도 제공했다.

조 씨는 “정신지체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과 직접 활동하고 행동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더 많이 됐다”면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서로 웃고 친해져야 되는데, 함께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 새 친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사진 봉사를 통해 그분들에게도 주변에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사진 봉사 요청이 온다면 최대한 시간내서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조송훈씨가 지난해 한 가정의 가족사진 재능봉사를 펼치고 있는 모습. /광주 북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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