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2>나주 이재섭씨, 효자 농부의 무농약 멜론

무농약 멜론으로 ‘승부’…전량 농협 납품 판로 ‘탄탄’

잘 나가는 통신회사 점장에서 농군으로 제2의 인생

첫해 농사 모두 망친 뒤 밤낮으로 재배 방법 등 열공

부모님 도우려고 고향으로 유턴…이젠 ‘효자 멜론’

“귀농전 어린 자녀 교육계획 세우는 게 가장 중요”
 

잘 나가는 통신사 점장에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돕기 위해 전남 나주시로 귀농을 결심한 이재섭(42)씨는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귀농 4년차인 현재 연매출 6천만원을 달성하며 어엿한 베테랑 농사꾼이 됐다.

촉망받던 30대 후반의 통신사 점장. 고향인 전남 나주를 떠나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까지 했던 젊은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그것도 농사를 짓겠다고 귀향한 그를 반겨줄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2번의 시도 끝에 결국 귀농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귀농하자 마자 시작한 멜론 농사는 모두 망쳤다. 그러나 전문 농업경영인이 되겠다는 그의 꿈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귀농 4년차로 접어들면서 연 매출도 6천만원 가량 올리고 있다. 이제 겨우 귀농인으로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어느 정도 베테랑 농사꾼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나주시 세지면 용산마을 농지 1만506㎡(약 3천600평)에서 멜론 하우스 8동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섭(42)씨의 이야기다. 그에게 서서히 ‘부농의 꿈’이 영글고 있다.

◇잘 나가는 직장인에서 새내기 농부로=전남에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돕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결심한 새내기 농부 이재섭씨. 이씨는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농사꾼으로 살고 있다. 당시 그가 귀농을 결심한 이유는 직장생활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도시에서의 삶이 지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른바 ‘효자 귀농’을 선택한 것이다.

이씨는 나주시 세지면에서 태어났지만 학창시절 모두를 광주에서 보냈다.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 동안 광주에 있는 통신회사에서 근무했다. 매장의 담당 점장이라는 꽤 높은 직책까지 올랐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씨는 나주에서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께 귀농의사를 밝혔다. 당시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거센 반대 때문에 한 때 귀농의 뜻을 접기도 했다. 특히 광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아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끈질기고 오랜 설득 끝에 이씨는 농부의 길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녹록하지 않은 농촌생활=귀농 초기 이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멜론하우스 8동 중 1동을 건네받았다. 부모님보다 우수한 멜론을 재배해 하루빨리 일손을 덜어드리자는 욕심만 앞섰고 농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탓에 이씨는 귀농 첫해 농사를 망쳤다. 어렵게 수확한 멜론 마저 병충해로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주변 농가들의 냉소적인 눈초리도 이씨를 힘들게 했다.

이씨는 “현지에서 수십년동안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귀농한 사람들을 향해 곱지않는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부모님이 20년 이상 터를 다져놓으셨지만 현지인들의 텃세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년에 2기작인 멜론 농사를 모두 망쳐 고정 수익은 없고 주변의 순탄치만은 않은 시선으로 힘든 귀농 생활을 보냈지만 전문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하겠다는 이씨의 꿈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이씨는 발로 뛰며 농업 기술을 익히고 배우기로 결심했다. 반복되는 병충해를 극복하기 위해 멜론 농사 베테랑인 부모님과 인근 농가 농부들에게 밤낮으로 재배 방법과 노하우, 조언을 구하러 다녔고 전남 나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학교 및 농업관련 교육을 이수하며 체계적으로 농업 이론을 익혔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이씨는 실전 경험을 익히며 자신만의 멜론 재배방법을 터득하려 노력했다.
 

나주시 세지면 멜론연합회를 통해 전량 세지농협에 납품되는 멜론.

◇무농약 운영 방식으로 수익 창출=지난 2017년 귀농 2년차에 접어든 이씨는 불철주야 멜론 재배방법과 농업 기술을 연구했고 농업 용수 양 조절이 멜론 농업 성공의 지름길이라 결론을 얻었다. 건강식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무농약재배 방식도 도입했다. 여기에 나주시에서 제공하는 미생물을 제공받아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고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씨는 지난 2018년 무농약 농업방식으로 멜론 재배에 성공했고 나주시 세지면 멜론연합회를 통해 선별 및 포장작업을 거쳐 전량 세지농협에 납품했다. 더욱이 단가가 높은 학교 급식으로 멜론을 납품해 수익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늘어난 수입을 바탕으로 이씨는 도시민 팜투어 견학처로 사회 공헌활동에 나섰다. 이제 막 귀농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새내기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농작물 재배 방법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농가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비 귀농인들에게…= 이씨는 “주변 농가의 조언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만큼 4년차 선배 귀농인으로 후배 귀농인들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를 여러 번 맛봐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씨는 예비 귀농인들을 위해 “계속되는 실패와 악조건이 겹쳐도 한 순간도 한눈 팔지말고 농업에 전념해야 전문 농업경영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한 단계씩 농업 기술을 익히고, 하나씩 성과를 이뤄내다 보면 성취감을 느낄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농업을 포기할 만한 상황이 여러 번 닥쳤지만 부모님과 배우자, 딸 자식을 바라보며 견뎌냈다”며 “단순히 나 혼자 잘 벌어 잘 살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다같이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다른 농가들과 교류를 맺으면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예비 귀농인들의 경우, 귀농에 대해 한번 더 고심해봐야 한다”며 “최근 농촌의 문화, 의료, 복지 등 정주여건 등 삶의 질이 광주 등의 대도시 수준만큼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부족하고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귀농·귀촌 전 어린 자녀의 교육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글·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영상/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아직 4년차 귀농인이지만 후배 귀농인 양성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씨가 나주시 세지면 용산마을 농지 1만506㎡(약 3천600평)에서 운영중인 멜론하우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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