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힐링<11> 고흥 쑥섬 “그곳엔 비밀의 정원이 숨겨져 있다”.

별정원 400여종의 꽃들과 일출·일몰 어우러져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국내 최초 ‘고양이 섬’
마을사람들이 신성시 하던 숲 400년 만에 개방

200~300년된 난대수종 가득한 ‘난대 원시림’
환희의 언덕…파란하늘 바다위 기암괴석 눈앞에

메인-별 정원은 김상현(교사), 고채훈(약사)부부가 18년 전부터 마을을 살리기 위해 조성한 꽃밭이다. 날씨가 좋으면, 나로도, 거문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별모양으로 되어 있어 별정원이라 한다.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고흥군 봉래면 쑥섬(애도)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수월했다. 반도 남쪽바다 끝자락에 자리한 섬이라는 편견이 확 깨져 버린 순간이었다.

아직 휴가철은 아니지만 초여름 정취를 즐기고 싶다면 쑥섬을 추천하고 싶다.

고양이와 쑥으로 유명한 고흥 쑥섬을 찾기 위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고흥읍에 도착, 17번 국도를 따라 꼬불꼬불 가다보니 길가에 핀 금계국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어서 오라는 듯 반긴다.

점점 나로도대교를 향해 달리니 길 곳곳에서 구부러진 도로를 바르게 하기 위한 선형공사가 진행중이다. 한 30여분 달리니 오른쪽으로 나로도항이 보인다.
 

탐방객들과 마을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쑥섬호.

선착장에 가니 쑥섬호라고 이름이 적혀 있는 12인승 작은 배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특별히 뱃시간은 없고 쑥섬을 찾은 탐방객들이 모이면 그때그때 운행한다. 배삯은 쑥섬 탐방료인 5천 원을 포함해 총 7천 원이다. 나올때는 그저 몸만 싣고 나오면 된다.
 

마을 주민들이 갖가지 특산품을 팔러 나와 탐방객들을 반기는 정자.

쑥섬까진 배로 5분여 정도 걸린다. 만조시엔 2~3분, 간조엔 4~5분 정도 걸린다고. 파른하늘아래 하얀 물살을 뿜으며 출발한 배는 금새 쑥섬에 도착한다.

선착장 입구 애도마을이 적힌 비석 정자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갖가지 특산품을 팔러 나와 탐방객들을 반긴다. 특산품은 쑥섬이란 단어가 실감나게 할 만큼 대부분이 쑥에 관련된 상품이다.

▲난대 원시림과 환희의 언덕

쑥섬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탐방코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당숲. 약 400년 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으로 난대성 식물인 팽나무, 푸조나무, 후박나무 등이 어우러져 있다.

마을 주택가를 벗어나 기본코스인 별정원으로 향하기 위해 등산로 입구로 향하니 갈매기모양의 카페가 기다린다.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갈매기카페,

이곳에서 별 정원까진 900여m, 힘들지만 참고가면 멋진 숲이 기다린다는 이정표가 탐방객에게 힘을 불어 넣는 듯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 주실 거죠?”라는 말과 함께 마을사람들이 신성시 하던 숲인데 여러분과 마을을 위해 400년 만에 개방한다는 팻말이 주민들이 함께 찍은 단체사진과 함께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의 넉넉한 가슴을 닮아서 당 할머니라고 불리우는 후박나무.

이곳을 지나니 201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누리상을 수상한 저력처럼 200~300년된 난대수종이 가득한 ‘난대 원시림’이 나타난다.

먼저 남해안에서도 귀한 아름드리 육박나무와 직경이 40㎝가 넘는 붉가시 나무가 있으며, 150년 이내의 동백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옥황상제의 심부름으로 하늘에서 차사가 타고 내려온 말 모양의 후박나무.

또한 옥황상제의 심부름으로 하늘에서 천사가 타고 내려온 말 모양, 아름다운 여인의 넉넉한 가슴을 닮아서 당 할머니라고 불리우는 후박나무, 옛 쑥섬 어린이들이 그네타고 놀던 구실잣밤나무, 쑥섬 행운의 나무로 불리는 푸조나무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특이한 형상을 한 나무들을 지나면 난대수종 상록수인 동백나무 61그루가 터널을 형성하고 있어 폭염 속 에서도 시원하게 탐방을 할 수 있다. 수령은 150년 내외이다.

난대수종 상록수인 동백나무 터널.

동백터널을 지나 밧줄로 이어진 경사로를 올라서니 바로 환희의 언덕이다. 파란하늘과 함께 탁 트인 바다위로 기암괴석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별 정원까지 400m 남은 구간으로 쑥섬의 대표적인 뷰 포인트다.

쑥섬의 대표적인 뷰 포인트인 환희의 언덕.

많은 탐방객들이 행운을 주는 쑥섬 세명의 큰 바위 얼굴과 누워 있는 인어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작은 섬 절벽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기 때문이다. 뷰 포인트를 지나니 아버지의 길이 보인다.
 

행운을 주는 쑥섬 세명의 큰 바위 얼굴과 누워 있는 인어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작은 섬 절벽을 배경으로 금계국이 활짝피어 있다.

쑥섬의 탐방로에는 500여 종의 다양한 나무와 30여 종의 야생화가 피고 지고, 별정원에는 300여 종의 꽃들이 피고 진다. 그런데 이 탐방로는 쑥섬을 가꾼 김상현(교사)씨의 아버지로 전라도에서 유명한 석공인 김유만씨가 쑥섬을 찾아주는 탐방객들을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손을 댄 듯 안댄 듯 1주일에도 여러 차례 길을 살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별 정원과 ‘문학정원&인연정원’

달정원으로 불리우기도 하며 일년내내 400여종의 다양한 꽃들과 일출·일몰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는 별정원.

돈나무 군락지를 지나 잠시 몇 걸음 걸으니 섬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밀정원인 ‘별 정원’이 나타난다.

달정원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이곳은 일년 내내 피고 지는 400여 종의 다양한 꽃들과 일출·일몰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

꽃양귀비, 금계국 등 형형색색 야생화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린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앞쪽으로는 넓은 바다 위 작은 어선들이 푸르른 하늘을 배경삼아 경주라도 하듯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다.

탐방코스 정상의 별 정원은 김상현(교사)·고채훈(약사)부부가 18년 전부터 마을을 살리기 위해 조성한 꽃밭이다. 날씨가 좋으면 나로도, 거문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별모양으로 돼 있어 별정원이라 한다.
 

방문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문학정원&인연정원’.

별정원을 지나니 탐방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문학정원&인연정원’이 나타난다. 이 정원은 섬이나 꽃 관련 작품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팻말에 담고 쑥섬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팻말에 담아서 만들어 가는 정원이라고 한다.

내삶에 큰 영향을 준책,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한마디, 쑥섬을 위해 남기고 싶은 말들을 적는 공간이다.

▲성화등대와 해안 절경 신선대

“에베레스트, 백두산, 한라산과 별차이가 없군요”란 문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쑥섬 정상 팻말.

성화등대쪽으로 향하니 쑥섬 정상 해발 83m라고 적힌 표지석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니 여기가 83m라니~ 눈으로 밑기지가 않는다. 최소 200~300m는 될줄 알았는데 눈으로 직접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에베레스트, 백두산, 한라산과 별차이가 없군요”란 문구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잠시 후 신선대와 성화등대로 향하는 팻말이 다시 보인다. ‘덜 거친길’이란 문구와 함께 30m만 내려가면 등대와 마을을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고 표시돼 있다.
 

푸른바다 위로 2천년도 전반기에 만들어진 성화등대.

계단형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푸른바다 위로 2천년 전반기에 만들어진 성화등대가 우뚝 솟구쳐 있다.

이 등대 왼쪽으로 내려가면 쑥섬 뒤편의 해안 절경인 신선대와 다도해 풍광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특히 등대 주변과 절벽에는 진달래꽃(3월), 원추리·참나리꽃(6~7월), 해국·구절초(10~11월) 등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곳으로 쑥섬의 멋진 일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소 이기도 하다.

▲‘우끄터리 쌍우물’과 동백길

우끄터리 쌍우물.

성화등대를 뒤로 하고 마을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우끄터리 쌍우물’이 나타난다.

북쪽 끝에 있다고 해서 ‘우끄터리 쌍우물’이라고 하는데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다”란 옛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우물이라고 한다.

아래 우물 앞에는 빨랫돌도 아직 남아 있는데 올 여름부터는 간단히 손을 씻을수 있게 물도 깨끗이 하고 지붕도 씌워 두레박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푸른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는 탐방로를 걸으며 헐떡이던 가슴을 편하게 맞아준다.

우물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니 왼편으로 시원한 해풍이 얼굴을 때리며 잠시 더위를 식혀준다. 푸른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는 탐방로를 걸으며 헐떡이던 가슴을 편하게 맞아준다. 오

른편엔 200~300년 된 동백나무들이 길게 줄을 이어 터널을 만들며 더위에 지친 탐방객들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길은 배우 최불암씨가 ‘한국인의 밥상’에서 “안녕하세요? 이길은 동백길 입니다. 200~300년된 동백나무들이 주로 있군요”라

200~300년된 동백나무들이 길게 줄을 이어선 동백길.

고 오프닝 멘트를 한곳으로 유명한 쑥섬의 마지막 탐방로이다.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벤치에서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쑥섬를 찾은 마지막 여정의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의 섬

쑥섬에 개는 없고, 고양이만 남은 것은 당숲에서 지내던 당제와도 관련이 있다.

당제를 지낼 때 개나 닭이 울면 부정을 탄다는 믿음 때문에 개나 닭 등의 울음소리가 나면 당제를 처음부터 다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개를 기르지 않게 돼 고양이들이 늘어 났다고 한다. 지금은 국내 최초‘고양이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쑥섬.

이걸 반영이라도 하듯 쑥섬 곳곳에는 탐방객들 앞에 잠시 나타나 재롱을 피우는듯한 표정을 짓다 가까이 다가서면 금방 도망이라도 갈려는듯 뒷걸음질을 치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운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

고양이섬이라고 해서 어디를 가나 쉽게 고양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쑥섬의 고양이는 19가구 약 32명인 주민 수와 비슷한 40여 마리로 산책하다보면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다.

사료 주변에 옹기종기 모인 고양이들.

마을 정자 뒷편에 있는 민가로 들어서니 고양이급식소가 보인다.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리니 오지를 않는다.

잠시 일을 하던 어르신이 점심시간이라 사료를 먹으로 올 것이라 귀띔을 해준다. 그말이 사실인듯 어르신이 고양이들을 부르니 슬슬 움츠리며 다가온다.

사료 주변에 옹기종기 모인 고양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현재 주민 합의를 통해 고양이섬을 테마로 한 마을 가꾸기를 추진 중인 주민들은 “쑥섬이 지향하는 것은 고양이들만의 천국이 아닌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섬이라며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3~5분
탐방비 5천원 + 뱃삯 2천원 (10명 이상 단체는 예약 필요)
자연환경보호 위해 큰 배낭과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자제

글·사진 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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