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 남도일보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여수 사도·추도
1억년전 공룡 발자국 간직한 신비로운 섬
사도, 7개 섬 ㄷ자 형태로 연결…정겨운 돌담길
추도, 공룡 마을·1년에 2~3회 ‘모세의 기적’

올망졸망한 섬·시원스런 남해바다 풍광 ‘탄성’
고들빼기·꽃게장·갑오징어 무침 등 ‘감칠 맛’
병풍처럼 드리워진 층암절벽도…‘힐링의 보고’

둘레길 언덕에서 바라본 사도 마을, 멀리 앞쪽으로 낭도가 보인다. 사도는 사도, 추도, 연목, 중도, 시루섬, 증도, 장사도 등 7개 섬이 ㄷ 자 형태로 연결된 신비로운 섬이다.

전남 여수 화양반도 앞 가막만 변두리쯤에 떠있는 자그마한 섬 7개. 사도와 추도가는 길은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1억년전 백악기 공룡 흔적이 있는 ‘신비로운 섬’이라는 닉네임 때문만은 아니다. 여수는 350여개 섬과 49개의 유인도 중 유명세를 띤 섬들이 많다. 금오도, 개도, 하화도, 거문도, 백야도, 연도, 낭도, 초도 등 그들의 그늘에 가려진 생경한 섬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도 쉽지 않고, 찾는 이도 적을 것같은 작은 섬에 대한 유혹이다. 도로변 넘실대는 노랑 금계화 물결 따라 봄 소풍 가는 기분이다. 고흥군 영남면 용바위 마을에선 직선거리 4㎞, 20여분이면 닿는 거리인데 여수 백야항 정기 여객선을 타면 1시간 20분정도 소요된다. 제도항, 개도의 여석항, 모전항, 하화도, 상화도를 들러 사도, 낭도로 가는 완행버스 같은 여정이다. 배편도 하루 세 편에 불과하다.
 

정용식 상무

바다 한가운데 모래를 쌓은 섬, 사도(沙島) 가는 길은 우리에겐 짧았다. 초입부터 공룡마을임을 알리듯 커다란 티라노사우루스 2마리가 반긴다. ‘신비의 섬 沙島(모래섬)’ 표지석이 그 뒤를 받치고 있다. 항구를 중심으로 20여 가구나 될 성 싶은 마을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담쟁이넝쿨 우거진 돌담길이 너무 정겹고 소박하다. 자연속에 녹아 있는 듯한 아름다운 느낌 그대로다. 찻길도, 식당도, 매점도 보이지 않고 돌담길로 연결된 모든 집들은 민박집 인냥 보인다. 예약해 둔 ‘포도나무 민박’집 마당 평상 위에 뷔페상을 푸짐(?)하게 차려두고 주인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조그만 민박집에 뷔페(?)라니…. 묘수다. 여러가지 나물무침, 고들빼기, 꽃게장, 고동무침, 갑오징어 무침에 생산 한 토막까지 얼추 10가지의 반찬에 생새우 넣은 미역국까지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평상, 마루, 큰방까지 앉을 만한 곳에 대충 앉아 먹는 밥맛은 꿀맛일 수밖에…. 낭도에서 사온 ‘낭도 젖샘 막걸리’ 맛은 덤이었다.

사도는 사도, 추도, 연목, 중도, 시루섬, 증도, 장사도 등 7개 섬이 ㄷ 자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사도를 본섬으로 사도교로 연결된 중도와 복주머니처럼 붙어 있는 시루섬이 보이고 나머지는 각각이다. 물 빠지면 연목이나 장사도까지 건널 수 있을까 싶다. 근처 ‘납작여’, ‘작은 뒷여’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추도는 1년에 2~3회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 ‘용궁가는 길’이 사도까지 열렸다고 한다. 지금은 해수면이 높아져 ‘신비의 바닷길’을 볼 수 없고 동네 어선 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갈 수 없게 되었다.

낚싯배를 타고 ‘추도(鰍島)’에 들어서니 거대한 퇴적층 바위의 장엄한 모습과 항·포구에 일렬로 서있는 10여채 집들이 나타난다. 공룡발자국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섬을 입증하듯 마을 입구엔 공룡 안내판이 즐비하다. 여든을 넘긴 듯한 할머니가 밭일 하다 우리를 지켜보는데 추도의 유일한 거주자란다. 너른 바다와 함께 지내는 게 편하시다며 여수의 가족과 떨어져 이곳을 지키고 계신다. 마을 언덕 입구에 ‘바람길’ 표지석과 함께 아름다운 돌담이 기다리고 있다. 돌담을 따라 올라가니 ‘여산교 초도분교’가 선명한 교문 기둥과 오래된 건물 잔해, 잡풀속에 어릴적 꿈(?)을 선사한 ‘책 읽는 소녀상’은 쓸쓸함을 더한다. 당시 문구점이었을까? 담벼락에 ‘국어사랑 나라사랑’이 선명한 ‘추도상회’도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폐가와 폐교, 그리고 할머니를 보니 외로움이 그윽하게 쌓인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가니 확 트인 시야에 올망졸망한 섬들이 즐비한 남해바다의 풍광이 시원하다. 사도도 한눈에 잡힌다. 갯바위 틈에 피어난 백년초인지 천년초인지 노란 꽃의 화려한 자태에 탄성이 절로난다. 진노랑 나리꽃의 요염함도, 보라색 제비꽃의 수줍음도, 하얀 찔레꽃의 순백미도, 지천에서 앙증맞음을 뽐내는 자연산 돈나물도 백년초의 위용 앞에 묻히고 말았다.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풍광과 화려한 꽃잔치는 추도 어딘가에 널려 있을 1천759점의 공룡발자국까지 관심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사도 돌담길.

항구에서 좌측으로 돌아가니 겹겹이 쌓인 퇴적층 바위가 인고의 세월을 증명하듯 널부러져 반석을 이룬 갯바위에는 선명한 공룡발자국들이 즐비하다. 철석이는 파도소리를 음악삼아 빼어난 절경 앞에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고 무릉도원에 온 듯 일어설 기미가 없다. 변산 채석강이나 제주 중문의 주상절리대가 결코 부럽지 않다.

항구 오른쪽에는 퇴적층을 칼로 잘라 한 조각을 도려내 바다를 향한 통로를 만들어 놓은 듯한 층암절벽이 양쪽에 병풍처럼 있다. 그 사이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안보고 지나쳤으면 서운했을 법했다. 여수에서 가장 작은 유인도라 하여 미꾸라지에 빗대 추(鰍)자를 써서 추도라 했든, 취나물이 많아 추도라고 했든 힐링(healing)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누가 ‘느림의 미학’을 노래했던가? 여운이 쉽사리 가지 않은 채 낚싯배를 타고 7개섬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다. 바닷바람이 이리도 상쾌할까 싶다.
 

추도 층암바위 터널.

‘중도’ 끝자락에서 내려 양면 해수욕장을 지나 ‘증도’에 들어섰다. 수호신 같은 ‘큰바위 얼굴’이 너른 바다를 지켜보고 높이 10m, 길이 15m의 커다란 거북이 바위가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이 이 바위를 보고서 거북선 제작의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바로 앞 ‘장사도’는 연결될 듯 말 듯 물길을 들어내고 ‘납작여’도 눈길을 요구하고 있다.

낚싯꾼들이 버렸음직한 스치로폼, 패트병 등이 양면해수욕장 주변에 널부러져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양손 가득 주워 한곳에 모으니 그 양 또한 엄청나다.

중도를 나와 해안길 따라 사도교를 건너니 민박집이다. 점심때 남겨둔 음식으로 샛거리(새참)를 든든하게 하고 해안가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다. 서쪽 본도 몽돌해변에서 30여분정도 짧은 쓰레기 수거봉사지만 모두가 열성이다. 사도의 낮은 언덕 뒷산 트레킹 코스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30여분 정도 걷는 짧고 완만한 코스다. 앞서 걷는 처자들의 흥겨운 새타령 가락이 야자수 나무 오솔길 솔잎 밟는 소리와 함께 어우러진다. 고흥반도와 우주센터가 선명하게 보이는 바다풍광도 일품이다.

항·포구에 들어서니 낚싯배를 타고 바리바리 짐을 내리는 낚시객 가족, 예약된 민박집 주인이 리어커로 마중한다. 마지막 정기여객선을 타고 들어오는 젊은 남녀 10여명은 전문 캠핑족인 듯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양면해수욕장과 증도.

마을 앞 조그만 해변 끝자락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듯한 소나무 3그루가 눈에 밟힌다. 가운데 소나무는 그 반듯하고 꼿꼿함이 사도의 ‘자존감’을 드러낸 듯하다. 화창한 6월 어느 날 만난 사도와 추도의 여운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단지 국가 지정문화재라는 여러 표지석 때문이 아니다. 흉폭한 인상의 대형공룡상이 어색하도록 ‘섬’을 찾는 맛이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한다. 편안하게 사도항 언저리에 앉으니 하얀 낭도등대가 바로 앞에서 웃음 짓는다. 사진/김해수 남도섬사랑모임 회원 제공

사도에서 단체사진 찍 남도섬사랑 역사문화기행팀.
추도 공룡발자국.
추도 층암바위.
사도몽돌해변에서 환경정화.
사도 입구.
추도 항포구 전경.
추도분교.
사도 둘레길.
사도 포도나무 민박 앞길.
큰바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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