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19)‘과치재-방축재’ 구간(2019. 3. 24.)

고만고만한 봉래산 능선 40분 오르니 무이산 정상
앞쪽엔 괘일산이 암릉미 자랑…오른편에 ‘흰 봉우리’ 설산

괘일산 정상 암반 뚫고 강한 생명력 자랑 소나무 인상적
해발 235m 봉황산, 고지산까지 정맥 길 잇는 소중한 산

무이산에 오르는 길에 바라본 괘일산 정상 봉우리.

어제에 이어서 오후 1시 20분부터 과치재에서 북진으로 호남정맥을 타기로 했다. 과치재에 있는 신촌주유소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축사공사로 정맥 길이 끊어진 곳을 축사 마당으로 통과해 5분쯤 후 능선 길에 접어든다. 기온은 어제보다 많이 올라서 한낮의 태양이 숨을 헉헉거리게 한다.

과치재에서 막 치고 오른 산은 봉래산(237m)으로서 지도상에는 240m로 나와 있다. 이곳에서 그만그만한 능선이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40여분을 더 오르니 무이산(305m)에 닿는다. 무이산부터는 앞에 보이는 정맥 상에 괘일산이 암릉미를 자랑하며 솟아있고, 그 오른편에는 설산이 하얀 봉우리를 빛내고 있다. 무이산에서 괘일산으로 이어지는 고갯길 오른쪽에는 멋진 사찰처럼 보이는 건물이 들어서 있다. 동행한 낙수 말로는 금호그룹에서 청하스님 입적 전에 지어드린 ‘성륜사’라는 절이 설산 아래에 있다는데, 이곳에서는 무슨 기념관이라는 건물만 보인다.

무이산에서 괘일산으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송아지만한 큰 개를 끌고 오는 사람을 만났다. 큰 개가 자꾸만 덤벼들려고 하여 경계하는데 주인 얘기로는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라는데 나는 겁이 덜컥 났다. 전 세계에서 매년 상어에 물려 죽는 사람은 평균 6명

정도인데, 개에 물려 죽는 사람은 2만 5천명이 넘는다니 제발 큰 개는 외출을 자제시켰으면 좋겠다.
 

괘일산 정상의 소나무. 암반 위에서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가는 생명력이 놀랍다.

1시 10분쯤 괘일산 정상에 닿았다. 허벌라게가 운영하던 샛별산악회 따라서 다녀간 지 근 7∼8년만인 것 같다. 괘일산 정상에는 멋진 소나무가 암반 위에서 팔을 사방으로 벌리고 있다. 정맥 길은 괘일산의 암릉을 따라서 20분쯤 이어지다가 설산에 이르는 400고지 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에는 임도와 함께 파고라로 된 쉼터가 있다.

여기에서 정면 아래로 향하는 곳에 있는 ‘J3’리본을 보지 못하고 설산 쪽으로 500여 미터를 올랐다. 특히 오룩스 앱이 자꾸 설산 쪽으로 안내하는데, 알고 보니 앱을 깐 사람이 설산을 올랐다 내려갔기 때문이다. 결국

설산.

‘설산 400m’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다시 하산하여 괘일산·임도삼거리에 내려왔는데 그제서야 낙수가 갈림길에 있는 ‘J3’리본을 발견해 낸다.

점심 후에 산행을 시작하여 시간도 부족한데 약 1km를 허비했으니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설산은 정맥 길에서 벗어나 있어 굳이 오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 갈림길에서 20여분 하산하니 밭이 나오고 농로를 따라서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시간당 3.5km의 급속 행군으로 30여분 만에 시라테골에 이르니 제법 높은 봉우리인 서암산이 왼쪽에 솟아 있다.

20여분을 오르다가 서암산 정상은 시간관계상 갈림길에서 이별하고 일목리 고개를 향해 가는데, 갑자기 상신기 마을이 나타나며 정맥 길이 끊긴다. 상신기 마을에서는 할머니 한 분이 밭에서 괭이질을 하고 계신다. 몇 년 전 할머니를 여읜 낙수는 그 모습에서 할머니를 떠올리고, 나는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맥 길은 상신기 마을 뒤쪽의 포장된 농로 길로 죽 이어져 일목리 고개에 닿는다. 일목리 고개는 포장이 깨끗이 되어 있어서 중간에 정맥을 끊어가기에도 적당한 고개다.

오후 5시경 일목리 고개를 지나 일목마을 쪽으로 30여 미터 간 곳에서 다시 절개지 벼랑길로 정맥 길을 이어갔다. 바로 앞에 높지 않는 구릉이 나타나 이곳이 봉황산인 줄 알았으나, 웬걸 30여분을 더 걸어 오후 5시 40분경이 되어서야 트랭글에서 “등산 계주 획득을 축하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봉황산은 235m로서 높지 않은 봉우리이지만 고지산으로 연결되는 정맥 길을 이어주는 소중한 산이다. 다시 속력을 내어 2km쯤을 하산했는데 갑자기 88로 불리던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가 나오며 정맥 길이 끊어진다. 오룩스의 주인은 2차선인 88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해서 지나간 모양인지 오룩스 앱은 자꾸 그곳으로 안내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통과할 수 없어 할 수없이 농로를 따라 200여 미터를 더 갔더니 지하통로가 나온다.
 

고지산에서 바라본 낙조.

낙수는 이쯤에서 산행을 접자고 하는데 내가 고집을 부려 6시 10분도 넘는 시각에 고지산으로 통하는 개간된 밭을 건너갔다. 6시 30분이 지나 고지산 안부에 이르니 멀리 담양 쪽으로 해가 지고 있다. 급히 황혼의 낙조사진을 찍고 고지산에 닿으니 6시 37분이나 되었다.

여기에서 하산을 서둘렀으나 6시 50분이 되어 고지산을 다 내려온 지점에서 정맥 길이 다시 88고속도로와 만나서 100여 미터를 우측으로 걸어서, 다시 지하통로를 찾아 순창군 금과면 쪽으로 내려갔으나 이번에는 방축리 마을로 통하는 지하통로를 찾을 수 없다. 결국 고지산에서 바라 본 방축리 마을을 위안으로 삼고 빈집 앞에서 금과택시(063-652-3900)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금과택시 손현기 기사님이 빨리 도착하였고, 손기사님 설명에 의하면 오정자재에서 방축, 과치재 구간은 모두 자신이 담당하는 구간이라고 한다.
 

괘일산 정상 암릉에 선 필자.

여기에서 낮에 지나온 일목리고개를 지나 담양군 무정면으로 통하는 도로가 새로 연결되어 있어서 과치재에 쉽게 닿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과치재에서 옥과 IC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반대로 오례교 쪽으로 잘못 내려갔더니 창평 IC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다음에는 꼭 호남고속도로 옥과 IC를 통해서 신촌주유소가 있는 과치재로 접근해야겠다.

끝나고 나서 트랭글을 확인해 보니 기록된 거리만 18km, 이동시간은 5시간 35분이고 평균시속은 3.3km다. 거의 속보수준으로 한나절 만에 하루 정맥 길을 완주한 셈이다./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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