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베트남 아내 폭행사건으로 드러난 이주여성 인권 민낯

한국와서 먼저 배운말은 “잘못했습니다. 때리지마세요…”
영암 베트남 아내 폭행사건으로 드러난 이주여성 인권 민낯
국내 결혼 이주여성 42% 가정폭력 경험·성행위 강요 28%

전남 영암에서 30대 남편이 베트남 이주여성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영상이 SNS상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결혼 이주여성 42.1%는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주여성들의 인권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9시께부터 3시간 동안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부인을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특수상해·아동복지법 위반)로 A(36)씨를 7일 현행범 체포했다. 부인 B(30·여)씨는 A씨의 무차별 폭행으로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이(2)는 아동기관 등에서 보호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폭행이 이어질 때마다 B씨는 서툰 한국말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마세요’라고 말하는 등 이 말을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퍼진 2분30초 가량의 B씨 폭행 피해 영상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욕설을 하며 뺨을 때리고, 여성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또다시 폭행했다. 남성은 “치킨 와, 치킨 먹으라고 했지.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지?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라며 여성을 윽박질렀다. 폭행 현장에 있던 아이는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다가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B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도 폭행 현장에 아이가 그대로 노출되는 등 그동안 A씨에 의한 정서적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이 앞에서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하는 B씨의 모습을 SNS 영상을 통해 직접 목격한 이들은 경악했다. 누리꾼들은 ‘이주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건이다’, ‘한국말을 가르쳐주지는 못할 망정 저렇게 때릴 수가 있느냐…’며 이주여성들의 인권 보호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국내 결혼 이주여성들 상당수가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내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2017년 7월부터 8월 사이 진행한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국적 기혼 여성의 가정폭력 경험 비율(12.1%)보다 3.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성행위를 강요당한 이주여성도 387명 중 108명(27.9%)이었다. 387명 중 60명(15.5%)은 성추행 또는 강간을 당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참이다. SNS상에 유포된 폭행 영상은 폭력성 등을 이유로 차단됐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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