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23) ‘어림고개-서밧재’ 구간(2019. 5. 4)
별산 오르자 “산을 떠나야 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실감
안양산부터 천황봉까지 무등산 전체가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와
정상엔 시커먼 바위 2개가 울퉁불퉁 갈라져…거북 등껍질 연상
산행길 곳곳서 취나물·두릅·우산나물·민들레·둥굴레들 반겨

별산 정상에서 바라본 무등산. 안양산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무등산 전체 모습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별산 능선의 풍력발전소.
친구 겸신과 직장 동료 향엽씨.
우산나물.
쌍겹민들레
쉬땅나무꽃.

오전 8시 롯데마트 주차장에서 친구 겸신씨와 회사 동료인 박향엽씨를 태우고 화순으로 출발하였다. 오늘은 만연산 입구에서 ‘저녁노을’이란 식당을 하시는 이광수 사장님께서 어림고개까지 태워다 주시기로 하여, 우리는 저녁노을 식당에 차를 대고 이사장님 차로 갈아탔다.

8시 50분경 어림고개에 다다르니 2주 전에 나를 보고 짖어대던 개들이 꼬리를 흔든다. 혼자 있을 때는 사납게 짖더니 세 사람이 있으니까 꼬리를 흔드는 것이 얄밉다. 어림고개에서 오늘의 최고봉인 별산(687m)을 목표로 오르는데, 길가에 취나물과 두릅들이 많이 있어서 발걸음을 잡는다.

근 20여분을 해찰하며 두릅 등을 뜯다가 심한 경사 길을 올랐는데, 여기는 520고지로서 별산은 570고지 너머 한참 떨어져 있다. 별산은 지도에는 오산이라고 되어 있는데 자라산을 자라별 자로 쓰느냐 자라오 자로 쓰느냐에 따라 산 이름이 바뀌는 것 같다. 취나물과 고사리를 뜯으면서 엄청 게으른 산행을 한 끝에 1시간이 넘어서 별산 정상에 닿았다. 별산 조금 못 미쳐서부터 풍력발전소가 정맥 길을 따라 죽 건설되어 있어서, 임도만 따라가도 결국 정맥 길과 겹친다.

별산 정상은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이하게 시꺼먼 바위 껍데기가 울퉁불퉁 갈라져 있어서 거북이나 자라의 등껍질을 연상케 한다. 또 이곳에서는 안양산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무등산의 전체 모습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산을 떠나야 산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별산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 길에는 풍력발전기가 군데군데 이어져 있고 풍력발전기를 관리하는 큰 관리동 건물도 정맥 길 바로 아래에 건설되어 있다. 풍력도 친환경에너지임이 분명한데, 소음이 심한 것과 바람에 따라서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것이 흠 같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자유자재로 날개의 방향이 바뀐다면 전기생산량이 높겠다는 상상을 해가며 발길을 재촉하는데, 길가에 찢어진 우산 같은 풀들이 줄줄이 서 있다. 식물학 박사(?)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우산나물’이라고 한다. 풀잎이 10여 갈래로 갈라져서 동그랗게 쳐져 있어서 누가 보아도 우산 같이 보인다.

샛노란 민들레도 군데군데 피어 있는데, 두 개의 꽃잎이 하나가 되어 동그랗게 핀 민들레꽃이 눈길을 끈다. 친구의 권유로 사진에 담는다. 조금 있으니 작은 나비가 날아와 등산화에 앉았는데 날개에 동그라미 몇 개와 멋진 문양이 새겨져 있다. 누가 그렇게 동그랗게 그려 넣었을까 참으로 신기하고 궁금하다. 막 고치에서 부화한 검정나비는 아직 날지는 못하고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다. 산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들이 다 신기하고 반갑다. 이들이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없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온 인류가 동참해야 할 것 같다.

멀리 보이는 동복호를 바라보니 적벽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대학 4학년 시절이 생각난다. 적벽이 곧 수몰된다고 하여 고등학교 동창들과 같이 하루 종일 적벽 옆의 시냇가에서 놀았는데, 나중에는 막차가 끊어진다고 하여 시골길을 숨 가쁘게 구보하여 겨우 마지막 버스를 탄 기억이 새롭다.

한때 광주시민들의 식수였던 동복호를 바라보며 정맥 길을 걸어서 묘치고개에 이르렀다. 묘치에서부터는 높은 봉우리가 없이 3∼400m의 낮은 산들이 계속된다. 그런데, 기온이 벌써 28도까지 오르는 통에 그늘을 가는데도 땀이 계속 흐른다.

원래 오늘 계획은 천운산 넘어 돗재까지 가는 거였는데, 그러려면 서밧재에 3시 이전에 닿아야만 한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자꾸 채취본능에 몸을 맡기다 보니 천왕산(420m)에 닿으니 벌써 두시가 넘었다. 이곳 구간에는 특히 둥굴레가 많다. 어떤 무덤은 온통 둥굴레로 뒤덮여 있어서 꼭 일부러 둥굴레를 심어서 기르는 것만 같다.

천왕산에서 1시간 가량 걸리는 구봉산에는 키가 큰 통신탑 만이 서 있다. 구봉산을 넘으니 벌써 3시가 넘어서 오늘은 서밧재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했다. 내 말에 고무된 친구는 고사리를 더 채취하며 늦장을 부린다. 결국 우리 세 사람은 오후 4시가 넘어서 석재공장이 있는 개기재로 하산하였다.

미리 연락을 받은 이광수 사장님이 승용차로 데리러 와 저녁노을 식당으로 이동하여 청계닭 백숙까지 대접받았다. 청계닭은 크기는 오골계만 한데 억세고 근육이 발달해 있어서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친구 덕분에 택시비도 전혀 안 들고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대접받으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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