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건강가정·다문화가족센터 통합 안돼

남도무지개프로젝트-다문화사회통합 연중 캠페인
국내기획취재 ⑥전남 목포시
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건강가정·다문화가족센터 통합 안돼
센터 관계자 “통합하는 추세 불구 조례·근거 없어 분리된 상태”
열악한 환경 속 民·官 의기투합…서남권 다문화 축제 등 성황
부부공동체훈련교육·다문화엄마학교 등 교육프로그램 다채
 

목포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서남권 다문화 축제’를 매년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 축제에는 전통춤, 문화행사공연, 체험부스 등 다문화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주결혼여성 등 외국인이 여수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전남 목포시. 하지만 타 지자체와 달리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다문화센터는 1곳에 불과하고 센터 시설 등 환경은 열악하다.

지난해 11월 행안부가 발표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 통계현황’에 따르면 전남에는 3만7천212명(2017년 11월 기준)의 외국인이 상주하고 있다. 특히 목포시의 거주 외국인은 3천386명으로 여수시(4천983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들 중 베트남인이 900명을 웃돌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인(689명), 한국계 중국인(502명), 태국인(234명) 순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 등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전남에서 두번째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또 운영되고 있는 센터 시설 등 환경도 타지역에 비해 열악했다. 최근 전남도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서는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합해 사회·다문화 업무를 보는 등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는 추세지만 현재 목포시는 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이 두 곳의 센터가 분리돼 운영된다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본보는 시의 지원을 받아 위탁·운영하는 목포시건강가정지원센터와 목포시청, 민에서 운영하는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 목포이주민지원센터를 찾아 다문화사회정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 10여명으로 구성된 나눔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빨래하기 봉사에 참여한 이주결혼여성 자원봉사자들.

◇목포시의 열악한 다문화정책 여건

지난 15일 오후 방문한 목포시청사. 자치행정과를 비롯한 교육체육과·사회복지과·노인장애인과·여성가족과·민원봉사실 등 자치행정복지국에 속한 6개 과 중 유일하게 ‘여성가족과’는 청사 지하에 위치해있었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지하 복도실을 따라 여성가족과 내부로 들어서자 보육·아동청소년·여성정책 등 팻말이 천장에 달려있었지만 다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팻말은 보이지 않았다.

취재차 여성가족과 내 한 팀장과 주무관과 면담을 나눴다. 이들에게 목포시에서 운영하는 다문화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2주 전에 있었던 인사 이동으로 아직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곳 목포시청은 현재 다문화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부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여성정책과 양성평등, 여성인력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정책과에서 다문화 업무도 함께 보는 구조다.

현재 목포시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시설로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주여성쉼터’도 있지만 이곳은 비공개 시설이자 여성을 위한 시설로 일반 다문화 가정은 이용할 수 없다. 사실상 외국인 근로자, 중도입국자녀를 비롯한 남성 외국인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목포시에는 없는 셈이다.

전남에서 유일하게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분리돼있는 것도 다문화 가정이 불편함을 느끼는 요소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다문화 가정의 시설들을 통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통합되는 추세이지만 목포시는 전남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분리돼있다”며 “이와 관련된 조례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판 야학’ 역할을 하는 다문화엄마학교는 이주결혼여성의 초등 검정고시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교육을 이수한 20여명의 이주결혼여성 전원 초등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눈에 띄는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특화사업

이런 목포시의 열악한 다문화정책 여건 속에서도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소한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多)름을 존중하는 다(多)품는 우리’라는 슬로건 아래 목포시가 광주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위탁을 맡겨 운영되는 다문화시설이다. 가족·성평등·인권·사회통합 등 4개 분야에서 한국어교육, 가족통합 및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 취·창업 지원, 자조모임, 다문화 가정 상담 등 8개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다른 지역과 달리 목포시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화사업으로 ‘언어발달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령에 맞는 언어발달을 위해 만 12세 이하 다문화가족 자녀를 대상으로 진단·평가·언어교육을 진행한다. 이주결혼여성을 위해 전문 강사 2명이 한국어를 강의하는 부모교육도 함께 운영되고 있어 다문화 가정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목포시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서남권 다문화 축제’가 매년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서남권 다문화 축제는 예산 2천2백만원을 투입해(목포시 2천만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 2백만원) 전통춤, 문화행사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무대에서 열리는 행사다. 목포을 중심으로 신안, 무안, 진도 등 11개의 서남권 지역 거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참여해 각종 다문화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목포시에서 운영하는 부부공동체훈련교육도 특화 사업 중 하나이다. 부부관계증진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 교육은 이주결혼여성 뿐만아니라 결혼이주여성부부 모두가 참여해 가족 간의 성평등과 인권의식 함양을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사회통합 분야에서는 다문화 엄마학교가 다문화 가정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책임성 함양이라는 취지 아래 IBK 기업은행이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교직에서 퇴직한 자원봉사자들이 교육을 담당한다. 이주결혼여성의 초등 검정고시를 위해 매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다문화엄마학교가 민간단체나 학생 등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가정판 야학’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위치한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경.

◇존재감 쏠쏠한 민간단체 목포이주민지원센터

관에서 운영하는 목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더불어 민에서 운영하며 고군분투하는 다문화시설이 있다. 바로 사회복지법인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 목포이주민지원센터이다. 이곳에서는 대한민국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불법 체류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베트남·중국인·몽골인 등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We friends’보험이 두드러진다.

‘We friends’는 무료진료소의 일환으로 월에 1만원을 납부하고 최대 10만원의 병원비를 지원받는 보험제도로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긴급의료비지원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제공하는 등 목포이주민지원센터가 다문화 가정의 의료서비스에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사회공헌에도 불구하고 시의 지원을 받지 못해 이 센터 또한 열약한 환경속에 처해있다.

배송이 사회복지법인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 목포이주민지원센터 간사는 “여타 다른 지역의 다문화 복지시설과 같이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목포시에서 민간단체에 지원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줘 많은 다문화 가정이 수혜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서정현 기획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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