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13>장성 이은주씨

‘요식업계 대모’에서 전남 최초 전통장류 수출가로

자녀들에게 엄마 역할 하고파 귀농 결심

간장게장·편백굴비 등 전통장류 美 수출

저염식 특허 이어 혼밥족용 소량 판매 계획

“불굴의 의지와 노력만이 성공신화 쓴다”

“지역 사회·문화에 스며들어 소통 절실”
 

전남 장성군에서 간장게장과 편백굴비를 재료삼아 전통장류를 생산하고 있는 청연푸드 이은주 대표. 이 대표가 먹음직스런 굴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엄마는 강해요. 엄마의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보니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 같아요”

전남 노지 2만8천429㎡(임야 2만5천785㎡·밭 2천644㎡)에서 간장게장과 편백 굴비 등 전통장류를 빚어내며 연 매출 1억 2천만 원을 올리는 귀농인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6년 장성군 황룡면으로 귀농해 귀농 4년 차에 접어든 이은주(51·여) 청연푸드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입암산성과 백양사, 축령산 등 고즈넉한 산세와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장성군은 전통장류를 숙성시키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여기에 군에서 시행하는 귀농인 대상 지원 프로그램도 활성화돼 있어 새내기 귀농인의 출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이씨는 전남 최초 전통장류를 해외에 수출하고 공영 홈쇼핑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 저염식 간장소스 특허도 받으며 장성군 대표 귀농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년간 요식업에 종사한 이씨는 지난 2016년 인생 2막과 엄마로서의 도리를 다히기 위해 전남 장성군으로 귀농을 단행했다.

◇귀농동기-제2막과 엄마의 역할 위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에서 원목 사업을 했던 남편이 부도를 맞게 되면서 이씨네 가족은 한순간에 바닥으로 주저앉게 됐다.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씨 부부는 생업의 길을 찾기 위해 갈라섰다. 더구나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고아로 자란 이씨는 부모 없이 자란 슬픔을 잘 알았기에 자녀들에게 그 고통을 대물림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이씨는 부양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지난 1999년 요식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남다른 요리 실력과 하고자 하면 한다는 불같은 성격을 바탕으로 전라도 각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며 확장해나갔다. 자타공인 ‘요식업계의 대모’라고 불리며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았다.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본인만의 새로운 요리법을 창조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두 배로 활용했다. 더구나 이씨는 요식업 매장을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 시켜 브랜드화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인건비 상승과 건강의 악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지난 2016년 운영하던 가게를 모두 폐업했다. 요식업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던 중 여행 목적으로 갔던 장성군 편백나무 숲에 매료돼 이씨는 제2의 인생과 엄마로서 해야 할 도리를 위해 지난 2017년 귀농을 결심했다.
 

본인만의 전통장류 제조법를 만들어낸 이씨의 저염식 간장소스..

◇귀농 초기의 삶-엄마의 마음으로 버티다

귀농 첫해인 지난 2017년 이씨는 상추, 양파, 고추를 재배작물로 선택해 소규모 농사를 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씨가 평소 요식업에서 주로 다뤘던 채소류이자 평소 관심 있던 작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 운영했던 일식당의 주방장 2명과 함께 귀농한 것도 이씨가 귀농의 첫걸음을 떼는데 큰 자산이 됐다.

물론 18년간 요식업에서 일하며 40대의 전부를 작물과 함께 보냈지만 이씨에게도 시행착오는 분명 존재했다. 조리하는 것과 재배하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씨는 낮에는 전남 진안군 한국농경문화원에서 레시피 등 이론을 배웠고 밤에는 인근 농가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본인만의 전통장류 제조법을 연구했다.

이처럼 이씨가 힘든 귀농생활에도 불구하고 주마가편의 자세로 앞만 보고 나아간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이씨는 “나는 엄마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힘든 순간을 버텨냈습니다”며 귀농 초기 힘들었던 생활을 회상했다.
 

전남 최초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해 수출하고 있는 전통장류.

◇노력의 결과-특허 획득 이어 미국으로 수출까지

2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본인만의 전통장류 제조법을 만들어낸 이씨는 지난해 저염식 간장소스 특허를 받게 됐다. 여기에 이씨는 먹거리도 세계화돼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지난 6월에는 전복·새우·소라·꼬막장 등 전통장류를 미국에 시범 수출하게 됐다. 한국의 하나로마트 역할을 하는 미국 마이코 백화점에 20㎏짜리 전통장류 16통을 수출하며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해내고 있다.

더구나 이씨는 단순 재배·생산에 그치지 않고 판로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비롯한 1인 1가구를 위해 100g·150g 등의 소량제품을 만들어 공영홈쇼핑과 전국 편의점으로 판매한다는 당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는 500평 규모의 전통장류 공장까지 세워 요리사 2명을 포함한 영업직 3명 등 5명과 함께 청연푸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가 부업으로 재배하는 양파.

◇예비 귀농인들에게…“본인만의 개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 물들어 갈 것”

이씨는 예비 귀농인의 성공적인 귀농생활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의 확고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본인만의 개성과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에 잘 흡수돼 주민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귀농해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도시로 가면 되지 등의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시골로 오는 것은 반대한다”며 “도시 생활을 떨쳐내지 못하고 귀농생활에 전념하지 못하면 결국은 시골에서도 소외돼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단순하게 농사짓고 여생의 일환으로 귀농하는 것보단 귀농도 하나의 사업 수단으로 활용해 제2의 인생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사진/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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