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 남도일보 상무의 남도 섬이야기

외롭게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랑의 섬’
연인들 데이트 코스 유명…목포서 배로 50분 거리
작지만 여유로움 속에 마음 안식 얻기엔 안성맞춤
천천히 걸어도 반시간이면 섬 한바퀴 족히 돌아
오가는 길에 고하도·장좌도·달리도·율도 만나
 

목포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외달도를 향하다 만난 목포대교와 케이블카. 목포대교 목포와 고하도를 잇고 있다.

■목포 외달도

회색 벽돌에 갇힌 도시인들, 치열한 경쟁의 굴레에 놓인 이들의 소소한 꿈이 아닐까? 차도선(車渡船) 뱃머리에 앉아 바닷바람 맞으며 이섬 저섬 선착장의 정겨운 풍경을 기웃거리다 도착한 어느 끝자락 조그만 섬에 내려 유유자적을 즐겨보는 그런 꿈 말이다. 고하도, 장좌도, 달리도 율도 등을 빙 돌아 50여분이면 도착하는 앙증맞은 섬, ‘외달도(外達島)’로 가는 길이 그런 곳이지 않을까? ‘외롭게 떨어져 있어 외로운 달동네’라, 섬 이름도 정겹다. 여름 끝 무렵 하얀 파도, 갈매기무리, 바닷바람이 그리워 외달도로 가는 사량호에 몸을 실었다.

커다란 배안에는 마지막 휴가를 즐기려는 듯 흥에 넘쳐 떠들고 있는 일행과 섬주민 10여명이 전부다. 섬 사람들은 육지가 그리워 연륙교를 놓고자 하고, 육지 사람들은 어머니 품 같은 바다에서 위로받고 싶은지 배를 타고자 한다.
 

외달도 가는 배 ‘사랑호’

# 목포에도 섬이 있었다.

이난영의 애틋한 ‘목포의 눈물’에서 ‘삼학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간척을 통해 이름만 남기고 육지로 흡수되어 섬의 흔적이 사라진지 수십년된 ‘삼학도’. 지난 8월 8일 대한민국 제1회 섬의 날 행사가 그곳에서 개최되면서 삼학도도 ‘섬’이었음을 만방에 알리는 영예(?)를 품었다.

오전 10시30분, 20여명 남짓 태운 ‘제2 사량호’는 목포 여객터미널을 떠나 목포대교 밑을 지난다. 목포 북항에서 영암 대불공단으로 이어지는 목포대교는 그 길목에 고하도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유달산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 연결을 계기로 관광지로 발돋움 하려는 듯, 해안 둘레길 데크 작업이 한창이고 좌측엔 목포 신항이 보인다. 간척으로 고하도와 하나가 되어 흔적도 찾기 힘든 ‘허사도’다. 이름처럼 허사가 되어버린 섬이랄까? 그곳에 아픈 흔적을 간직한 세월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불과 6km 거리지만 장좌도를 지나치고 달리도와 율도를 만나고 오면 외달도까지 50여분이 걸린다. 외달도 가는 길은 목포에도 섬들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꾀나 큼직한 율도와 달리도, 그리고 장좌도와 외달도가 목포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율도 선착장.

# 곧 죽어도 목포 시민이다.

달랑 2가구만이 살고 있다는 ‘장좌도’가 길게 늘어져 뱃길을 막는다. 이곳은 목포시에서 예술이 결합된 대형 리조트를 만들어 관광지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사량호’는 장좌도와 무인도로 보이는 ‘우이도’를 지나쳐 곧바로 ‘달리도’로 향한다. 섬모양이 반달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반달섬’ 달리도는 꽤 큰 섬인듯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린다. 율도항을 바라보니 목포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율도 섬 중앙 산기슭의 성모상과 빨간 지붕의 조그만 성당이 눈을 호사롭게 한다. 100여 년 전 포교를 위해 항해하던 신부가 태풍 때문에 자리하게 되어 만들어진 성당이라고 선장이 귀띔한다.

율도항을 돌아 외달도를 향하다 보니 해남 화원반도 끝자락의 11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목포구등대’가 인상적인 외관의 멋진 모습으로 지척인 듯 다가온다. 목포항의 관문이라 붙여진 이름 같다.
 

외달도 해수풀장

달리도, 외달도, 율도, 장좌도는 곧 죽어도 목포시민이다.

달리도가 거느린 쪽박섬도

달리도와 율도 사이 보리섬도

외달도가 거느린 별섬도

율도와 장좌도 사이 우도도 목포시민이다.

<김재석의 ‘곧죽어도 목포시민이다’ 中 >

김재석 시인은 시의섬 ‘달리도’와 사랑의 섬 ‘외달도’ 믿음의 섬 ‘율도’가 서로 다르지만 화합(不同而和)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외달도 한옥 민박집

# 사랑의 섬 외달도

그렇게 섬들 사이사이를 지나다보니 ‘외달도’다. ‘국제 슬로시티’라는 크나큰 이정표가 반기고 해수풀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해서 붙여진 별명이 ‘사랑의 섬’, ‘연인의 섬’이란다.

여름이 지나 폐장하여 출입금지 푯말만 보이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풍광이다. 비용도 3,000원, 저렴하다.

해당화꽃, 칸나꽃이 길가에서 반기고 오래된 무화과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토종 동백나무도 초봄의 화려함을 알려주듯 왕대추 만한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서서히 걸어도 시간 반이면 한 바퀴를 족히 돌만한 조그마한 섬이지만 안내판을 보니 민박집만 19곳이다. 마을 전체가 다양한 유형의 민박집들로 채워져 있는 듯하다. 언덕을 올라 고개를 넘으니 마을 본전통이 나오고 곧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와 맞닿는 길 끝자락엔 창을 열고 바다를 보고만 있어도 상념에 젖어들 것 같은 예스런 한옥민박집이 자리하고 있다. 몇몇 민박을 겸한 식당엔, 회, 촌닭 등 다양한 메뉴판이 반긴다.

이름이 좋아 들어간 ‘촌장민박 횟집’에서 주인장이 권하는 토실토실한 새우를 절여 상에 올린 새우장백반은 섬의 정취를 한껏 끌어 올린다.

마을을 돌아 우측으로 올라가니 ‘외달도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신안군의 여러 섬들이 방어벽을 치고 있다. 헤엄쳐서 건너가고 싶은 충동의 ‘별섬’, 소나무 한그루가 유달리 고풍스럽다. 해수욕장을 돌아 나오니 다시 선착장이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유럽정원’이라,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방치된 듯한 공원이다. 정자에 걸터앉아 한가로이 가을바람을 맞이한다. 아직 뜨거운 여름공기가 섞여있지만 갯내와 함께 가을향기가 몸을 감싼다.

차를 가지고 오면 도선비가 아까울 조그만 섬,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로움 속에 마음의 안식을 얻기엔 맞춤이다.
 

외달도 선착장의 국제슬로시티 표지 설치물.

# 목포엔 ‘고하도’ 도 있다.

목포로 나오니 선창가 지척에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있다. 모 정치인 때문에 유명세를 타서인지, 아니면 최근의 한일관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구 목포 일본 영사관’등 주요 건물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유달산 정상 별스런 건물에서 고하도까지 케이블카가 9월6일 개장을 앞두고 시범 운행 중이다. 3.2Km로 국내 최장 길이라고 홍보한다. 지역 먹거리 확보를 위한 관광객 유치에 지자체들이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케이블카 개장을 앞두고 주변정비가 한창인 고하도엔 이충무공 기념비가 있다. 명랑승첩 후 106일간 주둔하며 군량미를 비축하고 전력을 재정비한 곳이다. 섬의 둘레가 12Km밖에 되지 않지만 호남곡창지대를 흐르는 영산강을 지켜내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고하도를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다. 충무공의 혼, 일제강점기의 한, 이 혼과 한을 품고 유달산을 지키는 고하도가 목포에 있다.

<TIP 외달도 가는 방법>

목포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07시, 10시30분,13시30분,16시30분등 4회 출발 50여분이 걸린다. 외달도에선 07시55분, 11시25분, 14시25분, 17시25분에 출발하며 왕복요금은 성인기준 10,250원이다. 여름 성수기(7월27일~8월18일)에는 2회 추가 1일 6회 운행한다.

도선하고자 할 경우 왕복 37,000원 정도 소요되나 차를 가져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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