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시원 백두산 천지에서 통일 기원”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중국 동북3성 항일유적지를 가다
(중)잃어버린 땅을 찾아
조선족 동포 학생들과 2박3일 교류 통해 우정 쌓아
하얼빈역서 안중근 의사 일대기 보며 애국심 절로
백두산 천지 장엄하고 신비로운 자태에 일제히 ‘탄성’
 

우리 민족의 시원인 백두산 천지. 압록강과 두만강, 송화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천지는 둘레 길이 14㎞에 평균 수심이 200m가 넘고 1년 내내 안개와 운무가 가득해 신비로움을 준다.

면적 5만3천여㎢에 인구 1천여만명의 거대 도시 하얼빈은 그 규모만으로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게 아니었다. 19세기 유럽을 연상시키는 도시 외관과 열강의 오래된 대사관들. 일본과 러시아, 중국 간 세력 다툼이 남긴 흔적. 그 사이에 뚜렷이 남아있는 한민족의 발자취. 독립운동가 선열들이 눈물과 피로 남긴 기록은 민족은 같지만 나라가 다른 한국과 조선족 학생들에게 함께 공유하고 있는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선보였다.
 

하얼빈 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설치된 안 의사 동상

▶안중근 의사 기념관

탐방단은 일정 3일째인 8일 오전 하얼빈 역 정문 왼편에 마련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았다. 2014년 1월 개관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1번 플랫폼 바로 앞에 있던 귀빈용 대합실 일부를 개조해 100여㎡ 규모로 만들어졌다. 입장료는 무료였으나 여권을 확인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했다. 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 동상을 비롯 일생과 사상을 담은 사진과 친필 유묵, 신문 보도, 가족에게 보낸 편지, 유서 내용 등이 전시돼 있었다.
 

하얼빈 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설치된 안 의사 동상 앞에서 학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특히 기념관 유리창 너머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격살한 현장 지점이 표시돼 있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격 현장 천장에는 ‘안중근 의사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가 눈에 잘 띄게 걸려 있었다. 학생들은 실제 발사 지점에서 가슴으로 의거를 재현하면서 안 의사의 정신인 ‘위국헌신’을 되새겼다. 학생들은 방명록에 ‘애국선열의 독립정신 고히 간직하겠다’고 기록하며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여상 2학년 이슬기양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현장을 참관하며 그동안 고민해보지 않은 국가와 민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사형이 예정된 상황에서도 일제 법관 앞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은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탐방을 끝으로 2박3일 교류 일정을 마친 광주와 조선족 학생들이 헤어지기에 앞서 서로 끌어 안고 눈물을 흘리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아쉬운 이별에 ‘눈시울’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끝으로 2박3일 교류가 끝났다. 행선지가 다른 버스를 앞에 두고 한국 학생들과 조선족 학생들은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2천년을 버텨온 기구한 역사에 대한 한스러움일까. 헤어지는 아쉬움 때문일까. 한일합방으로 나라가 망하고 109년, 민족은 남과 북, 중국으로 나뉘고 러시아 등 여러 국가로 흩어졌다. “이날 또 헤어진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학생들은 교류 활동 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를 보기 위해 송강하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얼빈팀 학생들은 숙소에서 전날 밤 늦게까지 조선족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일부 학생들은 저녁 자유시간에 시내를 걸으며 러시아, 독일 등 근현대사 열강들이 하얼빈에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함께 확인하기도 했다.
 

하얼빈팀과 심양팀 학생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하얼빈을 떠난 버스는 중국 대륙을 한없이 달렸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새로 만든 서해 간척지를 보고 “만주 벌판 같지 않냐”고 했다는 일화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드넓었다. 옥수수밭과 침엽수림이 끝 없이 펼쳐졌다. 전날 한반도를 관통한 13호 태풍 ‘링링’이 어느새 북중접경을 지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서북서쪽까지 북상해 버스 창문에 비를 뿌렸다. 백두산 인근에도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출발한 버스는 밤 9시가 돼서야 송강하 호텔에 도착했다. 송강하는 백두산 등반객들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다. 긴 여정에 지친 탐방단에게 이국의 밤은 빠르게 지나갔다.

하얼빈팀은 9일 아침 식사를 하고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백두산 서파로 이동했다. 심양팀도 11시간 동안 심야열차와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한국에서 1박2일 안전교육을 함께 받은 후 첫 만남. 학생들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재회했다. 민족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백두산에서 하나 되어’ 천지에 오르는 여정으로 녹여냈다. 전날까지 비가 내렸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천지’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모두들 걱정이다. 백두산 풍경의 백미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지’다. 천지는 둘레 길이가 14㎞로 수심이 200m가 넘고 일년 내내 안개와 운무가 가득해 신비로움을 준다.

서파 천지 주차장에 도착한 학생들은 서파 1442계단을 오르며 천지로 향했다. 중간 정도 오르자 부식토가 쌓인 백두산 정상 부근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은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북한에 걸쳐 자리잡고 있는 중국 동부 최고의 산이다. 부식토가 쌓여 사계절 하얗게 보여 흰산이라 불렸다는 백두산은 말 그대로 ‘흰 머리 산’이었다. 중국에서는 장백산(長白山)이라고 부른다. 올라갈수록 안개가 진해졌다. 1시간가량을 올라 드디어 천지에 도착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에 대한 실망은 잠시. 학생들의 벅찬 감동에 보답하듯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천지가 그 장엄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한마음으로 통일을 기원했다.

하얼빈팀 정세훈(자동화설비공고 2학년)군은 “상상만 하던 백두산 천지의 장엄한 풍경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며 “중국을 통해 멀리 돌아와야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탐방단은 백두산 등정과 천지를 감상한 감회를 가슴에 담고 연변조선족자치주 행정중심지인 연길로 향했다.
중국 하얼빈·연변/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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