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24·完> 고흥 강형미·김영재 부부

부부의 인생 도전기“귀농은 우리의 버킷리스트”

답답한 도시 떠나 자연 찾아 고흥군 거금도 정착

꾸지뽕에서 표고버섯 거쳐 느타리 버섯으로

친환경·무농약 인증으로 학교 급식 ‘납품’

우리나라 최남단에 자리한 전남 고흥. 강형미(39·여)·김영재(45)씨 부부는 이곳 고흥에서도 차를 타고 30여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거금도에서 느타리버섯 농사를 짓고 있다. 부부는 2016년도에 답답한 도시를 떠났다. 넓은 바다와 푸른산이 어우러진 자연을 찾아 이곳에서 3년째 농사를 짓는 중이다. 고흥군에 정착하기 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약 5년간 꾸지뽕으로 예행연습까지 한 부부는 2018년 친환경(무농약) 인증을 받아 군내 학교 급식에도 납품 중이다. 또한 부부는 공판장과 마트 등을 통해 700㎡(211평)의 버섯재배사에서 약4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강형미(39·여)·김영재(45)씨 부부는 2016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터를 잡아 귀농했다.
강형미(39·여)·김영재(45)씨 부부는 2016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 터를 잡아 귀농했다.

▲귀농은 버킷리스트

부부는 함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바닷가에 터를 잡아 세월을 낚는 어부가 되고 싶다’ 등 죽기전에 꼭 이뤄보고 싶은 꿈들을 적었다. 그중 하나는 귀농이었다. 가까운 시일에 꼭 귀농을 하자며 입버릇 처럼 말했던 부부는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됨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부부는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자신의 꿈보다 자녀를 위해 일정부분 삶을 포기하며 일에 전념했다. 시간이 흘러 첫째 아들이 중학생이 됐을 무렵 부부의 꿈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부부는“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병원 등 주변시설이 중요 할 듯해 쉽게 농촌으로 가지 못했다”며 “지금은 도시의 좋은 환경보다 아이들과 함께 쌓은 추억이 더 가치 있을 것 같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윽고 귀농을 결심한 부부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부부는 귀농할 장소를 찾기 위해 동해부터 서해까지 밤낮없이 돌아 다녔다. 우연히 방문한 고흥은 부부가 꿈꿨던 농촌에 가장 가까웠다. 도시와 멀고 자연과 가까웠으며, 주변에 건물과 공장 등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어 작물은 느타리버섯으로 정했다. 버섯은 재배방식이 보편적으로 정형화 돼 초보 귀농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물 중 하나다. 부부 또한 농사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았고, 버섯은 연중생산이 가능해 여타 농작물에 비해 수익성도 뒷받침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일련의 준비과정을 마친 부부는 2016년 10월 거금도에 터를 잡았다.
 

부부는 버섯재배사 3동(700㎡)에서 연간 12톤의 느타리버섯을 생산한다.

▲귀농 위해 광주에서 벌교까지

부부는 귀농하기 5년 전인 2011년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항상 귀농을 꿈꿨지만 정작 농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던 터라 훗날 귀농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전남 벌교읍에서 농사를 짓는 강대표 어머니의 땅을 일부 빌려 농사에 뛰어들었다. 당시 부부는 광주에 거주 중이었고, 농장이 있는 벌교까지 차로 왕복 3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였다. 부부에겐 그 시간마저 행복했다. 작물은 ‘산신령이 먹는 신비한 열매’로 알려진 꾸지뽕이었다. 유근피, 꿀풀, 와송과 함께 4대 항암 약초에 속하는 꾸지뽕을 재배해 성공적으로 유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부는 주말마다 벌교와 광주를 오가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생산은 비교적 수월했지만 유통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꾸지뽕은 우리나라에서 1~2종만 자생하는 귀한 약초였고, 귀한만큼 대중성이 떨어져 판로를 개척하기 힘들었다. 인기작물도 아니거니와 특수작물이다 보니 이름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흘러 연습을 끝냈고, 시행착오를 통해 ‘귀농 하거든 남녀노소 좋아하는 농산물로 하자’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부부가 재배한 버섯은 2018년 친환경(무농약) 인증을 받아 학교급식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5년 연습해도 시행착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고흥군에 정착한 부부는 처음 작물로 표고버섯을 선택했다. 표고버섯은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 방식이 간단해 초보 귀농인들이 관심을 갖는 작물 중 하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부부는 이같은 표고버섯의 장점에 끌렸고, 버섯재배사 3동을 신설해 농사를 시작했다. 부부의 농장은 벌교서 5년간의 연습을 통해 얻은 교훈과 경험이 바탕이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부부의 생각과는 다르게 1년의 세월이 지나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부부는 “대중성만 보고 표고버섯을 선택했는데 유통판로 개척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표고버섯은 대규모 재배시설을 갖춘 농가들이 많았고, 우리같은 일반 농가가 그들과 겨루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시선을 표고버섯에서 느타리버섯으로 돌렸다. 이미 재배사를 갖췄기에 다른 작물로 바꾸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에서 였다. 다행히 느타리버섯은 경쟁이 덜 했고, 수월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이어 2018년에 친환경(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공판장에 의존했던 판로는 학교 급식과 마트 등으로 확대 돼 4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려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부부가 생산하는 느타리버섯.

▲팔랑귀는 귀농의 적

부부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부는“귀농을 준비하며 여러사람을 만나 조언을 들어봤지만 큰 도움이 안되는 것들도 많았다”며 “조언은 듣되 자신의 기준을 잘 세워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돈이 된다. 키우기 편하다 등의 말을 따라 큰 결정을 내린다면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농산물 품질관리에 대한 조언도 이었다. 부부는“6차 산업 열풍이 불면서 많은 농가들이 가공과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데 기본은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있다”며 “제품을 구입하는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농작물의 품질과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목표는 느타리버섯을 전국에 알리는 것이다. 향후 생산량을 더 늘리며 인근지역에 대규모 버섯단지를 구축하고, 고흥하면 느타리버섯이 떠오르는 지역브랜드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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