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힐링<15>고흥 팔영산

가을 끝자락서 만난 오색 단풍

정상서 바라본 다도해 풍경 산을 오른 사람들에게 또다른 선물 선사
암반으로 형성된 여덟개 봉우리 연속으로 연결 산은 형형색색 옷 입어

11월 겨울이 가을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바람은 매섭고 공기는 차갑다. 어느새 단풍도 막바지다. 산은 형형색색 단풍에서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남도 끝자리에 자리한 고흥은 숨겨진 비경과 천혜의 자연 먹거리 볼거리가 많다. 산과 들 남해 바다로 둘러싸인 고흥은 남도의 또 다른 보석이다.

저무는 가을이 아쉽고 단풍을 보고 싶다면 고흥 팔영산을 권하고 싶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오랜 만에 자녀와 가을산행을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굳이 혼자가 편하다면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와도 무방하다. 지난 15일 만추가 짙은 고흥 팔영산을 찾았다.

고흥으로 달리는 도로변 주변 곳곳에는 추수가 끝난 반듯반듯한 논자락 사이로 말아놓은 볏짚말이(곤포)들이 신이 바둑 한수를 둔듯한 바둑알처럼 점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풍요로운 가을이 저만치 멀여져 가고 차가운 겨울이 서서히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팔영산은 다도해 국립공원에 속한다. 암반으로 형성된 여덟개의 봉우리가 연속으로 연결돼 있어 다소 등반이 힘들 듯 하지만 각 봉마다 연결된 거리가 다소 짧아 초보자들에게도 종주산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특히 각 봉에서 바라보는 만산홍엽 아래 저 만치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은 산을 오른 사람들에게는 잊지못할 또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팔영산 산행중 가장 보편화 돼 있는 코스는 능가사에서 출발해 1봉부터 8봉을 지나 깃대봉에 오른후 다시 능가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늦가을 막바지 색을 발하고 있는 붉디 붉은 단풍을 감상해 보자.

팔영산 유영봉에서 바라보는 늦가을 만산홍엽과 저 만치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은 산을 오른 사람들에게는 잊지못할 또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팔영산

팔영산은 1998년 7월 30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가 2011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높이 609m로 전남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릴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정을 감상하기에 둘도없이 좋은 곳이다.

고흥읍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소백산맥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산으로 8개의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있다.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감탄한 중국의 위왕이 이산을 찾으라는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조선의 고흥땅에서 이 산을 발견한 것이 그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팔영산은 정상이 609m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변화 무쌍해 아기자기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위험한 곳은 철계단과 쇠줄을 새롭게 설치해 별다른 준비없이 산행에 나설 수 있는 가벼운 암릉산행지로 초보자들도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저멀리 대마도까지 조망되는 등 눈 앞에 펼쳐지는 다도해의 절경이 일품이다.

1998년초 고흥군에서 각 봉우리마다 고유이름(1봉-유영봉, 2봉-성주봉, 3봉-생황봉, 4봉-사자봉, 5봉-오로봉, 6봉-두류봉, 7봉-칠성봉, 8봉-적취봉)을 표지석에 새겨 등산객을 반기고 있다.

대표적인 주변 관광지로는 팔영산 암봉의 동쪽 깊은 계곡에 휴양림이 있고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4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던 능가사가 있다.

오토캠핑장을 지나 1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초입.

▲능가사에서 1봉까지

능가사와 팔영산 국립공원 오토캠핑장을 지나면 1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초입 오름길이 나온다. 발을 들어서니 이미 생명을 다한 활엽수 낙엽들이 발밑에 우수수 뒹군다. 전날 수능한파 때문인지 더 썰렁함이 느껴진다.

등산로 돌계단에 수북히 쌓인 낙엽.
등산로 돌계단에 수북히 쌓인 낙엽.

그러나 이것도 잠시 오르막 돌계단과 비탈진 등산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주변엔 마지막 생명을 다하기 전인 단풍잎이 햇살 속 더욱 붉은 빛을 발하며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늦가을 붉게 물들어 가는 팔영산 단풍잎.

하지만 단풍 감상도 잠시 시작부터 계속 올라가는 코스라 숨이 차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등산을 멀리 하다시피한 나에게는 이미 허벅지부터 작은 통증이 나타난다.

어느 순간 이마에서 한방울 두방울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라서야 할 단계가 있다 보니 계속 발길을 재촉한다.

흔들바위.

한 20여 분 걷다보니 쉼터인 정자가 보인다. 그옆에는 설악산 흔들바위는 아니지만 비슷한 흔들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흔들바위는 마당처럼 꼼짝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당바위’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체력이 좋으신 분들이라면 잠시 밀고 당기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잠시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1봉 유영봉에서 바라본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전경.

서서히 다리도 풀려 한결 걷는게 편하다. 고지가 높아질수록 기암괴석 주변에 위치한 단풍잎들의 색상도 더욱 붉은 색을 발하고 있다.

어느덧 1봉인 유영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암벽계단을 거쳐 표지석에 멈추니 드넓게 펼쳐진 푸르는 바다를 품으며 점점이 자리하고 있는 작은 섬들이 다도해국립공원임을 실감케 한다.

흘렸던 땀방울이 제값을 하는 순간이다. 그뿐이랴 저아래 출발지점인 능가사가 발아래 모습을 드러내며 온산을 물들인 붉은 홍엽과 함께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팡영산 2봉인 ‘성주봉’에서 바라본 제1봉 ‘유영봉’ 전경. 멀리보이는 다도해가 장관이다.

▲1봉부터 8봉까지

야영장에서 1봉인 유영봉(491m)을 거쳐 8봉인 적취봉(591m)까지의 거리는 총 3.1㎞로 2시간을 훌쩍 넘는 2시간 10분정도 걸린다.

1봉인 유영봉(491m)에서 6봉인 두류봉(596m)까지 거리는 700m로 가깝지만 경사도가 45.6%정도로 매우 등반하기 어려운 구간으로 시간도 40여분 소요된다.

하지만 6봉 두류봉에서 마지막 8봉인 적취봉(591m)까지 경사도가 7.3%정도 평탄길에 가까워 시간은 30분정도 소요된다. 거리는 600m이다.

가을색으로 갈아 입은 팔영산 팔봉전경.

선비의 그림자를 닮았다는 1봉 유영봉에서 팔봉을 지켜주시는 부처같은 성인바위 2봉 성주봉까지의 거리는 100m이다. 가파른 암벽과 철난간을 올라서야 한다.

암봉 급경사지역에 설치된 철난간.

2봉 성주봉에서 3봉인 생황봉(대나무통 관악기 모양새의 바위)까지는 급경사로 여기도 철난간과 쇠사슬을 부여잡고 올라야 한다.

3봉 생황봉에서 4봉 사자봉(사자모양의 바위)과 5봉 오로봉(5명의 늙은 신선 놀이터), 6봉 두류봉까지는 8봉 중 가장 가파른 절벽을 올라야 해서 초보자들에겐 난코스로 꼽힌다.

8봉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7봉 칠성봉(598m)은 북두칠성의 칠성바위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8봉 적취봉(591m)에서 정상인 깃대봉(609m)까지는 30분정도 더 가야한다.

깃대봉은 팔영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지만 밋밋하고 멋도 없어 보통 생략한다. 능가사 원점회귀 산행은 4~5시간 정도 걸린다.

신라 420년 아도(阿道)가 창건했다는 능가사 전경.

▲하산길에 만난 능가사

정상에서 다도해의 멋진 풍광을 구경 하셨다면 하산길에 능가사를 둘러보길 권장한다.

적막한 산사 주변에 불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노오란 은행나무 잎이 바람결에 흩날려 나이든 사람에겐 뜨거운 옛 추억이 절로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능가사 처마 위로 보이는 팔영산 팔봉 전체는 등반으로 지친 심신을 언제 그랬냐는 듯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능가사 경내 고목의 낙엽을 줍는 관광객.

능가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다. 신라 때인 420년에 아도가 창건해 보현사라 했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탄 뒤 1644년에 벽천이 중창하고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뒤 1768년과 1863년에 중수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한 능가사대웅전(보물 1307호)과 천왕문,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다.

문화재로는 350여 년 전에 나무로 만든 뒤 개금한 불상 8위와 나무로 만든 뒤 도분한 불상 22위, 전남도 유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범종, 목조사천왕상 및 귀부 위에 세워진 능가사사적비(전남유형문화재 70호)가 있다.

신라 때 10대 사찰로 꼽혔다고 전해진다. 사찰 주변에는 읍성, 마목성, 덕흥 해수욕장, 소록도, 외나로도 등이 있다.

탐방로 안내판.

▲등산코스

일반적인 산행코스는 능가사에서 출발해 제1봉에서 8봉을 거쳐 팔영산 정상인 깃대봉까지 갔다가 다시 8봉아래 갈림길까지 되돌아 능가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그러나 주능선 동북쪽에 멀리 떨어져 있는 신선대로 불리는 선녀봉을 거쳐서 주능선 암봉을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8개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팔영산의 진면목을 깊이 알 수 있다.

선녀봉과 연계해 팔영산 주능선 산행을 하게 된다면 실제 작은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하는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 산행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초보자들은 힘들어 할 수 있다.

수 많은 암봉들 사이에 있는 쇠줄과 로프, 수직바위면에 설치된 발판등을 오르 내려야 해서 체력이 떨어져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 착용을 추천한다.

* 제1코스 (3시간) 능가사 → 마당바위 → 1봉 → 8봉

* 제2코스 (2시간) 능가사 → 탑재 → 샘터 → 8봉

* 제3코스 (1시간 10분) 휴양림매표소 → 관리사무소 → 8봉

* 제4코스 (2시간 40분) 영남중앙초교 → 탑재 → 샘터 → 8봉
동부취재본부/글·사진 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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