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36)미사치-한재 구간(2019. 10. 9)

깃대봉 서니 모후산·무등산이 한눈에…내장산도 아스라이
태풍으로 물청소된 등산로 걸으니 새로운 감회
산행 중 가장 맑은 날씨로 호남정맥 절반을 조망

하늘이 그동안 고생했다고 아름다운 소풍길 준 듯
도솔봉 오르자 광양만·순천만 너머 득량만도 훤히

깃대봉에서 바라본 호남정맥. 화순 모후산은 물론 무등산까지도 환히 보이고 추월산 연봉과 그 뒤의 내장산 연봉들까지 아스라이 보인다.

한글날을 맞아 다시 친구와 둘이서 종주 길에 나섰다. 초입지인 미사치에 황전터널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비에 황전터널을 입력하고 출발하여 8시 40분경 황전터널 앞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0.9km를 올라가야 미사치가 나온다.

개천절날에는 태풍 뒷끝이라서 등산로가 온통 물바다였는데 일주일 만에 깨끗이 물청소된 등산로를 오르자니 감회가 새롭다. 미사치에서 계족산 등산로를 따라 약 400여미터 고도를 솟구쳐 10시 20분경 오늘의 첫 목적인 깃대봉(858m)에 다다랐다. 이곳까지는 ‘계족산 등산로’로 잘 정비되어 있는데 깃대봉에서 왼쪽으로 가면 계족산(723m)이고, 정맥 길은 왼쪽에 있는 월출봉으로 이어진다. 지난 번 산행시 오른쪽에 멋지게 높은 능선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것이 월출봉-깃대봉-계족산-용계산으로 이어진 능선이었고, 그 중 왼쪽 능선만이 호남정맥인 셈이다.
 

도솔봉 봉바위..

깃대봉에서 보자니 화순 모후산은 물론 무등산까지도 환히 보이고 추월산 연봉과 그 뒤의 내장산 연봉들까지 아스라이 보인다. 날씨가 지금까지의 산행 중 가장 맑아서 지나 온 호남정맥의 절반이 조망될 정도다.

하늘이 그동안 고생했다고 아름다운 소풍길을 주시는 것으로 감사하면서 완만한 능선 길을 따라 30여분을 걸으니 월출재가 나온다. 월출재에는 ‘백운산 둘레길’ 조성사업으로 임도가 나 있어 임도를 따라가도 정맥 길에 이르는데, 우리는 굳이 산길로 월출봉을 오른 다음 다시 둘레 길로 내려왔다. 여기까지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오늘 내친 김에 백운산 정상을 찍고 천황재로 하산할까 하는 헛된 계획을 친구에게 말하니 무리라고 말린다.

그런데도 너무나 편안한 정맥 길에 이끌려 속보로 달리는데, 갑자기 뒤따라오던 친구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큰 소리로 부르다 뒤돌아서 200여m를 왔더니 아뿔사! 친구가 쓰러진 나무등걸을 밟고 넘다가 미끄러져 허리를 삐끗했다면서 길바닥에 앉아 있다.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등 뒤만 마사지해 주다가 마침 홍광표 한의사가 생각나 전화를 해 보았더니 근육이 놀란 것 같다며 찬물로 마사지를 해 주라고 권한다.

근 한시간 지체하면서 생수를 등에 끼얹어 가며 마사지를 했는데도 친구는 걷기가 힘들다면서 월출재로 하산할테니 나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 꼭 119를 불러서 하산하라고 권하고 혼자서 의리 없이 형제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까 월출재에 지프차 같은 것이 1대 주차된 것을 보았기에 크게 걱정 안하고 갔는데, 나중에 보니 119 구급차가 바닥이 낮아 월출재에 접근이 안되어 친구는 119 구급대원과 5km 이상을 걸어서 하산했다고 한다.
 

형제봉

빨리 산행을 끝낼 욕심에 발길을 재촉하는데 마음이 걸려서 그런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원래 12시에 통과 목표였던 형제봉(트랭글상 961m)에 13시 10분에 도착해, 친구에게 전화해 보니 119 만나서 걸어서 하산중이란다. 물 한모금 마시고 급히 배낭을 챙겨 등주리봉(889m) 쪽으로 향하는데 등주리봉 정상에서 세 산꾼을 만났다. 위 사람들은 성불사에서 출발해 도솔봉을 찍고 하산중이라는데 여수에서 온 교직원들이라고 하신다.

덕분에 등주리봉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친구가 싸온 사과를 아낌없이(?) 보시하고 다시 도솔봉으로 향했다. 13시 36분쯤 등주리봉에 도착했는데, 도솔봉이 1,161m라서 약 300m 가량의 고도를 다시 올라가야 한다. 친구 걱정에 급속행군으로 14시 30분에 도솔봉에 도착하였다. 이제 건너다보이는 봉우리가 따리봉이고 그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백운산이다. 도솔봉에서 보니 광양제철소가 코앞에 보이고 광양만과 멀리 순천만, 그 너머 득량만 바다까지 한눈에 보인다. 망원경만 있다면 제주도도 보일 정도로 시계가 너무나 청명하다.
 

도솔봉

도솔봉에서 500m를 내려오니 헬기장이 있는데, 헬기장에서 폐타이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풀숲에 덮여 사라진 작은 헬기장이 또 나온다. 여기에서 10여분을 가면 참샘이재가 나오는데 참샘이재에서 따리봉은 0.7km 정도이다. 너무 급하게 걸어서인지 따리봉까지 오르는 길은 100m가 1km 같이 느껴진다.

계단 길이 계속 이어져 세어보니 10층을 올라가는 정도의 계단이다. 다행히 아파트가 18층에 있어서 가끔 운동 삼아 걸어 오르는 통에 그나마 계단 길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15시 46분경 따리봉에 도착했으니 2km를 1시간 15분이나 걸려서 온 셈이다. 따리봉에는 ‘표고 1,153m’라는 커다란 정상석이 있는데, 그 옆에 검은색 돌로 ‘따리봉 1,127m’라고 새겨진 작은 정상석이 나란히 서 있다. 트랭글로 확인해 보니 다 틀렸고 따리봉의 트랭글 앱 상의 높이는 ‘1,189m’가 맞다. 일제가 1912년에 토지조사령으로 토지조사사업을 하면서 삼각측량으로 측량해 놓은 산 높이를 그대로 쓰는 통에 지금까지 이런 혼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개면 경계에 선 필자.
깃대봉 정상에 선 친구.

차제에 전국의 산 높이라도 제대로 위성에서 측정하여 실제 높이에 맞도록 지도를 모두 수정했으면 좋겠다. 검찰제도와 사법제도도 일제가 효율적인 식민통치를 위하여 이식해 놓은 것을 해방 후에 전혀 반성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국민에게 사법주권이 없어지고 수사와 재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 대두되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문제가 모두 해방된 조국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빚어진 사태이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개혁을 이뤄가야 할 것이다.

따리봉에서 한재로 내려오는 길은 코코아 덕석이 깔려 있어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다만 한재에서 논실마을까지는 약 2km를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와야 되어서 발바닥이 무지 아팠다. 논실마을 입구에서 택시를 불러 미사치까지 갔더니 요금이 35,000원이 나온다. 옥룡면에 택시가 없어서 광양시 택시가 온 탓이다. 황전터널 입구에서 차량을 회수하여 친구가 있는 순천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다행히 친구는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여 하루 약을 지어서 광주로 돌아왔다. /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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