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대책보다 예방이 우선

민종택(장성소방서 구조대장)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고 하루하루 저물어가고 있다. 금년 한해동안 온통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은 “대한민국은 정말 안전한가” 라는 물음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전국 각지에서 펑펑 터져버린 크고 작은 화재들, 각종 사건, 사고들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토해내곤 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5일 제주도 서귀포 해상에서 문어잡이 배가 뒤집히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4명 탑승에 사망 3명 실종자는 1명이다 . 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 조그만 부주의와 무관심이었다. 우리는 사고가 있을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히 대형사고의 경우에는 “안전에 또 구멍이 났다”라든가 “인재로 또 참사가 일어났다”라고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하면서 희생양을 찾는 식으로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렇게 많은 재발 방지 대책들을 쏟아내고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고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발전 또는 경제 성장 속도가 안전 확보의 속도보다 빨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거나 사회안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위해 기본시설을 갖추고 그 시설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안전불감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한 말씀이 떠오른다.

“환난(患難)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은 재앙을 만난 뒤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목민심서 애민육조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옛 성현의 말씀을 가슴에 아로 새기고 얼마남지 않은 금년 한해 우리를 멍들게 한 사건, 사고들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일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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