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의 ‘어머니 역할’ 자처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1>김사라 광주다문화센터 대표
이주민 인권 위해 지난 2010년 정착
이주민들의 ‘어머니 역할’ 자처
통역·생활·일자리 문제 등 해결도
“이주민들의 비자 문제 해결돼야”
 

김창식·김사라씨 부부가 남매 자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사라씨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한 중고용품 매장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옷부터 전기밥솥, 난로 등의 가전제품까지 가지각색의 생필품이 길게 진열돼 있다. 그곳에는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등 세계 각국의 이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며 필요한 물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저렴하게는 2천 원부터 비싸게는 8천 원인 중고용품들로 가득 찬 이곳은 이주민들의 터전인 김창식(48)·김사라(30·여·인도)씨 부부의 사회적기업 ‘두루도라’ 중고용품 매장이다. 이들은 이주민 여성 등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한국 생활 정착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10년간 무일푼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며 광주 대표 이주민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 코엑스 친환경대전’에서 김창식·김사라씨 부부. /김사라씨 제공

◇“나는 이주여성입니다”

지난 2010년 김사라씨는 교회 목사의 소개로 김창식씨와 연을 맺게 돼 인도에서 한국으로 왔다. 결혼 초기 너무나 달랐던 언어와 문화, 식습관 등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갔고, 한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서툴렀던 한국어 탓에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고,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꾸리는 등 가슴 먹먹한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든든한 지원군 남편 덕분에 김씨는 한국 문화에 스며들어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김씨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것은 한국인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어렵사리 구한 직장에서 동료들은 김씨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고국의 문화를 존중해 주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김씨는 고달픈 한국 생활이 지속되자 ‘고국행 비행기를 탈까’라는 푸념섞인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고 한다. 자신이 겪었던 생활을 자신의 아이들과 다른 다문화 가정에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고, 보란듯이 이주민들도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김씨는 “돌이켜보면 나를 비롯한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며 “참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작지만 따뜻했던 주변의 사랑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인도로 보낼 10t 규모의 의류. /김사라씨 제공

◇나눔을 베푸는 삶

김씨는 작지만 큰 거인을 목표로 지난 2018년 남편과 함께 사회적 기업 ‘두루도라’를 세웠다. 회사 이름은 두루두루라는 ‘두루’에 그리스어로 선물인 ‘도라’를 더해 온 세상에 두루두루 선물을 전달하자는 뜻으로 지었다. 일단 김씨는 한국의 재활용품들을 모아 파키스탄·몽골·스리랑카·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수익률이 낮고 제품의 질이 떨어져 경쟁력이 비교적 약했지만, 판매를 통한 수익금을 십시일반 모아 이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등 기부행위를 지속했다. 2019년 1월에는 인도로 10t 분량의 의류를 보내 나눔을 베풀었다. 또 인도와 파키스탄 아프리카에 50t 규모의 겨울옷과 학용품, 교육기자재, 칠판 등의 물품을 보냈다.

이와 함께 김씨는 지난 2017년도부터 다문화가족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선행을 이어나갔다. 파키스탄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 언어가 비슷한 나라의 이주민들 23명을 모아 매주 일요일 2시간씩 ‘한국어교실’를 운영하면서 이주민들에게 한국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고국에 대한 그리움 등 향수를 느끼는 이주민들을 위해 잔치를 열어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서로 나눠먹는 등의 나눔을 실천했다.

또 한국 생활이 낯선 이주민들을 위해 ‘어머니’를 자처하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직업을 알선해 이주민 스스로 자립할 방법을 알려주고 건강과 비자 발급, 임금 문제 등 이주민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도맡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0년간 나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 이주민들이 겪는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며 “작은 선행일지라도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하며 큰 기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사회적기업 ‘두루도라’옥상에서 자조모임 구성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 /김사라씨 제공

◇작지만 소중한 꿈

사회적 기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지만 김씨는 갈수록 증가하는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이주여성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약품 대신 천연의 염료를 사용해 중고 의료를 재탄생시켜 세계 각국에 후원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고품질의 의류가 생산될 경우, 이주여성의 친정나라에 의류를 판매하는 가게를 열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씨는 이 당찬 꿈을 이루기 위해 부족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일면식도 없는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투자금은 현재 60여만 원이 됐다.

김씨는 “16명의 후원자가 건넨 지원금을 통해 수많은 이주여성의 복지를 증진 시키는 데 이바지하겠다”며 “이주여성 천연염색 기술습득 모금 프로젝트에 많은 분이 격려의 씨앗을 심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작은 격려와 사랑의 메시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이주 결혼 여성들 모두 한국이 좋아 오게 된 것이다”며 “서로 다른 문화, 피부색으로 어색하겠지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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