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섬사랑

■고흥 외나로도

몸 감싸는 편백나무 향…상쾌 통쾌 그 자체

80년 이상 상록수림 3만주 피톤치드 발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나로도지구 봉래산

파도소리에 상념 씻어내는 느린 트래킹

나무와 산소 주고 받아 일체가 되는 듯

뚝 썰은 삼치회·돌김쌈 한입에 사르르
 

육지에서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섬이 외나로도였다. 이제는 우주로 가는 관문이 되어 미래 우주시대를 여는 도약의 땅이다. 사진은 고흥 남열해수욕장의 해돋이 모습. /남도일보 자료사진
우주로 뻗은 아름드리 편백나무와 소나무, 첨단과학의 우주선이 나로도의 과거와 미래다./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화순 보성방면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벌교나들목으로 나가 고흥 가는 4차선 도로를 달리면 광주에서 2시간만에 외나로도에 도착한다. 육지에서 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섬이 외나로도였다. 이제는 우주로 가는 관문이 되어 미래 우주시대를 여는 도약의 땅이다.

남도섬사랑 신년 첫 섬기행은 바다 물산 풍부한 나로도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풍광을 누리고 삼나무 편백이 주는 피톤치드로 힐링하며 6km를 산행하기로 했다. 우주의 기운을 품고 의미있는 한해를 출발하자는 뜻에서 설계한 코스라니 말만들기 끝판왕 남도섬사랑 회장님이시다. 3시 이후 제한되는 겨울 봉래산 산행인지라 서둘러 외나로도항으로 이동했다.
 

고흥반도 쪽으로 나로2교와 내나로도가 보인다./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말을 키워 나라에 바치는 나라섬으로 불렸으나 일제 때 고흥군에 편입되면서 나로도(羅老道)로 개칭되었다. 나로도는 해안의 기암, 백색 화강암과 해식애 경관이 뛰어나 섬전체가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천연기념물 제362호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풍부한 어산물이 유명하다. 고흥군 세수의 3분의 1을 담당할 정도의 부자섬이었다. 우체국이 일제 때부터 있었고 전기, 수돗물은 물론 무선국까지 설치되었던 나로도 부의 원천은 어족자원이다. 특산품 ‘삼치’는 일본 수출 주요 상품이다. 근해에는 어종도 풍부하여 새우·도미·꽃게·바지락을 잡고, 김·미역·꼬막을 양식한다.

뱃사람들은 비단결처럼 고운 백색암석해안과 새우 떼가 몰려다니는 반가운 황금어장을 애지중지 숨기려는 듯 자기들만의 은어를 붙여 비단라, 늙은이로, 나로(羅老)라 하였다는 설도 있다. 풍부한 어족자원은 상록수와 무관하지 않다.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알맞는 환경을 제공하여 물고기떼를 해안으로 유인하는 역할을 난대림 상록수가 한다는 것. 부자섬이 된 비결은 자연그대로의 우주섭리를 따르고 가꾼 때문일까?

1920년대 나로도 산림계원들은 황폐화된 산림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려고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주를 심었다.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주어 인간과 동물을 살리고, 또다시 물고기 서식에 알맞는 환경을 제공하여 물고기를 살리는 것이 나무다. 물고기떼가 해안에 찾아오는 행운은 어부림(魚付林)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길도 예송리, 남해 미조리, 울산 목도 등에 상록수림을 조성하고 보호한 섬사람의 지혜가 느껴진다.
 

후지산을 닮았다는 수락도가 애도(좌)와 사양도 사이 봉호방파제 너머로 보인다./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일행이 도착한 외나로도항은 포근한 호수 닮았다. 맞은편에 애도와 사양도가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온다. 태풍 올 때 수천척의 배도 피항할 수 있는 천혜의 항구가 되었던 것은 두 섬이 거친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두섬 사이에 방파제가 연도교처럼 늘어서 있다. 봉호방파제 너머로 보이는 섬은 후지산을 닮았다는 수락도다. 사양국민학교 수락분교가 폐교되고 지금은 두가구만 사는 외딴 섬이라, ‘모험의 섬’이라는 테마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기여객선은 없다. 훗날 해상공원 풍광을 관람하러 다시 올 때는 사양리 세 섬을 코스에 넣고 싶다.

항구 한쪽 어판장 앞 잔잔한 바다에는 배부른 갈매기들이 둥둥 떠 졸고 있다. 항구 북동쪽을 길게 둘러친 섬이 쑥섬이라는 애도다.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의 애도마을엔 빨간 지붕이 예쁘게 눈길을 잡는다. 70여호 500명이 삼치·민어 등 고기잡이로 사시사철 북적이던 부자 섬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그옛날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만 15가구에 살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호수호의 봉호(蓬湖)라는 마을 이름을 싫어해 서명운동을 통해 ‘애도마을’로 개명하고 과거 풍요의 재연을 소망한다. 근해 연안 어장의 고기잡이배들이 성능 좋아져 큰항구 수산시장에 출하하게 되면서 외나로도항이 쇠퇴하는 상황에 더하여 20년 전 연륙마저 되지 못한 것이 애도의 애환을 만들었다. 작은 다리라도 놓아 사람이 건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을민 심정이 이해가 간다.
 

빨간 지붕의 애도마을이 있는 애도. 바다위에는 갈매기가 둥둥 뜬채로 졸고 있다./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수산시장에 고깃배가 간간이 들어와 중매하느라 시끌거리니 우리 발길이 저절로 그쪽을 향했다. 수산물어판장 수족관엔 줄돔, 숭어, 복어, 낙지가 가득하고, 1m 큰키의 삼치가 싱싱하다. 원하는 곳까지 배달 가능하여 주문 들어갔다. 봉래산 정상 찍고 편백 숲 돌아 우주센터로 올 때쯤 주차장에서 삼치회를 만나기로 예정했다. 양념소스는 포함되지만 돌김은 건어물상에서 사두어야 한다. 삼치조림으로 한상 차린 깔끔한 다도해회관 백반에 이른 점심을 하고 봉래산 편백숲 주차장으로 향했다.

봉래산에는 소사나무, 고로쇠나무, 소나무가 많으며, 야생화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주차장에서 봉래1봉 2봉, 정상에 올라 360도 시야를 넓힌 후, 편백숲으로 내려와 우주센터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일정이다. 편안해 보이지만 숨이 차는 산행이었다. 봉수대 터가 있는 봉래산 정상에 서면 팔영산 마복산 천둥산 고흥반도 산들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가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아스라히 보는 것이 신비스런 느낌이다. 여수 돌산도 금오도 안도 연도 등도 다도해 답게 펼쳐진다. 대부분 남도섬사랑에서 답사했던 이야기가 있는 섬들이다.
 

숲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남도섬사랑 회원들. 천지가 미세먼지 주의보이지만 햇살이 느껴지는 숲속 풍경/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상록수림이 예내저수지를 향해 흘러내리고 우주센터 몽돌해변 맞은 편에는 금오도 연도 안도가 있으나 희뿌연 날씨로 인해 선명하지 않다./남도섬사랑 진유화 회원 제공

예내저수지 아래로 우주센터가 보인다. 봉래산 비탈에는 1920년대 조성되어 수령 80년이상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주가 21.6ha 넓이에 숲을 이루고 있다. 편백나무에서는 12시에서 14시 사이에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방출된다. 소나무의 세배 이상 발생하는 피톤치드로 인하여, 삼나무 편백숲에서 산림욕을 즐기면, 심폐기능 강화, 스트레스 완화, 유해물질 프롬알데히드 제거, 항균 탈취, 진정작용과 쾌적효과, 알레르기 및 피부질환 면역기능 증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세먼지 자욱한 날에 편백숲을 거닐었으니 상쾌 통쾌 그 자체다.
 

우주센터 앞 몽돌해변
고흥 나로도는 해안의 기암, 백색 화강암과 해식애 경관이 뛰어나 섬전체가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천연기념물 제362호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풍부한 어산물이 유명하다.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외나로도항은 포근한 호수 닮았다. 맞은편에 애도와 사양도가 손에 잡힐듯 눈에 들어온다. 사진은 애도 선착장에서본 나로도.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지난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해 비상 하고 있는 모습. /남도일보 자료사진

우주센터에서 3D영상을 관람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렸다. 유자로 유명한 고흥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커피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산지 답게 커피향이 고소하다. 기다리던 삼치회 묵은지 돌김 쌈으로 간식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 돕는 손길로 둘러앉아 왼손에 회쌈을 들고 오른손엔 소주 한잔, 종이컵이라도 건배의 맛이란 다시없을 듯하다. 순간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식감이 진한 추억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같다. 외나로도의 우주여행은 내몸의 소우주를 느껴보는 참 소중한 여행이었다./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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