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주의로 다룬 무등산과 홍어

표인주 전남대 교수

‘체험주의 민속학’ 출간

민속·구술문학의 의미 확장

새로운 연구지평 제시 눈길

표인주 전남대 교수.
무등산과 나주 영산포 홍어, 해남 윤씨 설화 등 호남지역의 대표 문화자원을 ‘체험주의 민속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관점에서 다채롭게 분석·해석한 전문서적이 나왔다.

20일 전남대와 지역 출판계에 따르면 표인주 전남대(국문과) 교수는 최근 ‘체험주의 민속학-민속과 구술문학의 체험주의적 이해’((주)박이정·2만4천원)을 출간했다.

표 교수는 이 책에서 지난 1980년대 출발한 신생 철학인 체험주의의 시각을 민속학(folklore) 에 전면도입, 기존과 다른 새로운 민속연구의 방향과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체험주의를 통해 민속과 구술문학의 지속·변화 과정을 살피고 경험의 산물인 민속과 구술문학의 의미론적인 이해를 확장시키는 기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체험주의적 민속이 어떤 대상의 경험적 구조를 토대로 기호화되고, 어떻게 민속이 형성돼 의미화되며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실제 표 교수는 ‘홍어음식의 기호적 전이와 문화적 중층성’에서 지역 대표 음식인 나주 영산포 홍어가 흑산도에서 영산포로, 영산포에서 전라도 및 전국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음식문화의 물리적 경험 영역인 역사적인 사건과 사회적 변화가 크게 작용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산포는 흑산도 인근 영산도 사람들이 고려말 왜구의 침입을 피해 이주해 정착한 데서 그 지명이 유래했고, 영산도 사람들이 정착해 살면서 홍어를 먹기 시작했다. 또 영산도 사람들이 영산강 유역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홍어음식을 접대음식으로 사용했다. 교통시설의 발달과 산업사회의 생업환경의 변화는 홍어가 전국음식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를 체험주의적 민속 형태로 기호화하면 홍어는 섬지역(흑산도)→농경사회(영산포)→산업사회(광주 및 수도권)→지식정보산업사회(전국화 및 지구촌화)의 변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홍어음식이 잔치음식→정치적인 음식→기호음식이라는 시간적이며 공간적인 총합적 기호적 전이를 통해 지속되고 있는 현존 민속이라는 것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책은 ‘해남 윤씨 설화의 기호적 의미와 전승집단의 인식’등 호남지역 대표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살핀 15편의 논문을 ‘민속의 체험주의적 분석’과 ‘민속적 사물의 체험주의적 탐색’, ‘구술문학의 체험주의적 해석’ 등 총 3부로 나눠 다룬다.

특히 각 논문주제별로 독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요약분을 별도로 정리해 주목된다.

표 교수는 “민속에 대한 과거지향적인 연구나 현재적인 측면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재부터 미래까지 확장해 응용민속학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며 “체험주의 민속학이 그동안 민속학 연구에서 논의되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관점과 방향으로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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