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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다문화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3>김분옥 광주이주여성연합회장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다문화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
“이주여성 스스로 자신만의 장점 살려 당당해지길”
<3>김분옥 광주이주여성연합회장
2016년 연합회 설립, 이주여성 큰언니 자처
상담은 물론 문화·예술 통해 세계문화 알려
1996년 남편 만나 중국서 건너와 광주 정착
당시 고향 생각·서러움에 3년간 눈물 흘려
 

김분옥 메인
김분옥(51) 광주이주여성연합회장은 14개 국적 140여명의 이주여성들의 큰언니를 자처하며 이주여성들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이주여성연합회 제공

“이주여성들 모두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있어요. 이제는 이주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강화해 사회에 당당히 진출해야 해요…”

5일 광주 동구 학동 이주여성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분옥(51) 광주이주여성연합회장은 이주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우리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6년 광주이주여성연합회를 설립해 중국과 일본, 필리핀, 몽골, 캄보디아 등 14개 국적 140여명의 회원들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이주여성들의 큰언니를 자처하고 있다.

1996년 남편을 만나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광주에 정착한 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은 물론 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경계에 있는 김 회장을 반기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결국 뜻이 맞는 또다른 이주여성들과 함께 이주여성연합회를 만들었다.

그가 이주여성연합회를 설립해 이주여성들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게 된 다른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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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주여성연합회들이 지난해 연말 송년의 밤을 마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지난 2008년부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방문 지도사로 일하던 김 회장은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가정에서 또는 일터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이주여성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2015년 방문지도사 일을 그만둔 김 회장은 동강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이주여성들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 회장은 “저는 1996년에 한국으로 왔지만, 2000년대 이후 이주해온 수많은 이주여성들도 저와 같은 설움을 겪고 있더라”며 “제가 당시 그렇게나 많이 울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울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있다. 그들을 품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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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들이 세계 전통춤을 선보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주여성들이 당당한 지역사회 일원으로 나설 수 있도록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해마다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열리는 기념행사도 이런 이유에서 마련됐다.

이주여성들은 이날 팀별로 혹은 개인별로 준비한 모국의 전통무용 등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며 어느 때보다 자부심을 느낀다. 무대 위에서 잘했든, 못했든 무대에서 내려오며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은 이주여성들은 자신감과 함께 본인의 정체성도 실감한다. 화려한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행사를 준비한 김 회장의 입가에도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고 한다.

특히 연합회가 이주여성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도 이주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연합회 설립 초기 김 회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각종 기관들을 찾는 이주여성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련 기관을 연결해주는 등 이주여성들이 직접 사회와 부딪혀보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주여성들이 사회에 좀더 빨리 정착할 수 있는 한편 한국어 공부에 대해 필요성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수십년 전 먼저 광주에 정착한 김 회장 만의 ‘꿀팁’인 셈이다.

‘대화’도 연합회의 주요 임무다. 김 회장은 이주여성과의 대화, 이주여성 가족 간의 대화, 이주여성과 지역사회의 대화 등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주여성만 옹호할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으면 남편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고 자녀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며 “물론 사회에 진출한 이주여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일터에서도 활발히 대화하고, 소통해 스스로 갈등을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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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이주민 송년페스티벌에서 부채춤을 선보이는 이주여성들.

이제 5년 차에 접어든 이주여성연합회의 고민도 깊다. 각국 이주여성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인 연합회 사무실 등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지난해 말 연합회사무실이 현재 위치인 학동으로 옮겨온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주여성들이 아직 많아 회비 등이 원활히 모이지 않는 점도 김 회장으로선 큰 고민거리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이주여성들이 당당한 지역사회 일원으로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 회장은 “스스로 노력하지도 않고 앉아서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주여성들이 각자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물론 언어든 취업이든 쉬운 일은 없지만, 무엇이든 도전한다면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주여성연합회도 이주여성들이 당당히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언제나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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