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3>이주결혼여성 중국 리정희씨
예술로 전하는 이주여성의 삶
동양예술팀 창단 후 무일푼 재능기부
보육원·양로당서 중국 전통춤 봉사
“문화차이로 발생한 차별 근절되길”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동양예술팀. /리정희씨 제공

“힘이 닿는 데까지 이주여성의 복지증진과 봉사활동에 힘쓰고 싶어요.”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이주여성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주결혼여성 리정희(67·여·중국) 씨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9년 리씨는 조부모님이 그리워 그들의 고향인 전남 광양으로 이민 왔다. 지천명의 나이로 제2의 인생을 위해 한국을 두 번째 고향으로 삼은 리씨는 이주 초기 고국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억양과 일부 단어가 달랐지만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 덕분에 리씨의 한국 생활은 평탄했고, 적응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도 없었다. 식습관과 생활 문화 역시 고국에서 익히 듣고 접했던 탓에 전남 지역에서 ‘이주여성계의 마당발’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이웃들과 두터운 인연을 맺어왔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잠시 남편과 사별하게 되면서 리씨는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다.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이어지면서 이씨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로 수모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할 줄은 알지만, 억양이 북한 말투와 비슷해 한국인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기도 했다”며 “특히 조선족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조롱을 일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리정희(67·여)씨. /리정희씨 제공

이에 리씨는 한국에서의 홀로서기를 준비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전남 광양에서 광주로 이사를 왔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주관을 잃지 않았다. 리씨는 젊은 시절 고국에서 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다. 중국에서 유치원이란 단순 아이들의 보육 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전반적인 습관과 학문,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교육하는 곳이었다고 리씨는 설명했다.

그 중 리씨는 자신의 긍정적인 성향과 예술 분야를 접목해 중국 전통춤인 장구춤, 부채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한 경험이 있었고 이 재능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싶단 꿈도 꿨다.

그러던 중 리씨는 지인으로부터 광주이주여성연합회가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연합회 활동에 일조하기 위해 날마다 전통춤 안무와 동선을 구상했다. 밤이면 연습실에선 예술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음악에 어울리는 춤을 연마해나갔다.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동양예술팀 공연 모습. /리정희씨 제공

이주여성연합회에서 활동하던 리씨는 지난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광주 지역 최초로 이주민들이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당초 기획은 광주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전국 전통춤을 가르쳐주는 것이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게 돼 행사까지 기획하게 됐다.

이를 위해 리씨는 먼저 광주시이주여성연합회 소속 중국인 12명과 함께 지난해 6월 동양예술팀을 창단했다. 이들은 단순 안무부터 무대 구성까지 모든 기획을 추진했다. 리씨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면서 전통춤을 다른 팀원에게 알려줬고 밤낮으로 본인의 춤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후 리씨를 필두로 동양예술팀은 광주·전남 곳곳에 있는 요양원과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보육원, 어린이집 등을 방문해 무일푼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24번의 봉사를 펼친 결과 지난달 15일에는 중국총영사관에서 설맞이 기념 음악회에 초대받아 중국 전통춤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리씨는 올해부터 난타 학원에 다니면서 난타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주결혼여성 등 다문화가정도 한국 사회에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리씨는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무대를 기획하고 안무를 전수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이주여성의 복지증진과 재능기부 활동에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동양예술팀. /리정희씨 제공

마지막으로 리씨는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이주여성들을 위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씨는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어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 일환으로 이주여성들은 보육시설이나 양로당 등에서 행사를 개최하는데 대부분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지며, 사비를 통해 자본금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 섞인 시선이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외모가 같을지언정 말투나 억양이 한국어와 차이가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주여성들도 두 손, 두발 다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다”며 “이주여성들을 향한 차별이 근절되고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해주는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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