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4>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이국만리, 한국에서 되찾은 꿈
베푸는 삶 쫓아 지난 2007년 이주
요양보호사·한국어 자격증 취득 후
광주·전남서 어르신 위한 재능봉사
“힘닿는 데까지 선행 이어나갈 것”
 

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2013년 가천문화재단에서 주최한 다문화행사에서 효부상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제공

“인권과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사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껴요. 여러 고난이 있었지만 저는 꿈을 계속 쫓고 싶어요…”

이국땅 한국에서 베풂의 미덕을 실천하며 이주여성과 어르신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힘을 쏟는 이주결혼여성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 중국에서 광주로 이주해 13년 동안 광주와 전남 곳곳에 있는 복지시설에서 무일푼 재능봉사를 펼치고 있는 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주 초기 다른 문화와 언어로 한국인들에게 차별을 받으며 고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박 부회장은 ‘이주여성계의 인권 전도사’를 자처하는 등 본인의 신념을 쫓으며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 이주민 인권문화 평화축제에 참여한 ‘동양예술팀’이 행사 직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제공

지난 2007년 3월 중국에서 약사로 근무했던 장 부회장은 개인 사업차 중국으로 출장을 오게 된 남편과 연을 맺게 됐다. 입맛에 맞지 않던 음식 탓에 배탈이 났던 남편이 장 부회장이 근무하던 약국에 방문했다. 이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서로의 성향에 이끌려 같은해 9월 이국 타향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장 부회장은 한국에 입국한 당시 시부모님과 함께 광주 남구에서 거주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시부모님 모두 뇌출혈로 다년간 병상에 오르게 됐다. 장 부회장에게는 시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역할이 주어지게 됐다. 시부모님의 수발을 들기 위해 장 부회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과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병원에서 시부모님 간호를, 밤에는 각종 학원에 다니며 공부에 매진했다.
 

광주이주여성연합회는 사직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여성가족친화마을사업으로 광주와 전남에 있는 경로당을 방문해 다문화 요리부스 운영, 공동밥상 마을축제 등을 개최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고군분투하는 생활을 1년여간 이어가자 서툴렀던 한국어는 능숙해졌고 달랐던 한국 문화는 점차 익숙해졌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장 부회장은 중국에서부터 희망했던 ‘인권 전도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조선대학교병원과 건강보험공단에서 한국말이 서툰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통역 봉사를 펼쳤다. 또 광주이주여성연합회 회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경로당, 복지관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차려 같이 식사하는 ‘이주여성과 함께 하는 여성가족친화마을 공동밥상 봉사활동’도 이어나갔다.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살아가는 생활 이야기도 주고받고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삶의 지혜를 습득하게 됐다.

본격적인 재능기부 활동은 지난 2016년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였다.

장 부회장은 자신이 한국에 이주해 홀로 다양한 문화와 생활법률에 적응했던 경험을 살리고자 ‘이주여성 공부방’을 만들어 한국 생활에 힘겨워하는 이주민들에게 생활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아울러 지난 2018년에는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동양예술팀’을 창단 시켜 중국전통부채춤 봉사도 다녔다.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 2018 이주민 송년페스티벌에서 중국전통춤 봉사를 하고 난 뒤 기념촬영하는 동양예술팀. /장연화 광주이주여성연합회 부회장 제공

장 부회장은 이주여성들의 인권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이주민 관련 정책들이 단발성을 띠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회장은 “각계 부처에서 이주여성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 탓에 현재 광주시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이주민들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며“하지만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에 적응하라는 분위기와 부부간 다른 문화로 발생하는 갈등 등으로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부부교육이나 가족현장체험 프로그램이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서로 소통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다양한 동아리와 자조 모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창의적인 개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여성에게도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와 양성평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다른 피부색과 언어, 문화 등으로 선입견을 갖은 채 상대를 낙인해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재능을 존중하고, 도전하려는 기회를 공정하게 줘서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스며들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무일푼 재능 기부를 해왔던 것처럼 마을에서, 지역사회에서, 광주에서,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다양한 사회봉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광주이주여성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가지고 있는 재능과 보귀한 시간을 누군가에 기부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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