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목소리가 상품이 된다”…IT스타트업 트렌드는 ‘선주문 후생산’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는 기성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 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한다. 2020년 트렌드로 ‘팬슈머(Fansumer)’가 등장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 팬슈머는, 직접 투자 및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로, 이들은 자신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키워냈다는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소비에 뛰어든다.

능동적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IT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품 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 제품 기획, 서비스 개발까지 소비자 수요를 먼저 확인하고 이에 부응하는 순환구조를 활성화하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이 자리잡은 모습이다. 이 같은 방식은 실패와 기회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마법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클래스101, 와디즈, 하고, 모두의셔틀, 마이뮤직테이스트 등이 떠오르고 있다.

클래스101 제공
■‘백전백승의 비법’ 수강자가 원하는 수업만 만든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은 강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미리 ‘수강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인지?’에 대한 수요조사를 통해 수업 개설을 결정한다. 현재까지 누적 570여개의 강의가 100% 사전 수요조사 방식을 통해 개설됐다.

반응을 먼저 예측하고 만들어지는 만큼, 클래스101에 오픈된 온라인 강의들은 출시될 때 마다 히트 연속이다. 덕분에, 클래스101을 통해 강의를 진행중인 크리에이터들의 수익도 만만치 않다. 첫 달 평균 수익이 무려 600만원 이상, 최상위 크리에이터 3인의 평균 연 수익은 1억6천만원 이상에 달할 정도다. 현재까지 전체 크리에이터 누적 정산액도 약 180억원에 달하니 억 소리가 나올 정도다.

클래스101에서는 강의를 만들고 싶은 크리에이터라면 직장인도, 주부도, 학생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도전할 수 있다. 자신의 강의를 만들고 싶은 누구나 수요조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공개된 강의 계획 중 배우고 싶은 콘텐츠에 101원의 응원금을 후원하면서 수요조사 참여가 이루어진다. 이후 일주일 간 일정량의 응원이 모이게 되면 클래스 제작이 확정되는 순서로 이어진다. 만약, 수요 부족으로 제작이 무산될 경우 101원 후원금은 자동으로 환불된다.

클래스101 이승아 PR팀장은 “클래스101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강의만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강의 만족도 또한 97%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강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사전에 조사됐던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는 등 열린 소통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우드 펀딩 전문 플랫폼도 선주문 후생산 생태계 앞장 ‘와디즈’, ‘하고’

특정 제품을 미리 보여주고 선주문을 받아 수량만큼 실물 제품을 생산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들도 선주문 후생산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와디즈’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없거나 홍보 및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사업자들이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면 소비자들이 펀딩에 참여하고, 일정량 이상의 호응이 있을 시 실 제품으로 탄생하는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가족 증가로 홈코노미, 론리니스 이코노미 관련 펀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기준 와디즈 펀딩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온라인 큐레이션 플랫폼 ‘하고(HAGO)’는 고급 퀄리티와 앞선 디자인으로 가치를 보상 받는 ‘하고 펀딩(HAGO Funding)’을 운영 중이다. 하고에서도 미리 완성 모델을 공개한 뒤 주문량이 목표 수량에 도달했을 때만 생산이 시작된다. 약속된 수량만큼 높은 퀄리티로 생산되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하면 현실이 되는 서비스 ‘모두의 셔틀’, ‘마이뮤직테이스트’

선주문 후생산은 교통 서비스나 공연 시장까지도 파고들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주문을 넣으면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플랫폼은 이를 현실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유셔틀 모빌리티 스타트업 ‘모두의셔틀’은 웹사이트에 출근 경로를 올리면 비슷한 경로의 직장인들과 전세버스 기사, 차량을 매칭해 주는 이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개설된 출근길이 있으면 참여를 신청하면 되고, 집 앞에서 회사 앞까지 개설된 루트가 없으면 직접 운행경로 개설을 제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400여명의 회원이 120대의 전세버스를 통해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을 오가고 있다.

공연 기획 플랫폼 ‘마이뮤직테이스트’는 기획사가 먼저 공연 기획을 하고 알리는 방식과 달리, 팬들의 요청에 따라 실질적인 공연 수요를 예측해 공연을 성사시키는 역발상이 특징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티스트 선정부터 예상 관람객 수, 예상 티켓 비용, 선호 공연 지역 등의 수요를 예측해 공연을 기획한다. 팬들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셀럽을 초청할 수 있는 기회를, 기획사에는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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