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결혼여성 원티피씨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8>베트남 이주결혼여성 원티피씨
“이주민 안정적 길라잡이 되고 싶어요”
한국어·통역사 등 자격증 취득
광주고용센터서 취업알선 등 업무
고국 베트남 집짓기 봉사도 참여
“다문화가정 일자리 많아지길”
 

광주고용센터에서 이주민들의 일자리 알선 및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원티피씨. /원티피씨 제공

고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가이드가 꿈이었던 이주결혼여성이 이역만리 한국에서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이주민들의 일자리·비자 문제, 취업 알선 업무를 담당하는 이주결혼여성 원티피(30·여)씨다. 원씨는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향 친구의 소개로 한국인 남편과 연을 맺은 원씨는 지난 2011년 4월 광주로 이주했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9년간 본인이 깨우친 ‘한국 생활 정착’ 가이드를 이주민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이주민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하며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는 것이다.

원씨는 어릴 적부터 관광객들에게 고국 베트남의 역사, 문화를 알리고 안내하는 여행사 가이드를 꿈꿨다. 그러던 중 한국에 여행 차 방문한 현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게 돼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선택했다. 이주 초기 한국에서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보단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온 한국에서 안정적인 정착이란 원씨의 생각보다 어려웠다. 서툰 한국어 실력과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으로 원씨는 날마다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무엇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도 늘어났지만 그럴 때마다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버틸 수 있었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원씨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억센 사람들이 몰린다는 시장통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면 자연스레 그들과 융화되지 않겠냐는 고심 끝에서다. 수년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일하며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물어보면서 원씨는 차차 한국인으로 성장해갔다.

원씨는 “한국으로 이주하기 전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을 알고 있었고, 이를 극복해야겠다는 각오를 곱씹으며 버텼다”면서 “고국에서 익히며 배웠던 문화와 식습관, 생활 등을 다 버리고 21살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티피씨는 한국 20개 기업이 연계해 베트남에 집과 학교, 화장실 등을 지어주는 한국-베트남 자원봉사에 해마다 참여하고 있다. /원티피씨 제공

서툰 언어로 한국 사회에서 이주결혼여성이 설 곳은 마땅치 않았다. 구직활동을 펼쳤지만 생각같이 쉽지 않아 원씨는 일을 하기 위해선 본인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기초적인 한국어 자격증부터 가이드 역할을 수행할 통역사, 이중언어 자격증 등 각종 언어 관련 자격증을 섭렵하겠단 계획을 세웠다.

한국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원씨는 주중에는 남구 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에 다니면서 이주여성 대상 토픽(한국어 자격증) 자격증반을 이수했다. 또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사법 통역사 자격증을 준비했다. 서울에서 광주로 오가는 버스 안에서도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원씨가 2년여간 바쁘게 산 이유는 하나였다. 고국 베트남의 문화를 알리는 가이드를 꿈꿨고, 본인 같은 이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주민이 되기 위해서였다.

원활한 한국어를 바탕으로 원씨는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한국 20개 기업이 연계해 베트남에 집과 학교, 화장실 등을 지어주는 한국-베트남 자원봉사에 해마다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에는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취업했다. 원씨는 자격증을 활용하기 위해 센터에서 이주민들의 통역 문제를 비롯한 외국인 고용 허가 및 근로자 상담 등을 진행하며 각종 어려움을 도와주고 있다.
 

광주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진행한 이주민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원티피씨. /원티피씨 제공

이와 함께 지난 해에는 외국인 근로자 한마당 잔치에 참여해 고국 음식을 나눠주는 부스를 운영하고, 광주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진행한 이주민 자원봉사, 광주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서 개최한 2019GJFC 문화 교실, 농촌 외국인 근로자 숙소 화재감지기 설치 등 각종 행사와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고용허가제 통역관으로 나서 이주민들의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원씨는 각종 행사와 봉사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한국 사람들과 연이 닿게 됐고, 그들에게 베트남 전통 음식과 의상, 문화 등을 소개하면서 가이드라는 꿈을 펼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한국산업이력공단에서 진행한 ‘농촌 외국인근로자 숙소 화재감지기 설치’행사에 참여한 원티피씨. /원티피씨 제공

원씨는 이주결혼여성을 비롯한 다문화 가정의 인권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적인 업무를 통해 언어를 습득하며 한국 사회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원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우 이주민들의 일자리가 많은 반면 광주 같은 지역의 경우 일자리도 적고 노동환경도 열악하다”면서 “몸소 체험한 결과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한국인)과 자주 부딪히고 어울려야 안정적으로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 초기인 지난 2011년에 비해 현재 이주결혼여성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인 시선은 많이 근절됐지만 어르신들의 경우 여전히 편견이 존재한다”며 “특히 어린 나이에 한국 생활을 시작하려는 이주결혼여성들을 향한 차별은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이니까 언어가 서툰 것은 당연하다”며 “이주민들은 그 누구보다 한국 문화에 스며들어 한명의 구성원으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이주민들을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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