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꽃’ 피워낼 동구
임택(광주 동구청장)

40년 전 그날처럼 올해도 이팝나무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팝나무에는 배를 주리던 이들이 만개한 꽃을 보며 쌀밥을 맘껏 먹어보고 싶은 소원을 달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평화로운 대동 세상을 바라던 광주시민들의 열망은 배고픈 이들의 간절함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함성은 깃발처럼 푯대처럼 모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 이 땅에 마침내 이팝나무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했다.

항일의병항쟁과 독립운동, 4·19민주혁명에 이어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한복판에 서게 되면서 광주 동구는 자연스럽게 ‘의향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또 동구는 ‘예향의 도시’로도 이름이 높은데 이는 광주를 빛낸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해낸 도시이기 때문이다. 근대 6대가이자 ‘무등산 호랑이’로 불리던 남종화의 대가 의재(毅齋) 허백련 선생을 비롯해 우리나라 1세대 인상주의 거목이자 ‘빛의 화가’로 불렸던 오지호 화백을 품은 곳이 바로 동구다. 이뿐이랴. 서편제 판소리를 대표하는 박동실 명창, 추상미술 ‘앵포르멜’을 개척한 화가 양수아 등 수없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무등산을 젖줄삼아 예술혼을 불태웠다. 예술의 거리와 운림동에 밀집한 수많은 갤러리와 박물관·미술관은 동구가 여전히 호남 예술의 중심지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오월정신이 오롯이 담긴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245, 미로센터 등은 우리 동구가 더더욱 문화예술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역사적 당위를 증명한다.

이렇듯 우리 광주의 역사와 문화자산이 고스란히 담긴 동구는 올해 도시에 문화예술의 색을 입히는데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지난 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9개 유관기관의 업무협약은 그 대장정의 ‘첫걸음’이다. 협약에는 동구를 비롯해 ACC, 한국관광공사광주전남지사, 아시아문화원, 광주문화재단, 광주관광컨벤션뷰로, 광주시관광협회,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광주건축단체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문화전당 권역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상품 개발 등을 통해 광주관광객 1천만 시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각 기관은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문화전당권 도심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공동개발 ▲도심관광 핵심 콘텐츠·문화 상품 개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조성을 위한 도시경관 디자인 개선 ▲문화예술행사 공동홍보 ▲관광 활성화를 통한 문화관광형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빛의 숲(Forest of Light)’ 콘셉트로 꾸며진 문화전당과 주변을 미디어 작품화하고, 인쇄의 거리와 예술의 거리 등 문화예술 공간을 연계한 관광 상품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나눔정신의 상징인 ‘주먹밥’을 지역 대표음식으로 육성 하는 등 아시아음식문화지구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충장로 뷰티스트리트와 웨딩의 거리를 활용한 뷰티쇼핑관광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전일빌딩245’도 문화도시로 탈바꿈할 동구의 새로운 추진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도관광센터, 시민갤러리, 생활문화센터 등을 갖춘 전일빌딩245는 5·18 추모공간으로, 남도 관광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호남상권의 중심이던 충장로 일원에 둥지를 튼 ‘충장22’의 활약도 기대된다. 옛 간장공장을 리모델링한 충장22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의 보금자리이자 문화 사랑방으로 기능할 것이다.

광주사람들의 이야기가,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가 담겨 있는 원도심 동구는 시대적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외면하지 않고 숙명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져왔다. 앞으로의 동구에 주어진 단 하나의 소명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광주가 품은 이야기와 역사를 문화로 풀어내는 ‘문화도시의 꿈’이 아닐까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던 백범 김구 선생이 만약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면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낼 동구의 미래에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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