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자현장>‘설마’했던 광주시체육회장 출연금 규정 개정
김명식(남도일보 문화체육부장)

지난 1월 하순쯤으로 기억된다. 민간 첫 광주시체육회장 선거가 끝나고 10여일 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오랜기간 광주 생활체육현장에 종사해 온 그와 담소를 나누던 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동문 후배 사무실을 찾았다가 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회장 출연금 규정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지인이 “선거때 체육인과 시민들에게 약속한 출연금인데 규정을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니 “1년에 2억원, 임기 3년간 총 6억원 출연금은 전임 상임위원회에서 만든 것이니 새로 구성될 상임위원회에서 규정을 고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고 한다. 지인이 “말 같은 소리를 하라”며 화를 내자 그 사람은 “규정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해듣고는 ‘출연금 규정을 바꿀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매년 2억원 이상은 일반인들로서는 거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이 선거과정에서 ‘3년간 6억원 이상 출연금 납부’를 선거인단을 비롯한 체육인과 시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기에 ‘설마’하고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다시 10여일이 지난 2월 12일 김창준 회장은 시체육회 출입기자들과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회장 취임후 첫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린 1주일 뒤였다. 김 회장에게 “시체육회 사무관리규정에 따르면 정기총회 전날까지 출연금 2억원을 내야 하는데 내지 않았다.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출연금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려준다고 하니, 그 가이드라인이 오면 그에 따라 내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에서 출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내지 않겠다는 의미인가”라고 재차 묻자 배석한 시체육회 간부는 “출연금을 내라, 내지 마라가 아니다.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할 지 나름의 기준을 마련해서 알려주겠다는 의미다”고 부연했다.

이후 기자는 기회 있을때마다 시체육회에 가이드라인이 왔는지 물었다. “아직이다”는 말만 반복해서 돌아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될 시기에는 “코로나로 대한체육회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이어서 행정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렇게 2개월여가 흘렀다. 그 기간 김창준 회장이 출연금을 납부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4월 하순께부터 시체육회 울타리 안팎에서 “출연금을 내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한다. 다 알아봤다고 하더라”는 말이 나돌았다. 5월 초 연휴 뒤에는 “출연금과 관련해 뭔가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렸다.

다시 “설마”하면서 대한체육회측에 출연금 가이드라인 여부를 직접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지방체육회장 출연금은 대한체육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사안이 아니다. 지방체육회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운영할 문제다. 출연금(납부)은 해당 지방체육회 규정 유무와 회장들이 (선거과정에서) 동의했는지가 중요하다”였다.

광주시체육회장 출연금 납부와 사용처는 대한체육회에서 관여할 게 아니기 때문에, 지방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규정을 정했으면 그에 따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김창준 회장이 말했던, 그리고 기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한체육회 가이드라인’은 필요없었던 것이다.

대한체육회측 설명을 토대로 김 회장이 출연금 납부기한 3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출연금을 내지 않은 배경을 취재하면서 이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시체육회 사무처를 통해 “코로나19 등 악재로 시기가 늦어지고 있었을 뿐 출연금을 미납 할 생각은 없다. 추후 좋은 시기를 살펴 출연금을 내도록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이 답변을 들은 지 몇 시간 뒤 시체육회 한 간부는 다른 내용으로 해명을 했다. “회장 출연금 규정은 17개 시·도중 광주만 있는 규정이다. 그래서 출연금 사용처 등에 내부 지침이나 규정이 필요하다”며 “이 규정이 마련되는 데로 출연금을 납부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출연금 규정이 만들어진 게 6개월 전인데 그동안 뭐 하셨나요’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지금 준비중에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10여일 뒤 시체육회 상임위원회는 김 회장이 3년간 6억원 이상 납부해야 할 출연금을 3년간 2억원만 내도 되는 개정안을 스포츠공정위원회에 건의했다. 시체육회 규약에 의하면 규정 제정 및 개정권한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있다.

시체육회 자문기구인 상임위원회는 전체 위원 10명중 당연직 위원(광주시 문화체육관광실장·광주시교육청 체육복지과장·시체육회 사무처장)을 제외한 7명을 김회장이 위촉했다. 당일 상임위원회는 재적위원 10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장 출연금 개정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개정건의안은 당초 상임위원회 안건에 없었으나, 회의 말미에 기타 안건으로 논의돼 건의안이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당연직인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 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상임위원회 건의를 받은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틀 뒤 27일 상임위원회 건의안에 ‘출연금은 업무추진·품위유지에 사용되어야 한다’ 는 문구를 추가해 수정 의결했다. 재적위원 11명 중 10명이 참석해 역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스포츠공정위원들은 역할의 중대성과 독립적인 활동 보장을 위해 대의원 총회에서 선임되지만, 총회의 의결로 선임 권한이 회장에게 위임된 경우 회장이 선임한다. 시체육회의 현재 스포츠공정위원들은 선임권을 위임받은 김 회장이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 규정 개정을 놓고 체육인들 사이에서 ‘셀프 개정’이니 ‘충성 개정’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출연금 개정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였다. 시체육회 간부가 설명한 출연금 지연 이유와 상임위원회·스포츠공정위원회 개정 사유가 같은 맥락이어서 더욱 놀랐다. 김 회장이 ‘조만간 낸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출연금 납부를 차일피일 미룬 게 결국 ‘이런 것이었구나’… 나아가 출연금 규정 개정을 위한 물밑 작업이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연금과 관련해 김 회장은 당초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체육회는 김 회장 부임이후 오랜기간 ‘명분 만들기’를 고민하다가 ▲타 시·도에 없는 강제 규정 ▲체육인 문호 개방을 이유로 출연금 규정 개정이라는 ‘거사(?)’를 성공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비단 기자만의 판단일까./msk723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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