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봉 여수시장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COP28, 미래세대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해야
권오봉(여수시장)

권오봉 여수시장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전 세계 100여개국 정상을 비롯한 185개국 대표들이 모인 ‘리우회의’. “여러분은 오존층에 난 구멍을 수리하고, 죽은 강으로 연어를 다시 돌아오게 하고, 사라져 버린 동물을 되살리고, 사막이 된 곳을 푸른 숲으로 되살려 놓을 능력이 없습니다,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제발 망가뜨리지 마십시오!” 열두살 소녀의 목소리가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리우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시급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모았으나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쉽사리 협약안을 도출해내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당시 ‘리우회의’에서 체결한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조율하고 협상하는 다자간 국제회의이다. 1995년 이후 해마다 개최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는 열리지 못하게 됐다.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 예정되었던 제26차 총회가 1년 뒤로 연기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려고 했던 COP28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남해안 남중권을 비롯해서 인천광역시 등에서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COP28이 왜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남중권에 유치되어야 하는가?

먼저 국토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남해안 남중권 공동개최는 의미가 깊다.전남·경남 지역의 각 5개 시군으로 구성된 남해안 남중권역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넘는 협력으로 놀라운 경험을 한 바 있다.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기 전부터 시민사회에서 먼저 COP 유치를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순수민간인 185명으로 유치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등 유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지리적인 측면에서도 남해안 남중권은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기후변화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해양과 내륙, 산악 등 다양한 기후 특성을 보이고 있어 국가별 기후 이슈에 따라 맞춤형 부대행사 개최가 용이하다. 또한 해양, 석유화학, 철강, 우주항공 등 최첨단 산업단지가 밀집되어 산업별 기후 이슈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순천만국가정원, 섬진강, 백운산 등 다양한 생태자원과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낙안읍성과 진주성이 가까이에 있어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당시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의지를 담은‘여수선언’을 발표했다. 우리에게는 지구의 모든 국가가 해양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도록 선도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을 5억 3600만 톤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 경제수준, 감축능력 등을 고려한다면 감축 목표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리우회의’에서 전 세계인을 향해 “죽어가는 지구를 살려달라”며 큰 울림을 남겼던 그 소녀는 어느새 올해 마흔이 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많은 회의가 열렸고 각국의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대응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국제사회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기후변화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COP25에서 환경운동가인 16세의 그레타 툰베리는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지 말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해 화제가 되었다. 툰베리가 다시 마흔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우리가 미래에 짐을 떠넘기는 시간을 마주하도록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인가.

예년에 비해 시원하게 뻗은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계가 정지된 듯 모든 게 멈췄지만 지구와 동물이 살아 숨쉬는 역설적인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끊임없이 발전해야하고 개발해야하는 성장 중심을 추구했던 우리의 지난날을‘잠시 멈춤’을 통해 돌아보고,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자연을 살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우리‘섬섬여수’에서 열릴 COP28에서는 리우, 교토의정서를 뛰어넘은 실행력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건강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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