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윤호21병원 1층 천장서 최초 발화
에어컨 전선 끊어진 흔적 발견돼
전기적 요인 추정, 2차 감식 예정
가연성 물질 많아 대피에 어려움
‘스프링클러’는 단 한대도 없어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 화재가 1층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 10일 윤호21병원 화재현장 모습. /독자 제공

경찰이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고흥군 윤호21병원 화재 사건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에 의해 1층 천장에서 최초 발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12일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윤호21병원 1층 응급실에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층 천장에서 최초 발화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과수와 합동 감식결과 1층 에어컨에서 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흔적이 꼭 전기합선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최초 발화 지점에서 불꽃이 튄게 전기적인 요인일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전기줄 밖에서 누전이 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 국과수와 2차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새벽시간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스프링클러 등 화재진압 장치가 없었던 점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 관계자 진술을 종합하면 1층 정형외과와 내과 사이에서 가장 먼저 불길이 치솟았고 이후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 위로 불이 확산돼 환자들이 폭우가 쏟아지는 옥상으로 대피했고, 간호사들은 환자를 둘러업고 불 꺼진 계단을 달려 올라가기도 했다.

특히 1층에는 의료용품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짙은 연기가 발생하면서 대피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이 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탓에 스프링클러가 단 한 대도 없었다. 다만, 지난 2018년 관련법 개정으로 의무 설치 의료시설로 소급 적용됐지만 오는 2022년 8월까지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설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병원에 있었던 간호사 등 의료진은 입원환자들을 대피시킨 뒤 나중에 나왔으며 실신하기까지 했었다”며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오전 3시42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나 60대 여성 2명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숨졌으며 구조된 80대 여성은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 입원환자와 의료진 등 27명(8명 중상)이 화상과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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