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보성 죽산안씨(竹山安氏) 문강공파 은봉종가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도학사상 절의 실천…대대로 문집 남겨

성리학 들여온 안향 후예들…벼슬과 영달 보다 학문 숭상
국난엔 구국 의병 기치 올려…호남 대표 선비정신 가통 계승
종가 보존 고문서 문화재 지정…전라남도 유형문화재 303호

대계서원 전경

전남 보성에는 호남을 대표하는 선비 학자가 종가를 일으켜 400여년 절의와 학문연구에 매진해 온 가문이 있다. 30여 차례 벼슬이 내렸어도 흔들리지 않는 선비정신으로 도학에 충실하고 충절의 역사를 담은 저술을 남김으로써 ‘도학과 절의는 둘이 아니다’는 지론을 실천했던 이가 은봉 안방준이다. 죽산안씨(竹山安氏) 문강공파 은봉종가를 찾아 대대로 지켜온 가통과 그속에 담긴 삶의 교훈을 알아본다.

◇광주 장흥 거쳐 보성 입향한 죽산안씨

죽산안씨는 고려 공민왕 때 문하시중을 역임한 안원형(1318~?, 문혜공 죽성군)이 시조다. 그는 순흥안씨 시조 안자미의 7세손이며, 성리학을 고려에 전파해 문묘에 배향된 안향(1243~1306)의 증손자다. 순흥안씨에서 분적해 죽산(현재의 경기도 안성)을 본관으로 죽산안씨 가계를 이어간다. 안원형은 모친이 광산김씨로서 외가인 광주 평장동(담양 대전 평장리)으로 내려와 말년을 보낸다.

안원형의 2세 안면은 목은 이색과 동문수학하고 정당문학에 올랐으며, 3세 안노생은 정몽주에 연루, 유배되고 복권되어 경기·충청 관찰사, 광주목사를 거쳤고 이재공파를 열었다. 그의 동생인 3세 안정생은 세종 때 보문각직제학을 역임하고 제학공파 문중을 열었다. 안정생의 손자인 5세 안여주가 장흥에 정착했고, 그의 둘째 아들 안민(?~1467)이 보성선씨와 혼인해 보성에 입향함으로써 보성파 중시조가 된다.

◇세 스승 학맥 이어 학문정진

시조 6세 안민은 이시애의 난에 종군하고 순절했는데 부인 선씨의 기지로 옥녀척사 명당에 묘터를 잡았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이는 보성에 세거한 죽산안씨의 중흥을 예고한 사건이다. 안민의 아들 7세 안범(1460~1523)이 정국원종공신이며 청안·진안·예안 등 세 고을 현감으로 선정을 베풀었다. 의정부사록을 지낸 8세 안수륜의 아들 안축(1500~1572)이 사헌부지평·나주목사·남원부사를 지내고, 간신 윤원형 집권 이후 벼슬하지 않고 낙향해 ‘호남의 三高’(호남의 높은 선비 세사람, 김인후·임억령·안축을 지칭함)로 불린다.

안축의 손자이며 시조 11세인 안방준(1573~1654)이 문강공파 은봉종가를 열어 15대를 잇고 있다. 안방준은 퇴계 이황의 제자 박광전 의병장에게 공부했고, 제봉 고경명의 제자 박종정이 강학한 지산정사에서 수학했으며, 열아홉살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조광조-백인걸의 도학사상 학맥을 계승한 우계 성혼의 문인이 됐다. 오수도찰방 직책을 19일 맡은 것 외에는 30차례 벼슬 천거를 거절하고 은둔 처사로서 학문에만 정진했다.

◇은봉 저술, 임란사·붕당사 가치높아

안방준은 우산전사와 은봉정사에 학당을 열어 70여명의 제자를 두고 학문연구와 집필에 매진하다가 국난을 맞으면 분연히 의병을 일으켰다. 임진왜란에는 스승 박광전 의병장의 연락관으로 참전했고, 정묘호란, 병자호란에 호남의병장이 되어 의병군을 이끌었다. 안방준은 왜란사를 정리한 <진주서사>, <임진기사>, <노량기사>, 조헌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한 <항의신편>, 70여년 붕당정치사를 정리한 <혼정편록>, 기묘사화의 전말을 기록한 <기묘유적>, 정여립 사건 옥사를 기록한 <기축기사> 등을 저술하고, 조헌의 <동환봉사>, 성혼의 <위학지방>을 간행했다. 호남 유림들은 도학과 절의를 겸비한 안방준을 기리며 대계서원에 제향하고 <은봉전서> 목활자본을 발간했다.

◇절의와 학문 숭상하라는 가르침 계승

‘학문을 가르치고 인의를 숭상하라’는 안방준의 가르침을 따라 후손 10대에 걸쳐 대대로 문집을 남겨 가통을 계승했다. 은봉종가는 선조가 남긴 유산을 계승하고 문집과 문서를 보존한 결과, 150점에 달하는 자료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303호로 지정됐다. 1907년 정미의병 때 보성 문덕 동소산에서 의병의 기치를 들었던 머슴 출신 의병장 10대손인 안규홍을 비롯해 근현대에 이르기 까지 종가 후손들의 절의 실천과 학문 교육 숭상의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죽곡정사 / 안동교 박사 제공
은봉종택
빙월정. 우산리 인근의 보성강변 절벽에 세운 정자. 안방준이 유유자적하며 낚시하던 은봉조대에 정자를 지어 아름다운 경치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장소로 삼았다고 함
송매정
용산재
대계서원
178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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