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가족의 마지막이 평안하도록 안내

이·색·직·소-이색 직업소개 <10·完>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반려동물과 가족의 마지막이 평안하도록 안내
1천만 반려동물시대에 맞춘 신 직업, 장례 진행부터 후유증 상담까지 대행
초기단계 수요 ↑진입↓… 전망 밝아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이미지. /네이버 블로그 ‘한국반려동물 아카데미’

작은 상자를 바라보며 한 가족들이 흐느껴 울고 있다. 해당 상자에는 평생 이들과 함께 행복을 나눴던 반려동물이 하얀 수의에 싸여 담겨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정장을 차려입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상자를 들고 화장터로 이동한다. 화장을 진행하기 전 고개를 숙여 한 가족의 일원이었던 반려동물에 대한 예를 표하며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 시간을 제공한다.

10여 년, 인간의 삶에 비하면 턱없이 짧지만 일생을 함께해 준 반려동물에게 가족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안녕을 고한다. 화장을 마치면 장례지도사가 분골을 수습해 정갈한 도자에 담아 가족들에게 건넨다. 가족들은 보관소 안치 전 분골함을 끌어안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례지도사는 이들이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린 후 분골함을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에 마련된 보관소에 안전히 운치되도록 안내한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반려동물과 가족의 마지막이 평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반려동물 분골함. /네이버 블로그‘디자인큐 스튜디오’

◇1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맞춘 새로운 문화·직업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1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맞춰 탄생한 새로운 문화·직업으로 반려동물의 장례를 돕는 전문가를 말한다. 이들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동물장묘법의 범위 안에서 장례절차 상담 및 진행·납골·가족(주인)의 펫 로스 증후군 상담 등 장례 전반을 대행해주는 직무를 수행한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진행하는 장례절차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반려동물의 가족과 상담을 통해 일정 및 세부 사항을 계획한다. 이후 반려동물이 죽으면 가족에게 인계 받아 본격적인 장례를 시작한다.

장례지도사는 인계 받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깨끗하게 닦아낸 뒤(염) 소렴과 대렴을 행한다. 소렴은 한지로 된 속옷을 입혀주는 것이며 대렴은 겉옷을 입혀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이 편안하고 춥지 않도록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는 의식이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교육 현장. /네이버 블로그‘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이 세 가지 절차가 마무리되면 반려동물은 그 크기에 따라 제공된 관에 넣어진다. 이때 가족들은 반려동물의 영정사진을 보며 추모식을 진행, 마지막으로 떠날 반려동물에게 미처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추모식까지 마치면 화장을 진행하게 된다. 화장은 반려동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화장이 다 끝나고 난 후에는 반려동물의 분골을 함에 담아 가족에게 인도한다. 인도된 분골은 가족의 뜻에 따라 산이나 추모공원에 뿌려지거나, 별도로 마련된 납골당 등에 보관된다. 최근에는 분골을 압축해서 돌 형태로 만들어 보관하는 리멤버스톤이 각광받고 있다.
 

외국의 반려동물 묘. /네이버 블로그‘한국반려동물 아카데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과 전망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 장례업체·반려동물 추모공원·펫로스 극복 아이디어 업체·유기동물 보호단체 등에 취업 및 창업할 수 있다.

사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 서비스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문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90% 이상이 보편적으로 인정된 장례절차에 따라 반려동물의 사후처리를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산업 분야도 활발하게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시장규모도 커지면서 전망이 밝다. 지난 2008년에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장묘업 등록이 법제화 됐고, 2013년 의무적 동물등록제 시행과 아울러 동물장묘업의 종류가 장례식장·화장장·납골시설·건조장시설로 확대·구분되면서 많은 반려동물 가구들이 동물장례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반려동물 장례산업 자체가 초기 단계라 높은 수요에 비해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경우 죽으면 상조서비스를 통해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장례 절차 모두에 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려인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개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도 등장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교육 현장. /네이버 블로그‘반려동물과의 행복한 동행’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려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아직 국가 자격증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단체에서 자격증을 발급한다. 발급기관에는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와 한국반려동물아카데미 등이 있다. 해당 기관에서 진행하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등을 통과하면 자격을 취득 할 수 있다. 응시자격은 각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만 18세 이상이면 가능하며 학력이나 경력제한은 없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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