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촌 여수 도성마을 버려진 땅인가

축산 악취 가득…분뇨는 바다로 흘러들어

지난 15일 찾은 여수 도성마을. 가축 분뇨가 가득하다./장봉현 기자
15일 하태훈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장이 축산 분뇨가 바다로 흘러 나가는 곳을 지목하고 있다./장봉현 기자
여수 도성마을 분뇨 공동처리장/장봉현 기자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여수공항 동편 쪽에 위치해 있는 한센인 정착촌인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한센인을 돌보는데 헌신했던 고 손양원(1902∼1950) 목사의 유적지인 여수시 순교기념관을 돌아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돼지 등을 키우는 축사가 마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축사들은 낡았고,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 주변은 돼지 등을 기르는 축사로 둘러싸여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마을을 진동하는 악취다.

가축 분뇨 등의 악취는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평상시 무더운 여름철이면 악취가 심하지만 이 날은 선선한 날씨인 탓에 그나마 덜한데도 축산 분뇨 냄새가 진동했다.

마을 곳곳에는 축사에서 그대로 나온 오폐수인지 물이 썩어 흘러내렸고, 찌꺼기에는 파리들이 들끓었다.

돼지 축사에서 흘러나온 검은 폐수가 모이는 분뇨 공동처리장은 정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분뇨가 둥둥 떠 있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잠시 사진 촬영을 위해 차에서 내렸는데도 옷에 악취가 그대로 배어들었다.

문제는 분뇨 공동처리장에 있는 오폐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이다. 실제 오폐수처리장과 바다의 경계인 수문으로는 검은 폐수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문 바로 앞에 있는 바다에는 오염물질이 부패하면서 끊임없이 기포현상이 발생했다.

남도일보와 동행한 하태훈 도성마을 재생추진위원장이 개펄에 돌을 던지자 묽은 분뇨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변 갯벌도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파리와 깔따구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해충들이 뒤덮고 있었다.

여수 도성마을은 1920년대부터 한센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1940년대 철조망 설치로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살아오다 1970년대 들어 철조망은 걷혔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차별과 소외로 고통 받고 있다.

도성마을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면서 주민들은 영농조합을 꾸려 생계를 자체 해결해왔다.

축산 농가는 한때 120여 곳에 이르렀지만, 처음 정착했던 한센인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사육을 접었다. 마을 축사들은 낡았고 절반가량이 폐허처럼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이 마을에는 현재 86가구, 158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날 잠시 찾았는데도 심한 악취로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도성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주민들은 최근 기업형 양돈업자가 들어와 축사를 운영하면서 환경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이 확보한 ‘가축분뇨 전자인계시스템 명단’에 따르면 도성마을에는 15개 업자가 양돈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주민은 4명이고 나머지 11명은 외지인이다. 원주민 3명도 폐업을 했거나 앞두고 있다. 사실상 외지인들이 마을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하태훈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장은 “기존 마을주민들이 축사를 운영할 때는 재래식 방법으로 똥은 톱밥을 섞어 거름으로 사용하고 오줌만 정화조를 통해 배출하는 방식이어서 해양오염이 적었다”며 “하지만 최근 기업형 축산업자가 마을 축사를 임대해 들어오면서 무차별 방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사에서 흘러나온 오폐수를 처리하는 공동처리장 처리기가 현재 2대가 있는데 한 대만 정상가동하고 있고 처리량은 정상뇨를 처리했을 때 불과 10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에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수시는 여전히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그러면서 “환경이 이렇게 심각해 주민 고통이 가중되는데도 여수시는 몇 년째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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