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진도 ‘바다 영토 분쟁’ 종지부 찍나
마로해역 어업권 갈등 극적 합의
‘대법원 판결 수용’ 확약서 서명
판결 전까진 양식장 해남어민 사용
“화합·상처 치유 절실” 목소리도

전남 해남과 진도 해상 경계에 있는 마로해역(만호해역)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마로해역 김 양식장 모습./진도군 제공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에 있는 마로해역(만호해역) 양식 어민들의 ‘바다 영토 분쟁’이 일단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김 양식장을 놓고 40년 가까이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양측 어민들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면서다.

양측 어민들은 합의 과정에서 대법원 판결 결과에 승복하고, 판결 전까지 해남 측에서 현재 사용 중인 양식어장에 대한 행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양측 어민들의 갈등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웃사촌처럼 지내온 양측 어민 간 화합과 상처 치유를 위해 각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마로해역 위치도.

◇갈라진 이웃사촌

전국 최대 규모의 김 양식어장인 마로해역은 진도군 고군면과 해남군 송지면 사이에 위치해 있다. 바다경계선을 기준으로 진도수역이 80%를, 해남수역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마로해역을 사이에 두고 이웃사촌 간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0년대 초부터 해남 어민들이 진도 바다로 넘어가 김 양식을 해온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 당시 진도 어민들은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시작하지 않은 터였다.

하지만 해남 어민들이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을 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자 진도 어민들도 경쟁적으로 김 양식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양 지역 어민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다. 6년여간의 싸움 끝에 지난 2000년 ‘해남 어민이 10년간 진도 바다 1천370㏊에 대해 어업 면허를 갖는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시안부 합의’였던 만큼 불씨는 남아 있었다. 지난 2010년 어업면허기간이 끝나자 양 지역 어민 사이에 분쟁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에도 양 지역 어민들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법원의 화해 조정 등으로 어장정리에 합의하면서 이듬해 일단락됐다.

분쟁 대상인 김 양식 1천370㏊는 해남 어민이 2020년까지 행사하고, 진도군은 신규로 1천370㏊의 면허를 내주는 것을 골자로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합의했다.
 

전남 진도지역 김 양식 어민 300여명은 지난달 10일 오전 의신면 수품항에서 마로해역 어업권 반환을 요구하는 해상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진도군 제공

◇‘사생결단’해상 충돌까지

약속했던 10년이 흘러 어업면허기간 만료 기일(2020년 6월 7일)이 다가오자, 바다 영토 분쟁의 악몽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업권을 가진 진도군수협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어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서자, 해남군수협과 해남 어민 170여명은 양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어업권 행사계약 절차 이행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조정을 위한 변론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양측 어민들은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해상에서 충돌하는 등 대립을 이어왔다.

진도 어민들은 그동안 수십 년째 해남 어민들에게 빼앗겨왔던 진도 마로해역 김 양식장에 대해 이제는 분쟁을 종식시키고 행사 계약 권한을 되찾아 오자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도 어민들은 해남군 어민들에게 진도해역인 마로해역 반환을 요구했지만 해남 어민들이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해남어민들 역시 그동안 어떻게 일군 어장인데, 생존의 문제라며 반발했다. 40년 전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면서 개척한 어장인데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면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 수용”

이처럼 악화 일로를 걷던 양측 어민들의 갈등은 극적인 합의로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해남과 진도 어민대표 등은 최근 진도군수협에서 마로해역의 어업권 분쟁 해소를 위한 협의확약서에 서명했다. 협의확약서에는 각 당사자는 최종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에 승복하고, 판결 전까지 해남 측에서 현재 사용 중인 양식어장에 대한 행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만일 원고(해남군)가 승소할 경우 피고(진도군)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어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피고가 승소할 경우 원고들은 이 사건 양식장에 설치된 모든 시설물을 완전 철거 후 피고에게 이 사건 어업권 관련 양식장 전부를 인도하기로 했다.

이후 원고들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어업권과 관련해 어떠한 행태의 청구나 방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양 측은 이번 협의확약서를 19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릴 예정인 조정에서 제출하며 본격 재판변론을 준비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 어민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난 수십년 간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불신과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양측 어민이 함께 입은 상처가 이른 시일 안에 아물 수 있도록 각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남군과 진도군의 관심과 노력이 세심해야 한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도 중요하지만 이웃사촌 주민들의 공동체 복원과 상처 치유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해남/이보훈 기자 lbh@namdonews.com
진도/하강수 기자 hg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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