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춤춘다…‘은빛 억새’와 함께 절정
서창들녘·해남 고천암호
돌머리해수욕장 핑크뮬리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숲
‘순삭’ 계절 가을 정취 물씬
일상 잠시 접어두고 ‘힐링’

영산강 억새와 낙조
광주광역시 서구 영산강 주변의 은빛 억새와 낙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산책의 계절 가을이 왔다. 먼 곳으로 산행을 떠날 여유가 없는 직장인, 긴 코스가 걱정되는 어르신, 아이들을 떼놓을 수 없는 엄마 등에게 온 가족이 걸을 수 있는 도심 속 산책로는 가을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특히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억새는 단풍과 함께 이 맘때쯤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볼거리다.

광주 서구 서창들녘에선 눈부시게 출렁이는 은빛 억새가,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정원에선 분홍빛 파도를 출렁이는 핑크뮬리가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며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준다. 해남 고천암호 갈대밭과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숲에서는 낙조로 황금물결로 바뀌는 억새의 모습이 황홀감을 더해 준다.

아쉬울 만큼 순식간에 지나가는 ‘가을’이지만, 눈에 담는 장면마다 그림으로 탄생한다. 다채로운 색감의 단풍도 좋지만 억새와 갈대는 가을을 더 가을답게 만든다,

계절이 짧은 인사를 건네며 겨울로 사라지기 전에 도심 속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광주광역시 서구 영산강 주변의 우거진 억새 사이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찰랑대는 억새 가을 정취 만끽

영산강 서창들녘 억새밭

광주 서구 서창들녘은 도심 속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햇살을 머금으면 금색으로 물드는 은빛 억새 물결이 굽이굽이 영산강 줄기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다. 특히 극락교에서 서창교까지 3.5㎞에 달하는 영산강 길을 따라 피어난 코스모스와 억새를 배경으로 억새 물결 사이를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서창들녘은 매년 가을이면 억새 축제가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하지만 축제 여부와 상관 없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은 서창들녘의 억새와 낙조 등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거나, 인생샷을 남기기 위한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서창들녘은 자전거길을 달리거나 오솔길을 걸어도 좋다.

서창들녘에서 감상을 마친 여행객이라면 만귀정, 금당산, 풍암호수, 용두동 지석묘, 양동시장, 운천사 마애여래좌상, 5·18기념공원 등 ‘서구팔경’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무등산 국립공원 중봉 인근에 억새가 활짝 피었다. 상큼한 가을바람에 은빛 물결을 이룬 억새가 등산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능선 따라 펼쳐진 하얀 군무

무등산국립공원 억새

무등산은 광주와 전남 화순, 담양에 걸쳐 있는 산이다. 유순하고도 아늑한 산세를 지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인 무등산은 어머니의 따뜻한 배처럼 평평하고 넓어 포근하다. 무등산국립공원 억새 산행은 오르는 길, 고개, 능선에 따라 다채롭다. 장불재 일대는 억새 향연의 주 무대이며, 중머리재와 중봉, 백마능선, 꼬막재 등에서 억새의 군무가 펼쳐진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억새를 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제격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하얗게 핀 억새 너머로 입석대, 서석대 등 높이 1천m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드리워졌다. 증심사 지구 외에 원효사 지구도 억새 산행을 위한 출발 포인트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지만, 무등산은 등산 후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증심사 쪽으로 하산해 무등산 입구에 즐비한 식당가와 산장 쪽에는 보리밥을 맛볼 수 있다. 식사 후에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넓은 창이 있는 카페나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전남 함평돌머리해수욕장 ‘핑크뮬리 정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을빛 낭만을 즐기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만개한 분홍빛 핑크뮬리 ‘장관’

함평 돌머리해수욕장·주포한옥마을

호남권의 핑크뮬리 명소로 꼽히는 함평 돌머리해수욕장 핑크뮬리 정원과 주포한옥마을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꽃이 만개하는 가을이면 분홍색 파도 물결이 이뤄 장관을 이룬다.

핑크뮬리가 대중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건은 최근 몇 년 사이다. 서양 억새의 일종인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SNS에 퍼지며 입소문을 타자 핑크뮬리가 전국적으로 심어지게 됐다.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인생샷’을 만들어내는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몽환적인 연핑크부터 진한 핑크색까지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돌머리해수욕장 핑크뮬리 옆에는 팜파스도 함께 식재돼 있어 다양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해남 고천암 군무. /해남군 제공

◇갈대밭 드라이브 남도의 가을

해남 고천암호 갈대밭

해남 고천암호는 광활한 갈대밭이 있는 곳이다. 여느 갈대밭과 달리 차를 타고 다니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남읍 부호리에서 화산면 연곡리까지 펼쳐진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또한 고천암에는 광활한 갈대밭을 배경으로 먹황새, 독수리등 희귀조류는 물론 전 세계 90%의 가창오리가 해질녘에 군무하는 모습은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해남은 맛 여행지로도 국내 어느 고장에 뒤지지 않는다. 이 무렵이면 고소한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삼치회가 미식가들의 젓가락을 분주하게 만든다. 해남 햇김에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가락 얹고, 삼치회와 묵은 김치를 올려 먹는 삼치삼합은 가을 해남 여행을 완성하는 별미다.
 

강진만의 가을. /강진군 제공

◇다양한 생물 서식 힐링 최적지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숲

강진만 생태공원은 탐진강 하구와 강진만이 만나는 ‘기수역’으로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다. 데크로 이뤄진 탐방로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강진만에는 남해안 11개 하구 평균보다 두 배나 많은 1천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를 비롯한 철새들이 겨울철 집단으로 서식한다.

강진군은 이곳을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생태탐방로 3㎞에 쉼터와 탐조대를 만들고 갈대축제장 진입로와 주차장, 범선 모양의 전망대를 조성했다. 갈대숲과 연접한 제방쪽 자전거도로의 컬러디자인, 앉아서 갈대숲을 감상할 수 있는 쉼터 의자, 탐방로 난간 개선, 축제장에서 갈대숲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정원조성 등 생태관광지로서의 환경 또한 대폭 개선했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른 갯벌 체험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밀물과 썰물의 교차에 따라 생태탐방로가 갯벌로 변하고 강진만 바닷바람은 갈대춤을 불러온다.

청정 강진만의 영양을 듬뿍 담은 대표 보양식, 짱뚱어탕은 강진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 별미다. 그날 잡아올린 싱싱한 짱뚱어를 통고추와 함께 곱게 간 뒤 다진 마늘과 된장으로 간을 맞춰 시래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다. 비린내가 없고 구수하며 추어탕보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임소연·강진 이봉석·함평 이경신·해남 이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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